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제조산업에 만연한 품질 전문인력 부족 현상이 기업들의 '디지털품질(DQ)' 경영 체계 전환을 가로막고 있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과거 현장 작업자를 중심으로 수기로 진행한 기업의 품질관리 활동은 산업 4.0 시대에서 기술 기반 패러다임으로 급변하고 있다. 핵심 국가경쟁력으로 주목받고 있는 디지털품질을 강화하기 위한 대책이 요구된다.
한국표준협회는 최근 신완선 성균관대 교수 연구팀과 협력해 디지털품질경영모델(DQM)을 개발했다고 22일 밝혔다. 이를 활용해 국내 제조기업 700개사를 대상으로 2022년도 국내 산업 디지털품질경영 실태조사를 했다.
협회 관계자는 “디지털 혁신이 지속가능한 기업 성장을 위한 핵심역량으로 부상한 데 따라 새로운 품질경영 개념과 방향을 정립했다”고 설명했다.
DQ는 디지털 기반 프로세스·시스템을 활용하여 고객의 다양한 요구사항을 충족시키는 품질경영 수준을 뜻한다. 품질경쟁력 진단 및 비교분석 수단으로 활용할 수 있는 DQM은 △범주(5개) △진단기준(15개) △소항목(36개)의 3계층 구조로 구성됐다. 통합(I), 연결(C), 추적(T), 측정(M), 관제(W), 기본(B) 등 6단계 등급체계로 구분해 수준을 표시한다.
조사 대상 기업들의 디지털품질경영 평균 수준은 45.7%(W 단계)로 집계됐다. 대기업·중견기업은 T, 벤처기업은 M, 중소기업은 W를 각각 기록했다. 산업별로는 기계전기전자가 M을 기록하며 가장 높은 수준을 보였다.
산업 전반적으로 경영성과(56.7%, M)가 가장 높은 수준으로 나타났다. 반면에 주요가치(38.2%, W)는 가장 낮았다. 특히 주요가치에서 '품질 전문인력 관리'(30.6%)가 매우 취약한 것으로 나타났다.
인력 운영현황에서는 국내 제조산업의 품질인력 보유 기업 비율이 75%로 조사됐다. 전체 인력 가운데 품질 비율은 5.3%였다. 품질분임조를 운영하는 기업은 253개사(36.1%)로 절반에 미치지 못한 것으로 확인됐다. 직원의 혁신 아이디어를 채택하는 제안제도를 운용하는 기업은 불과 179개사(26.6%)였다.
신완선 교수는 “디지털품질 경영 시대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시대에 맞는 품질인력 양성, 품질분임조·제안 등 품질활동 추진, 업무매뉴얼 개발·보급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협회는 품질 전문인력을 보유하지 않은 기업이 25%에 달하는 것을 감안하면 디지털 기술을 활용한 품질확보가 중요하게 부각된다고 분석했다. 또 디지털품질에 성공하기 위해 디지털 마인드 확립과 체계적 품질활동을 추진하는 게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강명수 한국표준협회 회장은 “산업 4.0시대를 맞아 디지털품질 중요성이 국가경쟁력의 핵심으더욱 강조되고 있다”면서 “국내 최대 규모 정부포상 제도인 국가품질대회에 디지털 부문을 신설하는 등 선도 기업들의 디지털품질경영 우수사례를 발굴·보급하는 한편 전문인력 양성에도 힘을 쏟겠다”고 밝혔다.
윤희석기자 pioneer@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