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이 할 수 있는 게 아무것도 없고, 그저 손 놓고 전쟁이 끝나기만을 기다려야 해 속만 까맣게 타들어 갑니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이 시작된 지 만 1년이 돼 가고 있는 가운데 최근 국내 한 전자업체 관계자의 한탄이다.
삼성전자, LG전자, 현대자동차 등 러시아에 진출한 국내 기업들의 현지 법인과 생산공장은 지난해부터 '개점휴업' 상태가 이어지고 있다. 러시아행 원자재와 부품 선적이 중단됨에 따라 공장이 멈췄고, 제품 생산·공급이 끊어지자 온·오프라인 유통채널에서 판매하는 제품은 동난 지 오래다.
시장에 제품 공급이 불가능하니 가전, 자동차, 휴대폰 등 분야에서 잘나가던 국내 기업의 자리를 중국 기업이 대체하고 있는 모습을 빤히 보면서도 대응할 방법이 없다. 그렇다고 수십년 공을 들인 러시아 등 시장을 미국 기업처럼 쉽게 포기하고 철수할 수도 없는 상황이다.
'진퇴양난' 처지에서 현지 공장과 법인을 유지는 해야 하기 때문에 국내 기업의 손실은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다. 전쟁이 끝난 후 거래처나 소비자 대상 판매가 재개될 때를 대비해 고객 관리는 필요하기 때문이다. 공장 가동이 중단됐어도 유급휴무 상태를 유지하던 한 기업은 사태 장기화를 견디지 못하고 감원에 들어갔다.
국내 기업은 기약 없는 현지 경제·산업 정상화라는 희망의 끈을 놓지 못하고 유일한 솔루션인 조속한 '종전'을 오매불망 바라고 있다. 종전이 되면 즉시 수출을 재개할 채비를 갖추고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전쟁으로 수출이 불가능해짐에 따라 우리나라의 러시아 및 우크라이나와의 교역 규모는 급격히 줄었다. 지난해 러시아 수출액은 약 63억3000만달러로 전년보다 36.6% 급감했다. 우크라이나 수출액도 같은 기간 62.7% 감소한 약 2억2000만달러에 그쳤다.
함봉균기자 hbkone@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