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랫폼 업계에 조건부지분인수계약(SAFE) 투자가 돈맥경화 해결책으로 떠오르고 있다. 투자사와 투자 유치사 모두 윈윈할 수 있는 방안이기 때문이다.
세이프는 스타트업 가치 평가 과정을 축소해 신속히 기업에 투자할 수 있는 방식이다. 투자사는 초기 기업의 기업가치를 정하지 않고 투자자가 먼저 돈을 투자한다. 이후 기업가치를 정하는 투자가 이루어지면 세이프를 통해 투자한 투자자의 지분율과 조건이 정해진다. 통상 회사 설립 초기 팀 빌딩과 비즈니스모델(BM) 설정이 완료된 상태에서 회사를 평가할 수 있는 지표가 없는 경우 이뤄진다.
퍼스널모빌리티(PM) 스마트주차 플랫폼 '모서리'를 개발 중인 스웬은 지난해 10월 하이퍼커넥트 창업자 안상일 대표로부터 1억원 규모 시드투자를 유치했다. 안 대표는 라스트마일 모빌리티 성장통을 풀어낼 수 있는 기술력과 실행력을 갖춘 스웬에 투자를 결심했다. 그러나 극초기 단계에서 기업가치 평가가 쉽지 않았다. 양사는 일단 급한 자금을 대주고 향후 본 투자 시 기업가치로 지분율을 정하는 세이프 투자 계약을 맺기로 했다.
스웬은 해당 자금을 토대로 초정밀 위치 측위 기반의 주차관리 시스템에 대한 특허를 출원했다. 모빌리티 분야의 전략적 투자자(SI)와 촘촘한 BM도 세웠다. 경기도와 부산시 등 지자체와 PM 스마트주차 솔루션을 적용하기 위한 협상에도 돌입했다. 남은 투자금은 주차장 예약 및 리워드 기능을 제공하는 플랫폼을 개발하는 데 쓰일 예정이다.
중소상공인에게 인공지능(AI) 회계 서비스를 제공하는 모두의회계는 지난해 말 세이프 투자를 받았다. 투자금은 시리즈A 투자를 준비하기 위해 마케팅 비용과 개발 등에 활용했다는 설명이다. 사용자 반응을 이끌어내기 위해 일부 투자금을 활용, 부가가치세 신고 시즌에 맞춰 고객 유입 마케팅을 진행했다. 지난해 말 AI 회계엔진인 핀키를 개발하고 출시했다. 현재 5월 종합소득세 신고에서 중소상공인이 복식부기를 통해 20% 기장세액공제를 받아 절세할 수 있도록 딥러닝 모델 고도화에 집중하고 있다.
업계에서는 세이프 투자가 초기 스타트업이 빠르게 성장할 수 있는 마중물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고 평가한다. 적은 자금으로 속도감 있는 투자를 진행해 기업이 의미 있는 성과물을 만들어낼 수 있도록 지원하기 때문이다.
아울러 스타트업 입장에선 초기 투자 유치로 지분이 과도하게 희석되는 문제를 방지할 수 있다. 투자자는 기업평가나 실사 비용을 절약할 수 있다. 가치평가 상한과 할인율을 적용할 경우 추후 본 투자자보다 할인된 가격으로 선투자 할 수 있다는 점에서 윈윈이다.
향후 업계에서는 세이프 투자가 스타트업 돈맥경화에 의미 있는 해결책으로 떠오를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투자 업계 관계자는 “통상 세이프 투자는 기업의 요청이 있는 경우 검토 후 투자를 진행한다”며 “최근 투자 시장이 얼어붙어 세이프 투자 요청이 많이 들어오고 있으며 진행한 건도 늘어나고 있다”고 말했다.
손지혜기자 jh@etnews.com
스타트업 가치 평가 과정 축소
-
손지혜 기자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