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금통위)가 이달 기준금리를 동결할 가능성에 무게추가 기울고 있다. 지난해 4월부터 이어진 7연속 인상을 멈추고, 금리 고점 다지기에 나설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미국과 우리 물가가 여전히 높고, 미국은 경기도 좋아 연방준비제도(Fed)가 앞으로 3번가량 더 금리를 올릴 수 있다는 주장이 제기되면서 금통위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한은은 23일 금통위 회의를 열고 통화정책방향을 결정한다. 지난달 0.25%포인트(P) 인상으로 현재 금리는 3.5%다. 전문가들은 가계부채와 수출 감소 등 어려운 경제 여건을 감안해 금통위가 금리를 동결할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김진욱 씨티 수석이코노미스트는 보고서를 통해 “한은이 2월 금통위에서 매파적인(긴축 선호) 신호와 함께 기준금리를 3.5%로 유지할 것으로 예상한다”고 밝혔다.
이번 금통위 회의에서 한은이 기존 성장률 전망치(1.7%)를 하향 조정하면서 물가 안정보다는 성장률 유지에 방점을 찍는 모습을 보일 가능성이 크다.
변수는 역시 Fed의 금리 종료 시점이다. 현재 Fed 금리는 4.5~4.75%다. 다음 달 22일(현지시간) 열리는 회의에서도 0.25%P 인상이 80% 확률로 점쳐지고 있다. 이어 5~6월에도 금리를 올릴 수 있다는 얘기가 나온다.
골드만삭스 거시경제팀은 지난 17일 “Fed의 기준금리 인상이 6월까지 0.25%P 이뤄져 5.5%에 이를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뱅크오브아메리카 글로벌 리서치팀도 같은 예상을 내놨다. 우리는 동결하고 미국은 올리면 한미 금리차가 최대 2%P 이상 벌어질 수 있다.
물가도 부담스럽다. 지난달 국내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5.2%로 6개월 연속 5%대 상승을 보였다. 더 큰 문제는 물가가 떨어졌다가 다시 상승했다는 점이다. 지난해 11월과 12월 5.0% 상승률에서 올해 1월 되레 0.2%P 올랐다.
지난 1월 미국 소비자물가지수(CPI)도 지난해 같은 달보다 6.4% 올랐다. 물가 상승률이 7개월 연속 둔화됐지만 전문가 전망치(6.2%)보다 높았다. 또 전월(6.5%)에 비해 0.1%P 줄어드는 데 그쳤다.
최종금리에 대한 금통위원 의견은 반으로 나뉘어 있다. 지난달 금통위 회의 후 이창용 총재는 금통위원 6명의 기준금리 정점에 대한 시각이 3.5% 3명, 3.75% 3명이라고 밝힌 바 있다. 이번 회의에서 금리 동결과 인상을 두고 위원들 의견이 반으로 갈리면 이 총재가 최종 결정을 내리게 된다.
김민영기자 mykim@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