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성차 업체와 배터리 기업 간 합종연횡이 새 국면에 진입하는 양상을 띠고 있다. 미국 포드가 중국 CATL와 전기차 배터리 합작공장을 짓기로 한 데 이어 자체 배터리 개발에 속도를 내는 것으로 파악됐다. 완성차 업체의 배터리 내재화 시도가 진전된 것으로, 전기차 핵심 부품인 배터리를 둘러싼 경쟁이 치열하게 전개되고 있다.
19일 업계에 따르면 포드는 파우치 타입 배터리 장비를 조만간 미국에 반입할 것으로 파악됐다. 이르면 이달, 늦어도 1분기 중에 반입이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이를 위해 포드 배터리 개발진이 최근 한국을 찾아 장비를 살폈다.
장비 규모는 구체적으로 확인되지 않았지만 초기이기 때문에 대량 생산보다 실제 제품을 만들 수 있는 파일럿 수준인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 미시간주 동남쪽의 배터리 개발센터 '아이언파크'에 설비 구축이 예상된다.
파우치 배터리는 과자 봉지처럼 알루미늄 소재 안에 양극과 음극을 구현한 배터리다. 다양한 모양으로 배터리를 만들 수 있는 것이 장점으로 꼽힌다. 포드, 제너럴모터스(GM), 폭스바겐 등 글로벌 자동차 업체가 가장 많이 사용하는 배터리다.
포드는 그동안 LG에너지솔루션과 SK온에서 파우치 배터리를 공급받았다. 인기 차종이자 최근 배터리 문제로 화제가 된 전기트럭 'F-150'에는 SK온 파우치 배터리가 전량 탑재되고 있다.
포드가 자체 배터리 개발에 나선 건 배터리 수급 안정화와 외부 협력사에 대한 의존도를 낮추기 위한 것이다. 실제로 포드는 그동안 자체 배터리 개발에 강한 의지를 보였다.
짐 팔리 포드 최고경영자(CEO)는 지난 2020년 11월 한 콘퍼런스에서 “(배터리) 셀 제조를 검토하고 있다”며 전기차용 배터리 자체 생산 가능성을 시사했고, 이후 2021년에는 배터리 개발센터를 만들겠다고 발표했다.
자체 개발 선언 이후 포드는 제반 준비를 마치고 이제 장비 반입을 통해 본격적인 상용화에 뛰어든 것으로 해석된다.
포드는 150명의 전문가로 팀을 구성해서 자체 배터리를 개발할 계획이라고 밝힌 바 있다. 업계에 따르면 현재 포드 배터리 개발센터에는 국내 배터리 인력이 다수 포진한 것으로 알려졌다.
포드가 배터리 상용화에 성공하면 또 한 번의 격변이 예상된다. 포드는 LG에너지솔루션, SK온뿐만 아니라 최근 중국 CATL과도 배터리 협력 관계를 맺음에 따라 이들 공급망이 뒤바뀔 수 있다. 특히 미국이 자국 중심 배터리 산업 육성을 기치로 내걸고 있어 포드 내재화는 배터리 업계에 큰 위협이 될 공산이 크다.
일각에서는 포드가 파우치 배터리 개발 후 상용화까지 도달할 수 있을지 의문도 제기한다. 테슬라가 3년 전 개발을 선언한 차세대 원통형 배터리도 상용화에 시간이 오래 걸렸고, 유럽 배터리 자립의 상징과도 같은 노스볼트도 대량 생산에 난항을 겪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국내 배터리 업체들도 해외 공장에서의 배터리 양산에 오랜 기간이 소요됐다”면서 “배터리 내재화 의지만큼 실제 생산으로 이어질 수 있을지 좀 더 두고 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지웅기자 jw0316@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