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과 한국 코인 증권성 판별 기준 달라…SEC 판단 구속력 없다”

“미국과 한국 코인 증권성 판별 기준 달라…SEC 판단 구속력 없다”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가 특정 코인을 증권이라고 결론내리더라도, 국내 자본시장법을 적용할 경우 다른 결론이 나올 수 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토큰증권발행(STO)이 본격 제도화되면 코인거래소에 상장된 코인 상당수가 위법한 증권으로 분류돼 상장폐지 될 수 있다는 우려가 최근 제기되고 있는데, 이를 정면 반박한 것이다.

김갑래 자본시장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24일 한국증권법학회 주최로 금융투자협회에서 열린 심포지엄에서 “현재 미국 SEC(증권거래위원회)가 증권성에 대해서 굉장히 확장적으로 보고 있는데, 우리 자본시장법은 미국법과 차이가 있다”며 “SEC의 입장이 한국의 코인 관련 정책을 구속하는 것은 아니다”고 설명했다.

SEC는 수년 동안 소송을 진행해 온 리플(XRP)뿐만 아니라 최근 스테이블코인도 증권에 해당한다는 견해를 보이고 있다. 이달 SEC는 미국 스테이블코인 발행사 팍소스에게 바이낸스USD(BUSD)가 미등록 유가증권에 해당된다는 의견을 담아 웰스노티스(Wells Notice)를 전달했다. 웰스노티스는 규정을 위반해 민사소송 대상이 될 기업에게 SEC가 해명을 요구하는 사전통지서다. 이에 뉴욕금용감독국(NYDFS)도 팍소스에 대한 제재에 돌입했고, 팍소스는 결국 바이낸스USD 발행을 중단하겠다고 밝혔다.

SEC의 판단은 국내 가상자산 시장에도 적지 않은 파장을 미치고 있다. 한국의 자본시장법은 미국법을 상당 부분 참고해 제정됐는데, 코인의 증권성을 판단하는 기준인 '하위테스트(Howey Test)'가 국내 법에도 반영됐기 때문이다. 이는 어떤 코인이 하위테스트를 적용해 증권으로 미국 법원이 판단했다면, 한국에서도 증권으로 결론날 가능성이 높다는 의미다.

주요 가상자산으로 평가되는 리플이 증권으로 결론지어질 경우, 유사한 성격을 가진 알트코인 대부분은 증권으로 분류돼 무더기 상폐로 이어질 가능성도 있다. 이와 더불어 최근 금융당국이 STO 발행에 대한 가이드라인을 내놓은 것 역시 코인 형태로 발행된 디지털자산을 제도권 내로 끌어들이기 위한 것이라는 해석이 이어졌다.

김갑래 선임연구원은 “미국 하위테스트를 우리 나라가 많이 가져오기는 했지만, 세부적인 부분은 중요한 차이가 있다”며 “미국은 '수익의 기대'만으로 투자계약증권 개념이 형성되지만, 우리나라에서는 '어느 정도의 권리성'까지 요구하고 있어 대상 범위가 좀 더 좁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SEC가 테라USD를 증권이라고 결론내린 사례 역시 이 코인이 '알고리즘 스테이블코인'이라 투자계약증권의 구성요건 해당성이 높다고 본 것”이라며 “모든 스테이블 코인이 증권이라는 시그널로 이해해서는 안 되고, 더욱 중요한 것은 미국과 한국 모두 증권성을 판단할 수 있는 권한은 대법원이 갖는다는 점”이라고 강조했다.

이형두기자 dudu@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