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반도체 공급난과 고금리·고물가에 따른 소비 위축에도 글로벌 시장에 팔린 완성차 10대 중 1대는 전기차가 차지했다. 현대차그룹은 다양한 신차와 판매 지역 확대로 전년 대비 52.9% 성장한 37만대를 판매했다. 중국 내수 중심인 BYD와 상해기차, 지리 등을 제외하면 사실상 4위권에 해당하는 실적이다.
20일 한국자동차연구원이 발표한 '2022년 글로벌 전기차 판매 실적 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글로벌 시장에서 전기차가 802만대 팔려 전년 대비 67.9% 성장했다. 같은 기간 글로벌 전체 완성차 판매량은 8063만대로, 전기차 비중은 2020년 2.9%, 2021년 5.9%, 지난해 9.9%까지 늘었다.
국가별 전기차 판매량은 중국이 전년 대비 86.1% 성장한 507만대를 기록해 63.3%의 점유율를 기록했다. 유럽은 162만대로 전년 대비 25.5% 늘어 주요 시장 대비 저조한 성장세를 보였다. 미국은 현대차와 테슬라, 포드 등 신차 효과에 힘입어 58.9% 증가한 80만대를 판매했다. 이어 한국이 61.2% 성장한 16만대로 글로벌 4위 시장에 올랐다.
완성차 그룹별로는 보급형 모델 판매 확대로 1위를 수성한 테슬라(131만대)에 이어 중국 전기차 시장에 집중한 BYD(92만대)와 상해기차(90만대)가 2, 3위를 차지했다. 이어 폭스바겐(57만대), 지리(42만대), 르노닛산(39만대) 순이다. 현대차그룹은 전년 대비 52.9% 증가한 37만대로 7위를 기록했고, 중국 내수 중심 브랜드를 제외하면 4위에 올랐다. 현대차그룹은 현대차와 기아, 제네시스 3개 브랜드가 2021년부터 지난해까지 E-GMP 바탕의 아이오닉5, EV6, GV60 등 다양한 신차 출시와 판매 지역을 확대하며 꾸준한 성장세를 유지했다.
제2의 테슬라를 표방하며 시장에 진출한 스타트업은 목표치 달성에 어려움을 겪었다. 리비안은 초기 생산 목표를 5만대로 잡았으나 반도체 공급망 문제에 발목이 잡혀 2만4337대를 생산하는 데 그쳤다. 루시드 역시 목표치 2만대에 못 미치는 7180대에 머물렀다.
지난해 국내 전기차 시장은 현대차그룹 주도로 성장세를 이어갔다. 현대차와 기아, 제네시스는 국내에서 12만대를 판매, 73.9%의 점유율을 확보했다. 여러 차례 가격을 인상한 테슬라는 1만4571대를 기록해 전년 대비 50.8% 감소했다. 수입차 중 인기가 높은 메르세데스-벤츠와 BMW, 아우디 독일 프리미엄 3사는 전년 대비 100% 이상씩 성장하며 고급 전기차 시장에서 두각을 나타냈다. 반면에 쉐보레(2608대), 르노코리아차(516대), 쌍용차(114대) 등 중견 3사는 전기차 판매가 부진했다.
한자연은 올해 전기차 시장에 대해 공급 병목 현상이 감소할 것이라면서도 수요 불확실성이 높아 기업 전략에 따라 시장 점유율이 크게 변화할 수 있다고 진단했다.
양재완 한자연 선임연구원은 “글로벌 경기 둔화 지속 시 전기차 수요의 불확실성이 상존한다”면서 “소비자 실질 구매력을 고려한 가격 책정, 성장세가 강한 시장에 대한 적기 공급, 내연기관차를 대체할 높은 상품성을 갖춘 모델 출시 등 기업별 전략이 점유율을 좌우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정치연기자 chiyeo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