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페이가 국내에 도입되더라도 교통카드 연동 서비스는 도입이 상당 기간 늦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애플과 국내 교통카드사업자 간 교통카드 인프라 협의가 타협점을 찾지 못해 난항을 겪고 있기 때문이다.
26일 금융당국과 업계에 따르면 애플이 국내 교통카드사업자인 티머니, 캐시비 등과 애플페이 교통카드 탑재를 놓고 협의하고 있지만 결론에 도달하지 못했다.
교통카드 연계 협상이 난항을 겪는 이유는 애플이 카드를 대체하는 토큰을 애플만 접근 가능한 'eSE'(embedded secure element)에 저장하고, 필요할 때 저장된 토큰을 불러 처리하는 방식을 고수하고 있기 때문이다.
반면에 국내 대중교통 인프라는 신용·체크카드 또는 선불형교통카드에 내장된 RF(Radio Frequency) 칩을 통해 카드번호를 불러와서 처리한다. 삼성페이는 티머니와 캐시비 등 교통카드사업자가 교통카드 정보, 결제 등을 USIM과 같은 SIM에 등록해서 결제 때 이를 불러오는 SIM-SE 기반 시스템을 사용하고 있다.
이 때문에 애플페이를 교통카드로 사용하려면 버스 등에 설치된 단말기를 애플페이 수용이 가능한 EMV 규격 단말기로의 교체가 필요하다. 단말기 교체에는 천문학적 비용이 든다.
이 때문에 국내 교통카드사업자는 애플에 애플페이 근거리무선통신(NFC) 액세스 권한 부여를 요구하고 있다. 이 경우 단말기 교체가 아닌 업데이트를 통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
그러나 애플은 여러 사업에서 인프라 구축 등에 비용을 부담한 일이 없다. 그동안 사업 방식처럼 국내 사업자에 관련 비용을 요구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교통카드사업자는 애플페이를 통해 얻을 기대 이익이 크지 않다. 신용카드사와 달리 소비자를 록인하는 효과도 미미하다. 협상이 쉽게 성사되기 어려운 이유다.
업계 관계자는 “국내 대중교통 인프라는 2004년부터 이어져 소비자 대부분이 불편 없이 사용하고 있는 상황”이라면서 “이렇다 보니 교통카드사업자가 기존 단말기를 대거 교체해야 하는 애플 방식에 난색을 보이고 있다”고 말했다.
다만 해외에서 애플이 폐쇄적이던 애플페이 NFC 액세스에 전향적인 변화가 감지되고 있어 일단 가능성은 열려있다는 관측이다. 애플은 2024년에 발효될 유럽연합(EU) 디지털시장법을 준수하기 위한 개발에 착수했으며, 해당 내용에는 지갑 앱에서 휴대폰 NFC 칩에 대한 액세스 권한을 부여하는 부문도 포함돼 있다.
이와 관련해 티머니와 캐시비는 말을 아꼈다. 이들은 “애플페이 교통카드와 관련해 확인해 줄 수 없다”고 말했다.
박윤호기자 yuno@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