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가 그동안 편하게 연구할 수 있었던 것은 국민이 도와줬기 때문입니다. 이제는 되돌려 주고자 합니다. 제 역량과 경험을 살려 우리 기관 기초원천기술로 사업화 전진기지를 이루고, 기업들의 사업화 과정에 힘을 보태겠습니다.”
김병국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 혁신기업협력센터장은 현재 정부출연연구기관(출연연) 내 기업지원을 책임지는 자리에 있다. 또 이에 앞서 30여년 긴 시간 동안 연구에 몰입한 과학자이기도 하다. 전자부품을 비롯한 갖가지 산업 근간인 '무기재료(세라믹)' 영역에서 한 우물을 팠다.
김 센터장은 웃어른들의 가르침이 자신을 세라믹 연구로 이끌었다고 했다. 어려서부터 '자동차는 전자제품이 될 것'이라는 아버지 말을 들으며 자랐다. 그리고 대학에서는 '지금은 세라믹의 시대'라는 김도연 교수(전 교육과학기술부 장관)의 학과 설명을 듣고 무기재료 공학과에 몸 담기로 결정했다. 또 박순자 지도교수의 교육을 받으며 연구의 길을 걸었다.
김 센터장은 “어려서부터 세라믹의 중요성과 가능성을 듣고 자랐다”며 “이후 석박사 과정과 외국 유학, 박사후연구원(포닥) 생활을 할 때도 쭉 한 분야만 바라봤다”고 말했다.
KIST에 재직하며 크게 성과를 낸 부분은 '그린 수소' 영역이다. 무기재료로 만든 모듈을 스택(Stack)으로 쌓아 수전해(물을 전기 분해해 수소를 얻는 방법)에 적용했다. 생산 수소량을 늘리려면 고온 공정이 유리한데 고온 환경에 활용될 부품으로는 무기재료가 제격이다.
김 센터장은 '고체산화물연료전지' 분야도 연구했다. 이 역시 고온 환경이 효율 향상에 도움이 되므로 무기재료로 요소를 이루면 좋다.
김 센터장은 두 연구 주제를 하나로 합쳐 그린수소 생산과 발전, 에너지 저장까지 이어지는 일련의 기술 체계를 구축했다. 이들 기술은 곧 시장에 본격 진입할 전망이다. 미국과 독일 테크기업이 이미 기술을 받아 상용화에 성공했고, 국내 유수 기업도 상용화를 준비 중이다.
김 센터장은 이런 공로를 인정받아 과학기술포장(국가연구개발 성과평가부문)을 수상하고, 한국세라믹학회장으로 선출됐다. 연초에 취임했다.
그는 연구 과정에서 '끈기'가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했다. 또 이에 자신 있다고 했다. 성과를 낸 가장 큰 기반도 바로 끈기라고 했다. 김 센터장은 “사실 일각에서는 제 연구 성공 가능성을 낮게 보고 다른 분야 연구를 권하는 이들도 있었지만, 꾸준한 노력으로 큰 성과를 이뤄냈다”며 “인기 있는 연구, 시류를 따르는 것도 좋지만 이 경우 대성하기는 어렵다고 본다”고 강조했다.
김 센터장은 이런 자신의 끈기와 연구 경험, 역량을 바탕으로 기업지원에 헌신하고 싶다고 했다. KIST 혁신기업협력센터장 소속 31명 직원과 KIST 지원기업인 'K-클럽' 131곳 모두를 상시 지원하는 체계를 이루겠다고 했다.
부채감이 이유라고 했다. '세금밥'을 먹었으니 그 값을 하겠다는 것이다. 김 센터장은 “30년 동안 세금으로 먹고 살았으니 이젠 국민과 사회에 되돌려줘야지 않겠느냐”며 “우리가 보유한 기초원천기술을 사업화해 연관된 기업들이 실질적인 도움을 받는다는 느낌을 받을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김영준기자 kyj85@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