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팬데믹이 수그러들었지만 세계는 경제 불황이라는 새로운 위기에 직면했다. 에너지 수급, 공급망 문제 등 불안정한 환경 속에서 '혼돈과 격랑의 시대'라는 목소리가 나온다.
위기를 극복하기 위한 대안으로 '디지털혁신(DX)'이 주목받는다. 인공지능(AI), 클라우드, 빅데이터 등 단순 정보기술(IT) 도입을 넘어 활용과 확산에 초점을 맞추는 기업이 늘어난다. DX를 통해 위기 대응력을 높이고 경쟁력을 확보해 시장을 리드하는 기업으로 거듭나려 한다.
23일 열린 'CIO 서밋 2023'에서 'CIO 토론회' 참석자는 DX를 위해 AI, 클라우드 등 적절한 신기술을 도입해 기업 경쟁력을 확보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팬데믹, DX 역량 확보에 올인
이경상 KAIST 교수는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지난 3년간 기업마다 어떻게 DX에 대응했는지 각사 성공사례 공유를 주문했다.
한상욱 신한라이프 DX그룹장은 “팬데믹 기간 고객을 만나 보험을 상담하고 계약을 체결·관리해야 하는 보험업계는 좋지 않은 영향을 받았다”면서 “콜센터를 통한 보험 업무 상담 비중이 확연히 늘면서 상담건의 임계치가 넘어가고, 대기 시간이 길어지는 등 상담 품질이 떨어지는 문제에 직면했다”고 말했다.
이어 한 그룹장은 “AI 음성봇 서비스를 도입해 콜센터 상담 몰림 현상을 일부 해결할 수 있었다”면서 “장소와 시간에 구애받지 않고 고객과 상담할 수 있는 영상상담 서비스를 도입해 영업 환경도 상당 부분 개선했다”며 AI를 통한 자동화 영역, 비대면 서비스를 활용한 고객 접점 확대를 지속 늘려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김종호 CJ프레시웨이 디지털혁신담당 경영리더는 “새로운 비즈니스 요구에 맞춰 개발속도를 높이고 수요의 급격한 변동에 대응하기 위해 인프라 유연성을 확보해야 했다”면서 “필요한 때에 IT 자원을 늘리고 줄일 수 있어야 했고, IT 도구를 활용해 개발 생산성을 높이기 위해 클라우드 네이티브로 전환했다”고 소개했다.
이어 그는 “클라우드 문화에 맞춰 조직체계와 일하는 방식 변화 등 종합적 변화가 일어난다”면서 “엔데믹 이후 새로운 포트폴리오 기반으로 20% 이상 성장을 기록했고 트래픽 급증 현상도 안정적으로 대응하는 등 가시적 성과가 나온다”고 강조했다.
김유신 한화시스템 데이터엑설런스 사업부장은 “다른 산업계보다 제조 산업에서 DX는 상대적으로 더딘 편”이라면서도 “팬데믹 후 전 지구적 변화는 제조업에서도 경쟁력 강화 측면이 아닌 생존이라는 측면에서 필요성을 검토할 수밖에 없었고, 팬데믹 위기를 DX를 통한 성장의 기회로 판단해 디지털 기술 적용 시도를 많이 한다”고 말했다.
◇AI·클라우드·빅데이터…신기술로 DX 이끈다
이 교수는 “회사마다 혼돈과 격랑을 벗어날 다양한 디지털 혁신을 추진하고 있다”면서 “올해 추진하는 디지털 전환 전략과 기대하는 바가 무엇인가”라고 질문했다.
김 리더는 “모든 전략에 포함된 키워드는 '고객'”이라면서 “고객에게 솔루션을 제공하려면 고객의 요구를 명확히 알아야 하기 때문에 '아이-솔루션'이라는 플랫폼을 개발해 고객 중심 모든 데이터를 통합하도록 개발했다”고 말했다.
이어 김 리더는 “고객 정보를 통합하고 니즈를 발굴해도 고객 개인화된 솔루션을 제공하기 위해 AI·머신러닝(ML) 등을 활용 중”이라면서 “관련 전문가를 채용하고 외부 전문가와 협력하는 등 디지털 솔루션을 지속 확충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 그룹장은 “올해 경영전략은 비즈니스 이노베이션(BI)을 최우선으로 톱2 생명보험사로 도약하기 위한 과제를 수행 중”이라면서 “고객과 영업 관점의 본업 경쟁력 강화를 위한 과제 추진과 빅데이터 플랫폼을 활용해 전사 데이터 기반 일하는 문화를 정착시키고 전사에 걸쳐 데이터 분석이 가능하도록 교육 등 인력 양성에도 힘쓸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기존 온프레미스 환경에서 벗어나 민첩한 비즈니스 적용과 확대를 위해 클라우드 기반 시스템을 확대 적용하고 마이크로서비스아키텍처(MSA) 사상을 적용한 설계 등 앱 현대화를 추진한다”면서 “기존 출시한 '하우핏 2.0' '무빗'과 같은 헬스케어 플랫폼의 비즈니스 모델 확보를 위한 전략을 점검하고 ESG도 강화할 계획”이라고 강조했다.
김 사업부장은 “AI 기반 제조공정을 혁신하려하지만 제조 현장에서 데이터가 체계적으로 수집·분석할 여건이 마련되지 못했다”면서 “제조 현장 데이터를 체계적으로 수집, 관리해서 IT를 활용, 분석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하는 것이 현 시점에서 가장 필요한 부분”이라고 진단했다.
이어 김 사업부장은 “보안 등 이유로 퍼블릭 클라우드를 전면 사용할 수 없지만 퍼블릭 클라우드와 유사한 기술을 통해 하이브리드 환경에서 데이터를 체계적으로 수집·가공하는 여건을 만드는 차세대 데이터 플랫폼을 개발했다”면서 “제조 현장에 확산시켜 DX를 지속 추진하는 기반을 마련하겠다”고 말했다.
◇금융·유통·제조, DX로 미래 대응 총력
이 교수는 기업별 이슈 맞춤형 DX 전략에 대해 질문했다. 먼저 신한생명과 오렌지라이프와 통합해 신한라이프로 출범한 후 조직원을 하나로 묶기 위해 어떤 디지털 전환 프로그램을 구동하는지 물었다.
한 그룹장은 'AICC' 전략을 소개했다. 그는 “AICC는 애자일(Agile), 혁신(Innovation), 소통(Communication), 협업(Collaboration)의 약자로 신한라이프의 DX 전략을 함축한다”면서 “신속하고 효율적으로 전략과제를 실행하기 위해 애자일 체계 기반 혁신 업무 추진에 주력한다”고 소개했다.
이어 그는 “개발자 회의, 관리 업무 등을 배제해 오로지 개발에만 집중하는 환경을 만드는 등 일하는 방식의 혁신도 꾀한다”면서 “협업 툴을 적극 활용하고 부서 또는 프로젝트 구성원 간 업무나 이슈 사항에 대해 서로 소통하고 공유하는 등 소통과 협업을 중시하는 문화도 정착시키려 한다”고 강조했다.
한화시스템은 첨단 방산전자와 IT분야 기술을 갖춘 토털 솔루션 기업을 거듭난다. 이 교수는 최근 대우조선해양 인수 이후 한화시스템이 보유한 다양한 분야의 DX가 어떻게 추진되는지를 물었다.
김 사업부장은 “제조업, 그중에서도 최근 인수한 조선업의 경우 한 번에 전체 시스템 DX를 진행하기 어렵고 개별적, 단계별로 추진하다보니 관리체계가 통일되지 못한 경우가 종종 발생한다”면서 “기존 데이터는 메타 DB를 구성해 전체 시스템에서 단계별로 데이터를 연결하도록 하는 등 데이터 플랫폼을 통한 문제 해결에 집중한다”고 말했다.
이어 김 사업부장은 “제조업은 설비가 많고 설비 고장이 발생하기 전에 사전 감지하는 '설비 예지보전' 시스템이 중요하다”면서 “기존 레거시 시스템을 비롯해 중요 설비에 대한 데이터를 최대한 수집하고 이를 기반으로 한 예지보전 적용을 많이 추진하려 한다”고 덧붙였다.
식품 유통은 제품 생산과 소비까지 전체 과정에서 적합한 온도에 맞춰 신선도를 관리하는 '콜드체인'이 필수 역량이다. 이 교수는 CJ프레시웨이의 콜드체인 시스템의 독창성과 디지털 지원전략을 물었다.
김 경영리더는 “신선식품을 적합한 온도로 유통하기 위해서는 창고뿐만 아니라 배송 과정까지 전 과정에서 적절 온도 유지가 중요하다”면서 “배송 과정의 온도를 중앙에서 데이터로 집계하고 모니터링하며 관리하는 체계를 갖춰 고객에게 안전하고 신선한 상품이 공급되도록 지원한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고객이 요청한 상품을 신선도를 유지하며 적기·적소에 배송하는 것이 중요하다”면서 “물류 실행을 철저히 하기 위해 IT를 활용한 검수체계, 물류이슈 선제적 처리 체계, 일일 배송체계 등을 강화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김지선기자 river@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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