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기업들이 한국에서 판매할 프로그래머블 로직 컨트롤러(PLC) 물량을 중국으로 돌리는 바람에 우리나라 이차전지 업체들이 제조 라인 구축 일정에 차질을 빚었다는 것이 업계 중론이다.”
이유미 LS일렉트릭 자동화 CIC 전략·디지털부문장 상무는 국내 기업들이 국산 PLC를 사용해야 하는 이유를 이같이 말했다. 국산 PLC를 사용하면 수급 이슈에서 자유로울 뿐 아니라, 사업 일정이 지연될 확률이 극히 낮아질 거라는 설명이다.
PLC는 생산 효율성을 높이고 스마트 공장 근간이 되는 자동화 설비 핵심 기기다. 국내에서는 일본 등 외산 PLC가 80% 안팎 점유율을 차지, 장악했다. 현재 외산 PLC는 납기일이 1년을 넘어섰다. LS일렉트릭은 후발 주자로서 PLC를 국산화했고 현대차 국내외 공장 제조 라인에 공급, 적용했다. 현재 3세대 PLC인 XGI-CPUZ를 생산하고 있다.
이 상무는 “우리나라는 제조업 강국인 만큼 경쟁력 유지를 위해서라도 PLC 같은 핵심 설비 국산화가 필수”라면서 “반도체, 배터리, 자동차 등 국내 유망 산업군을 포함한 제조업 전반에서 PLC 해외 의존도를 낮추기 위해 기술 개발을 지속하고, 현재는 고객 편의성과 안정성, 신뢰성을 확보하며 비교우위에 있다”고 말했다.
이 상무는 자사 PLC 강점으로 '초연결성'을 꼽았다. 스마트 공장으로 전환하고 공정 자동화를 고도화하기 위해서는 기기와 장비를 연결하는 통신 프로토콜이 필요한데, LS일렉트릭은 라피넷(RAPIEnet)을 개발해 해결했다. 라피넷은 국내 최초로 IEC 표준으로 등록된 국제 표준 산업용 통신 프로토콜이다. 실시간 이더넷 기술이 적용됐다. 최대 128국의 장비를 최대 1Gbps 대역폭으로 데이터를 실시간 고속 교환한다.
이 상무는 “외산 제조 설비, 장비를 운영하는 고객사라 하더라도 자사 PLC로 교체할 경우 라피넷을 통해 기존 설비, 장비를 최대한 활용할 수 있다”면서 “현대차 공정에 적용하고 운영하는 과정에서 라피넷 성능과 기능을 확인했고, 상대적으로 저렴한 도입 및 유지·보수 비용으로 가격경쟁력까지 입증했다”고 말했다.
이 상무는 우리나라 기업들이 주도해 PLC 등 국내 핵심 자동화 설비 시장을 키우고, 점유율을 높이는데 앞장선다는 계획이다. 자동화 설비가 산업 경쟁력과 직결되는 만큼 완전한 기술 자립이 중요하기 때문이다.
그는 “라피넷 프로토콜과 소프트웨어 개발 키트(SDK)를 공개해 장비 개발 업체 참여를 확대하고, 기술을 보다 보급 및 확산시켜 핵심 자동화 설비 공급 사슬을 강화해 나갈 계획”이라면서 “또 정부 출연연 등과 기술 고도화를 추진할 것”이라고 말했다.
류태웅기자 bigheroryu@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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