“'더 많은 혜택을 주는 D시로 이전하면 어떻겠냐'는 제안을 받았습니다. 우리 지역은 왜 D시처럼 혜택을 더 주지 않나 하는 불만이 생기더군요. 역외기업에는 각종 혜택을 제공하며 러브콜을 보내면서 정작 역내기업에는 무관심한 것 아닌가 하는….”
지역 스타트업 대표와 함께한 사석에서 이런저런 얘기를 나누다 나온 말이다.
“역외기업 유치에 과열 경쟁은 좀 아닌듯 하네요”라고 말했지만 '어쩔 수 없지 않나' 하는 생각도 들었다. 머릿속에는 동시에 지방자치단체 간 기업 유치를 두고 '뺏고 빼앗기는 출혈 경쟁'이라는 문제의식이 맴돌았다.
광역·기초 할 것 없이 거의 모든 지자체가 역외기업 유치로 일자리를 늘리고 지역산업과 경제를 활성화하려 한다. 어제오늘 일도 아니다. 자유시장 경제 체제이다 보니 기업 입장에서 낼 건 덜 내고 받을 건 더 많이 받을 수 있는 지역으로 이전하겠다는 생각은 어찌보면 당연하다.
문제는 과열과 후유증이다.
기업 유치 경쟁이 과열되면 내용보다 수치에 매몰돼 양해각서(MOU)를 남발한다. 역내기업을 역차별한다는 비판도 나오게 된다. 역외기업에 대한 각종 혜택에 역내기업도 더 좋은 혜택을 찾아 다른 지역으로 눈을 돌릴 수 있다. 지자체 간 기업 유치 경쟁은 나라 전체로 보면 제로섬 게임에 가깝다.
기업이 성장세 속에서 추가 공장이 필요하고, 이를 역외에 마련하는 것과는 다른 문제다. 지자체 재원은 결국 세금인데 세제 혜택이나 운영 지원금을 바라고 본사를 이전하는 것이 과연 현명한 처신인지 의문이다.
경쟁보다는 협력이 바람직하다. 수년을 이어 온 광주와 대구 달빛동맹, 울산·경주·포항의 해오름동맹 등 지역을 넘어 다양한 동반성장 추진 사례도 많다.
지역 대학도 최근 '경쟁에서 협력으로'를 기치로 지역 내 협력은 물론 타지역 대학과의 협력 상생 움직임이 확산하고 있다.
시너지는 긍정적 효과가 배가되는 것을 말한다.
지역 발전은 빼앗고, 제치고, 올라서는 순위 경쟁이어선 안 된다. 협력을 토대로 동반성장의 시너지를 내는 것이 바람직한 지역 발전이다.
순위를 공개하는 것은 경쟁을 유발한다. 그 과정에서 순기능이 많아지면 좋다. 그러나 지자체 간 기업 유치 경쟁에서 실상은 그렇지 않다. 서로 생채기만 남기고 토착 기업 역차별이 발생하곤 했다.
이제라도 중앙 부처에선 지역발전 개념을 경쟁이 아닌 상생·협력 관점에서 봐야 한다. 단순히 경쟁만 부추겨서 될 일이 아니다. 경쟁보다 중요한 것은 실익이다.
부산=임동식기자 dslim@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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