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통계청, '원포털' 프로젝트 감사원 조사 착수

제안서 평가에 통계청 출신 원장 배석 이해충돌 소지
퇴직자 재취업·통계정보원 수주 국감서 문제제기

[단독] 통계청, '원포털' 프로젝트 감사원 조사 착수

통계청이 1500억원을 들여 실시하는 '원포털' 프로젝트가 시작부터 잡음이 일고 있다. 정보화전략계획 사업자 선정 과정에 공정성 시비가 제기됐기 때문이다.

21일 관계 당국에 따르면 감사원은 통계청 '원포털 정보화전략계획(ISP)'의 사업자 선정 과정에서 이해충돌이 발생했는지와 평가 결과가 사전 유출된 경위에 대해 조사를 실시한다.

원포털은 국가통계포털(KOSIS), 통계지리정보서비스(SGIS), 마이크로데이터 통합서비스(MDIS) 등 18개로 흩어져 있는 통계서비스 플랫폼을 하나로 단일화하는 대형 사업이다. 2028년까지 시계를 갖고 진행하는 장기 프로젝트다. 올해 ISP를 실시해 필요한 예산 규모 등을 산정할 계획이었다.

ISP 사업은 경쟁입찰로 진행됐으며 정부 기관의 ISP 수립 사업 등을 수주해온 A사가 사업자로 선정됐다. A사는 한국통계정보원과 컨소시엄을 구성해 입찰에 참여했다.

이를 두고 통계청 퇴직자인 한국통계정보원장이 제안서 평가 자리에 배석하고, 평가 결과가 조달청에 통보되기 전에 한국통계정보원에 전달되는 등 사업자 선정 과정이 공정하지 못했다는 문제가 제기됐다.

통계청 관계자는 “통계정보원장은 통계청 퇴직자지만 공직자윤리법에 따라 통계청으로부터 사업을 수주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공직자윤리법은 '국가안보상의 이유나 공공의 이익을 위한 목적'에 해당하며 '업무의 공정한 처리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고 인정되는 경우 유관기관 퇴직자더라도 해당 업무를 할 수 있다고 규정한다.

그러나 통계청 국장 출신인 원장이 통계청 직원들 앞에서 피평가자로 배석하는 건 공정한 처리에 영향을 미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의견이 제기됐다.

원장이 직접 제안서 평가에 참석한 것도 이례적이다. 입찰에 참여한 경쟁사에 밀릴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자 원장을 배석시켜 압박한 것 아니냐는 의혹도 일고 있다. 통계청 관계자는 “원포털 사업이 관심이 많은 사업이라 참석한 걸로 안다”고 말했다.

제안서 평가 결과가 조달청에 통보되기도 전에 한국통계정보원에 먼저 알려진 정황도 감사 대상인 것으로 알려졌다. 통계청과 한국통계정보원 간 유착이 있을 수 있다는 것이다.

통계청은 이에 대해 “조달청에 결과를 통보한 후 입찰 사업자의 문의가 있어 조달청 예규에 따라 답변을 해준 것”이라며 “조달청에 통보하기 전 통계정보원에 결과를 전달했다는 것은 사실이 아니다”라고 해명했다.

통계청을 퇴직한 후 수탁기관으로 재취업하는 것에 대한 문제제기는 국정감사에서도 지적된 바 있다. 지난해 김주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통계사업 관련 수탁기관을 결정하는 통계사무위탁심의위원회 심사위원이 한국통계진흥원, 한국통계정보원장으로 재취업했다”며 “제도적으로 금지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홍영표 민주당 의원도 통계청이 2019년부터 3년 8개월 간 한국통계정보원과 227억원 규모의 수의계약을 체결한 것에 대해 “퇴직 공무원이 공기업 퇴직 임직원보다 허술한 전관예우”를 받는다고 비판했다. 국감에서의 지적이 있었지만 한국통계정보원은 올해에도 국가통계 통합 DB 자료관리 위탁 사업, 마이크로데이터 통합DB 위탁운영 사업 등 60억원 규모의 사업을 직접 수주했다. 다른 기업과 컨소시엄을 구성해 수주한 사업의 규모도 100억원에 달한다.

통계청은 현재 사업계약절차를 중단했으며, 감사원 조사 결과에 따라 향후 사업 방향을 정할 계획으로 알려졌다.

최다현기자 da2109@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