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첨단 정보기술(IT) 산업의 공급망 위험 노출이 심각하다는 분석이 제기됐다. 미국과 중국 중심 글로벌 공급망 재편에 대응해 수출 다변화 등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대한상공회의소 지속성장이니셔티브(SGI)는 이같은 내용 등을 담은 '미국과 중국의 첨단 IT 공급망 재편 동향과 시사점' 보고서를 27일 발표했다.
SGI에 따르면 전기 및 광학 기기 부문에서 한국의 전방참여율(2021년 기준)은 57%로 주요 20개국(G20) 가운데 가장 높았다. 전방참여율은 국내 수출품이 수출 상대국의 중간재로 사용되는 정도를 나타낸다. 수치가 높을수록 수출을 통한 공급망 참여도가 높다는 것을 의미한다.
SGI는 “향후 공급망 재편 양상에 따라 수출구조의 변화를 피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반도체, 전기차, 배터리 등 첨단 IT 산업 공급망이 장기적으로 미국과 중국 중심으로 이원화될 것이라는 설명이다. 미국은 반도체 칩과 과학법, 인플레이션 감축법(IRA) 등을 통해 반도체, 전기차, 배터리 생산시설 등을 자국 내 유치하고, 중국 중심 공급망 체계를 변화시키려 하고 있다.
문제는 중국 의존도가 높은 한국의 수출 구조다. 국내 생산제품은 중국을 경유해 제3국으로 수출되는 중국 중심의 공급망에 맞춰져 있어 수출 구조 변화가 필요하다고 SGI는 분석했다. SGI는 “첨단 IT 산업 분야의 미국 소비시장을 공략하기 위해 미국으로 생산 시설을 확충하거나 이전해야 한다”라며 “한국기업들이 미국 내 생산설비를 확충하는 과정에서 국내 투자가 위축될 가능성이 있어 이를 방지하기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라고 강조했다.
SGI는 국내 투자 축소를 방지하기 위해 미국 진출 한국기업과 국내 생산기업과의 생산체계가 긴밀하게 유지돼야 한다고 밝혔다. 또 중국 외 추가 수출시장을 발굴하는 일명 '차이나 플러스' 전략과 탈 중국을 고려하는 기업에 대한 국내 유인 정책도 제안했다.
SGI는 정부가 첨단 IT 부문 공적개발원조를 늘리면서 한국기업의 신시장 진출을 지원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탈중국을 고려하는 기업들이 국내로 돌아올 수 있도록 대기업에 대한 고용창출금, 입지보조금 등 리쇼어링(본국으로 복귀) 혜택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함봉균기자 hbkone@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