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커머스 단독사업자 5개사의 지난해 취급액이 전년 대비 1% 성장에 그쳤다. 지난 8년간 연평균 60%가 넘는 성장률을 유지해온 것이 무색한 결과다. 산업이 정체기에 접어들자 시장에 활기를 불어넣기 위한 규제 개선 작업도 본격화됐다. 그 중에서도 T커머스 생방송 규제 폐지 논의가 급물살을 타는 분위기다.
지난해 T커머스 5개사(SK스토아·KT알파·신세계·티알엔·W쇼핑) 합산 취급액은 4조3156억원으로 집계됐다. 전년 4조2697억원과 비교해 1.07% 늘었다. 2015년 이후 매년 두 자릿수 성장률을 기록한 것과 비교하면 제자리걸음 수준이다. 겸영사업자를 포함한 전체 취급액도 약 6조7000억원 규모로 7조원대 벽을 돌파하는데 실패했다.
T커머스 5개사 합산 매출도 전년 대비 3.6% 늘어난 1조2341억원에 그쳤다. 성장이 멈추자 수익성도 악화됐다. 전체 영업이익은 383억원으로 32.5% 감소했다. SK스토아가 54.0% 줄어든 115억원, 신세계라이브쇼핑은 49.6% 감소한 139억원 등 대부분 사업자가 영업이익이 절반으로 줄었다. KT알파쇼핑은 91억원의 적자를 봤다.
갑작스러운 성장률 정체는 고물가·고금리에 따른 소비침체 등 외부요인도 있지만 생방송 송출 금지와 화면크기 제한 등 T커머스 시장을 둘러싼 규제도 주된 원인이다. 최근에는 국회와 중소기업계를 중심으로 T커머스 신규 사업자 진입이 가시화되며 경쟁 심화 우려가 더 커졌다. 이에 기존 사업자 숨통을 틔워주기 위한 규제 완화 검토에 탄력이 붙었다.
국무조정실 산하 규제혁신추진단은 최근 TV홈쇼핑협회·T커머스협회 실무진을 불러 홈쇼핑 방송규제 개선 방안을 논의했다. 정체된 홈쇼핑 시장의 재도약 기반 마련을 위해서는 자율성 확대와 과감한 규제 개선이 필요하다는 판단에서다. 추진단과 과학기술정통부는 규제혁신 일환으로 T커머스 생방송 송출을 허용하는 방안을 심도있게 검토 중이다.
현재 T커머스는 TV홈쇼핑과 달리 녹화방송만 가능하다. 해당 규제는 데이터 홈쇼핑 도입취지상 원칙적으로 생방송 편성할 수 없다는 가이드라인 시행문에 기인한다. 이는 법적 근거가 없는 불합리한 규제라는 입장이다. 행정지도는 목적 달성에 필요한 최소한도에 그쳐야 한다는 행정절차법 제48조 제1항에 위배된다는 것이다.
한국T커머스협회는 이 같은 내용을 담은 규제 해소 건의를 규제개혁신문고에 제출했다. 현재 과기정통부 소명 절차가 진행 중이다. 협회는 건의문에서 생방송 금지는 등록·공포절차 없이 가이드라인 시행 공문에 포함시킨 임의규제·미등록 규제로서 폐지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역무 구분 목적을 넘어선 과도한 규제라는 입장이다.
이와 함께 화면크기 제한도 조속한 규제 개선을 촉구했다. T커머스는 전체 화면의 50% 이상을 데이터로 구성해야 한다. 가이드라인에 따라 송출 화면 영상 크기는 절반 미만으로 제한된다. 과기정통부는 지난해 하반기 TV홈쇼핑과 T커머스 역무구분과 관련해 6차에 걸친 전문가 자문단 회의를 진행했지만 별다른 소득 없이 끝났다.
업계 관계자는 “T커머스 생방송이 허용될 경우 실시간 편성 및 시간대별 탄력적 운용과 함께, 즉각적 정보 전달과 피드백을 통한 매출 증대 효과가 기대된다”면서 “중소기업 전용 T커머스가 신설될 경우 70% 수준인 기존 사업자의 중기 편성비율도 완화해줄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박준호기자 junho@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