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TV 출하량 4.8% 감소…12년 만에 LCD 2억대 붕괴

경기 침체·물가 상승 악재에
성장세던 OLED도 1.3% 줄어
1위 삼성·2위 LG, 점유율 46.4%
물량 공세 앞세운 中업체 맹추격

지난해 액정표시장치(LCD) TV 글로벌 출하량이 12년 만에 2억대 밑으로 떨어졌다. 승승장구하던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TV 역시 역성장했다. 시장 침체 속 삼성·LG는 50%에 육박하는 점유율로 시장을 주도했지만, TCL을 필두로 한 중국 업체들이 무섭게 추격한 것으로 나타났다.

시장조사업체 옴디아에 따르면 지난해 글로벌 TV 출하량은 2억325만대로 전년 대비 4.8%가량 줄었다.

세계 TV 출하량 4.8% 감소…12년 만에 LCD 2억대 붕괴

전체 시장 97%에 달하는 LCD TV는 지난해 1억9673만대가 출하, 직전 연도와 비교해 약 4.9% 줄었다. 글로벌 TV 시장에서 LCD TV 출하량이 2억대 미만을 기록한 것은 2010년 이후 처음이다. 매년 성장세를 기록하던 OLED TV 출하량도 같은 기간 1.3%가량 소폭 줄었다.

글로벌 TV 시장은 코로나 특수가 줄어든 지난해를 기점으로 급격한 수요둔화 국면에 접어들었다. 글로벌 경기침체와 물가 상승까지 겹치면서 LCD TV 시장은 급속도로 위축, 심리적 마지노선으로 일컫는 '연간 2억대 벽'도 깨졌다. 경기 하강 국면에서는 구매력이 낮은 소비층부터 지갑을 닫기 때문에 OLED TV와 비교해 LCD TV 하락폭이 더 컸다.

삼성전자 모델이 경기 용인시에 위치한 삼성 디지털프라자 수원본점에서 17년 연속 글로벌 TV 시장 1위를 달성한 삼성전자의 TV 제품들을 선보이고 있다.
삼성전자 모델이 경기 용인시에 위치한 삼성 디지털프라자 수원본점에서 17년 연속 글로벌 TV 시장 1위를 달성한 삼성전자의 TV 제품들을 선보이고 있다.

전반적인 시장 침체 속에서 삼성전자와 LG전자는 공고한 리더십을 바탕으로 시장을 주도했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글로벌 TV 시장에서 금액 기준 29.7% 점유율로 17년 연속 1위를 차지했다. 네오 QLED를 비롯한 삼성 QLED는 지난해 965만대를 판매, 선두 수성을 견인했다. 2500달러 이상 프리미엄 시장에서도 지난해 금액기준 48.6%로 1위를 차지했다.

LG전자는 지난해 금액 기준 16.7%로 시장 2위를 이어갔다. 삼성전자와 LG전자의 합산 점유율은 46.4%로 절반에 육박했다. 다만 2021년 48% 대비해 1.6%포인트(P) 줄었다.

LG전자는 OLED TV 리더십을 이어갔다. 지난해 LG 올레드 TV 출하량은 382만4000대로, 60%에 달하는 압도적인 점유율로 선두를 수성했다. 2013년 출시 이후 누적 출하량은 1500만대를 넘어섰다.

LG 올레드 에보
LG 올레드 에보

삼성·LG가 선두권을 형성한 가운데 중국 업체의 추격이 매서워지고 있다. 수요 둔화 속에서 LCD TV가 직격탄을 맞았지만, 중국 TV 제조사는 물량 공세를 이어가면서 선두를 위협하고 있다.

지난해 TCL의 TV 출하량은 2378만대로, 처음으로 LG전자를 근소하게 제치고 시장 2위를 차지했다. 시장 4위를 기록한 하이센스는 지난해 오히려 전년 대비 15.1%나 늘려 2138만대를 출하했다. 샤오미, 하이얼, 화웨이 등도 2021년과 비교해 비슷한 규모의 TV를 출하하며 지배력을 높였다.

올해도 상반기까지는 TV 수요둔화가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LCD TV 부문을 주도하는 중국 업체는 물량 공세로 점유율 확보에 총력을 펼칠 것으로 보인다. 삼성전자와 LG전자는 미래 TV 시장 승부처로 꼽히는 OLED TV와 75형 이상 초대형 시장 등에 집중할 계획이다. 단순 출하량 경쟁을 넘어 프리미엄 전략에 기반한 수익성 확보가 목적이다.

TV 업계 관계자는 “중국 업체는 LCD 가격경쟁력을 무기로 출하량을 지속 늘려 물량 공세를 퍼부을 것으로 보인다”면서 “이들의 출하량 점유율은 삼성·LG와 큰 격차가 없지만 금액 기준으로는 차이가 크기에 한국 기업의 리더십은 유지될 것”이라고 말했다.

정용철기자 jungyc@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