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포동의안 '턱걸이 부결'…이재명 대표 거취 압박 커지나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와 박홍근 원내대표가 27일 오후 국회에서 열린 본회의에서 이 대표에 대한 체포동의안 무효표 논란 관련 논의를 하고 있다. 감표위원들은 이날 투표용지를 분류하는 과정에서 표기가 애매한 2장을 놓고 이견을 보여 표결 절차가 잠시 중단됐다. 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와 박홍근 원내대표가 27일 오후 국회에서 열린 본회의에서 이 대표에 대한 체포동의안 무효표 논란 관련 논의를 하고 있다. 감표위원들은 이날 투표용지를 분류하는 과정에서 표기가 애매한 2장을 놓고 이견을 보여 표결 절차가 잠시 중단됐다. 연합뉴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에 대한 체포동의안이 국회 문턱을 넘지 못했다. 하지만 민주당내 이탈표가 대거 발생해 체포동의안이 '겨우' 부결된 데다 정치적인 위기도 해결되지 않아 이 대표의 고민도 깊어졌다. 이 대표의 거취가 야당 갈등의 뇌관으로 자리 잡을 전망이다.

국회는 27일 본회의를 열고 재적 297명, 찬성 139표, 반대 138표, 기권 9표, 무효 11표로 이 대표에 대한 체포동의안을 부결했다. 국회의원 체포동의안은 재적의원 과반 출석에 출석 의원 과반이 찬성하면 가결된다. 비록 이날 찬성(가결)이 반대(부결)보다 많았지만 '과반 출석, 과반 찬성'에 미치지 못해 부결됐다.

당초 민주당은 '압도적 반대'를 자신하며 '표 단속'에 들어갔다. 그러나 이탈표가 상당수 나옴에 따라 이 대표는 오히려 리더십에 타격만 입은 셈이 됐다. 쏟아진 이탈표를 단속하지 못한 탓에 정치적 위기도 더욱 커졌다.

위례·대장동·성남FC 등과 관련해 검찰의 기소가 거의 확실한 상황에서 '기소시 당직 정지'를 규정한 당헌 80조에 대한 해석을 두고도 당내 논란이 가중될 것으로 보인다. 특히 당 지지율이 여당보다 우위에 서지 않으면 지난 총선 승리의 발판이 된 수도권을 중심으로 이 대표의 결단을 촉구하는 목소리가 나올 가능성이 크다.

이날 속출한 반대표는 이를 우려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민주당 지도부가 이를 두고 검찰의 탄압에 의한 예외 상황이라는 논리를 펼치고 있지만, 당내에서는 이 같은 목소리가 먹히지 않고 있음을 증명한 꼴이 됐다.

쌍방울, 대북송금 등 자신을 둘러싼 리스크가 여전히 남은 탓에 검찰이 추가로 쪼개기 체포영장청구를 하게 될 가능성도 있다. 정치권에서는 기존 체포영장 청구의 이유였던 위례·대장동·성남FC 의혹이 아닌 다른 사건을 적시한 체포동의안이 3월 임시 국회 중에 넘어올 가능성도 있다고 예상하는 분위기다.

이 과정에서 이 대표가 이 모든 사안에서 '결백'을 주장하더라도 최소 3년여의 시간을 재판과 추가 수사, 기소 등으로 소비해야 하는 상황인 탓에 내년에 열리는 총선에서 정상적인 지휘가 사실상 불가능할 것이라는 우려도 제기된다.

결국 이 대표가 결단을 내려야 하는 시점이 찾아오거나 이에 준하는 정치적 묘수를 찾아야 한다는 분석이 나온다. '체포동의안 표결'을 통해 리더십과 비전에 불신임을 던진 의원들이 대거 확인된 만큼 이 대표를 둘러싼 거취 압박도 커질 전망이다.

다만 민주당 지도부는 정면돌파에 대한 의지를 일찌감치 밝힌 상황이다. 이 대표는 지난 23일 기자회견에서 “사법리스크가 아니고 검찰리스크”라며 “영장은 검찰의 일방적인 주장이다. 토착비리가 아닌 검찰비리”라고 반박했다. 또 “아무것도 가진 게 없었고 기득권과 싸우면서 끊임없이 수사받았다. 결국에는 우리 국민들이 이 자리까지 나를 끌어다 줬다고 생각한다”면서 “검사독재정권의 무도한 폭력적 지배가 일시적으로는 성공한 것처럼 보이지만 결코 우리 국민이 용서하지 않을 것”이라고 자신했다.

박홍근 민주당 원내대표도 이날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지금 우리는 대한민국 역사에서 유례를 찾기 힘든 퇴행적 검찰정권의 폭정을 맞닥뜨리고 있다. 윤석열 검사독재정권의 법치는 오로지 자기 가족을 지키는 데에만 유능하다”며 “민주당은 자랑스러운 민주주의자들이 지켜온 정당답게 윤 검사독재정권의 폭정을 저지하고 역사의 후퇴 막아낼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권력은 짧고 역사는 길다. 독재 권력은 진실을 조작하고 정적을 탄압했지만 역사는 그들을 단죄해왔고 늘 전진해왔다”고 덧붙였다.

최기창기자 mobydic@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