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익그룹 계열 배터리 제조 장비 회사인 원익피앤이가 인수합병(M&A)으로 규모를 키워 주목된다.
원익피앤이는 최근 이사회를 열고 자회사 테크랜드를 흡수합병하기로 했다. 5월까지 합병 작업을 마무리할 계획이다.
테크랜드는 2009년 설립된 배터리 제조 장비 업체다. 원익피앤이가 2021년 45억원에 지분 100%를 인수했다.
테크랜드는 각형 배터리 제조 장비를 만들어왔다. 각형은 사각형 캔에 전극을 구현한 배터리로, 캔이 내부를 보호해 안정성이 장점이다.
원익피앤이는 그동안 파우치 배터리 제조 장비를 만들어 왔는데 이번 합병으로 각형 배터리 장비까지 포트폴리오를 갖췄다.
전기차 배터리는 크게 파우치, 각형, 원통형으로 나뉜다. 파우치는 과자 봉지처럼 생긴 연성 케이스에 구현한 배터리를 뜻한다. 원통형은 흔히 볼 수 있는 AA 배터리처럼 원기둥 속에 양극과 음극을 넣은 제품이다.
원익피앤이는 조립·화성 장비 업체 엔에스와 피앤이솔루션이 뭉쳐 탄생했다. 원익그룹이 2021년 엔에스와 피앤이솔루션을 인수한 후, 통합시켰다.
테크랜드를 흡수합병시킴으로써 원익피앤이는 또 한 번 사세를 확장한다. 원익그룹이 원익피앤이를 중심으로 배터리 제조 기능들을 모두 통합시키는 양상이다.
원익피앤이는 세계 1위 배터리 제조 솔루션 기업 도약을 목표로 2024년 매출 5000억원과 2025년 수주잔고 1조원을 달성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원익피앤이는 삼성SDI, LG에너지솔루션, SK온이 주요 고객사다. 이번 테크랜드 합병으로 삼성SDI 내 입지 확대가 예상된다. 삼성SDI가 각형 배터리 투자를 강화하고 있어서다. 삼성SDI는 스텔란티스와 합작한 미국 전기차 배터리 공장에서 각형 배터리를 양산하기로 했다.
원익피앤이는 각형 배터리 제조 장비 중에서도 스태킹 장비 사업화에 무게를 두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스태킹은 배터리 용량 확대를 위해 전극을 쌓아 올려(Stacking) 하나의 배터리 완성품을 만드는 것이다. 삼성SDI는 극판을 둘둘 마는 '와인딩' 방식을 주로 사용해왔으나 2020년부터 전기차 배터리 용량 극대화를 위해 스태킹 방식을 도입했다.
삼성과 원익이 탄탄한 협력 관계를 구축하고 있을 뿐 아니라 이기채 원익피앤이 대표는 삼성SDI에서 배터리 기술팀장, 제조센터장 등을 역임했다. 회사는 지난해 수원 본사 연구소에 기술연구소장으로 오대식 삼성SDI 생산기술연구팀 출신도 영입했다. 전기차 배터리 연구개발(R&D), 스프트웨어(SW) 제어, 생산기술, 자동화 설계 인력도 채용을 확대했다.
전기차 시장의 폭발적 성장으로 배터리 소재·장비 업계에서도 대량 생산과 적기 공급이 중요해지고 있는데, 원익피앤이가 '규모의 경제'에 본격 시동 건 모습이다.
이기채 원익피앤이 대표는 “테크랜드를 합병하면서 기존 파우치에 이어 각형 배터리 제조 장비 사업을 새로 추진할 수 있게 됐다”면서 “양사 시너지를 통해 배터리 성능을 개선하는 장비들을 선보이겠다”고 밝혔다.
김지웅기자 jw0316@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