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과 저의 관계는 사실 백지 상태다. 어떤 합도 맞춰본 적이 없기 때문에 앞으로의 관계도 모든 가능성이 열려 있다.”
천하람 국민의힘 당대표 후보가 윤 대통령과 정치적 파트너로서의 가능성을 시사했다. 이미 관계가 소원해진 안철수 후보나 후방지원을 통해 정치적 부채가 있는 김기현 후보보다는 본인이 윤 대통령과 좀 더 건전한 관계 형성이 가능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천 후보는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당대표가 된다면 윤 대통령, 친윤계와의 관계를 어떻게 설정할 것인가?'라는 질문에 “제가 친이(이준석)계다 보니 대통령과 좋은 관계가 어려울 것이라는 당원들의 걱정은 알지만, 저 역시 가장 중요한 파트너가 대통령이라는 것도 알고 있다”고 말했다.
다만 “가능한 대통령께 맞춰드릴 생각이지만, 당대표로서 할 수 있는 것과 할 수 없는 것은 명확하게 할 것”이라며 건전한 소통관계를 유지하겠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이어 “윤 대통령께서 '의리'와 '신의' 이런 가치를 중요하게 여기시는 것 같다. 그런 면에서 최소한 배신감이 들게하는 일을 없을 것”이라고 부연했다.
천 후보는 오히려 김기현 후보가 '배신의 정치' 부담을 지고 있다고 봤다. 그는 “김 후보는 지금 대통령에게 엄청난 빚을 지고 있다. 공천 과정에서 대통령이 원하는 바를 100% 해내지 못했을 때 '배신의 정치' 공세가 나올 것이고, 적어도 한 두번은 그런 상황이 벌어질 것이다”라고 전망했다.
종반부에 접어든 전당대회에 대해서는 D학점을 줬다. 초반 낙제점(F학점)이었던 상황에서 그나마 본인이 후보로 나서며, 학점으론 'D', 점수로는 '60점' 정도 줄 수 있다고 했다. 낮은 평점의 이유로는 '못하기 경쟁'을 꼬집었다. 상대방의 잘못으로 이득을 가져가려는 구조가 이번 전당대회에서 반복되고 있고, 다른 후보들의 자책골에 스스로의 장점을 부각시킬 시간이 없을 정도라며 안타까워 했다.
천 후보는 이번 전당대회는 물론 전체적인 정치의 논의 수준을 높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국민이 정치인들을 향해 조금 덜 싸웠으면 좋겠다라고 요구하는 것은 수준 높은 경쟁을 하라는 의미”라며 “우리가 국민연금을 어떻게 개혁할 지, 이재명 대표에 대한 문제를 어떻게 할 지 등의 문제를 가지고 논쟁을 한다면 국민은 박수를 쳤을 것”이라고 말했다.
천 후보는 차기 당대표 목표에 60% 수준까지 올라섰다고 자평했다. 적어도 당대표 결선투표 진출은 100% 확신했다. 이 같은 확신에는 부산연설 당시 당원들의 반응이 있다. 부산·울산·경남 지역은 엄연히 대표 친윤계인 장제원 의원과 경쟁자인 김 후보의 '안방'이다. 그는 이곳에서 '윤핵관(윤석열 핵심 관계자)'을 조선시대 원균에 비유해 비판했지만 야유를 듣지 않았다. 천 후보는 “안정을 이유로 김 후보를 지지하는 당원들도 있지만, 지금의 전당대회 상황은 그분들도 정상적이지는 않다고 보는 것”이라고 진단했다.
천 후보는 전당대회가 끝나기 전 선명한 개혁의 방향성을 제시하는 정책과 연설을 하겠다고 예고했다. 그는 “노동과 한반도 평화 문제 등을 거론하고 있지만, 전당대회를 흔들 이슈 메이킹은 되고 있지 않다”라며 “대중들에게 '천하람'으로 떠올릴 수 있는 정책과 연설로 전당대회를 윤심 논란과 울산 땅 의혹에서 끄집어낼 것”이라고 강조했다.
천 후보는 “여야 대립만큼이나 국민의힘 내부의 세대 갈등도 심각하다”라며 “미래를 향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전통 보수의 고령 지지층들 역시 소외당했다고 느끼지 않도록 혼자 달려나가는 당대표가 되지는 않겠다”라고 약속했다.
조정형기자 jenie@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