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바칼로레아(IB; International Baccalaureat)는 비판적 사고능력 강화와 자기 주도적 학습에 특화된 수업 방식으로, 4차 산업혁명 시대에 걸맞은 교육 프로그램이다. 특히 논술과 토론 위주로 수업을 진행하기 때문에 2025학년도 고교학점제, 2028학년도 논·서술형 수능과 맞물려 재조명되고 있다.
IB 성공을 위해서는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할까. 첫째 공교육 혁신의 마중물이다. IB 도입이 학교 간, 지역 간 격차를 심화시켜 불평등을 초래한다는 비판을 잠재우기 위해선 IB 프로그램 운영이 일부 학교나 소수 엘리트 학생의 전유물이 아니라 공교육의 혁신과 변화를 촉진하는 매개체가 돼야 한다.
둘째 자발적 참여 유도다. 교육청은 학교 선정에 중점을 두기보다 단위 학교가 자발적으로 참여할 수 있도록 교원을 포함한 여러 교육 주체의 동의를 얻어야 한다. 이를 위해 IB 관심·후보·인증학교가 될 때까지 행정·재정 지원을 어떻게 하겠다는 것을 명확하게 제시해야 한다.
셋째 공감대 확산이다. 학교를 둘러싸고 있는 다양한 주체 대상으로 IB 도입에 대한 설명회·포럼·토론회를 통해 IB 프로그램이 자녀 학습에 어떠한 도움이 되는지 학부모에게 알기 쉽게 접근해야 한다.
예컨대 방송 프로그램 제작을 통해 IB 프로그램의 의미와 가치를 알릴 수 있다.
넷째 점진적 확산이다. IB 스쿨이 되기 위해선 IB 본부로부터 학교시설, 교사 등 다양한 심사를 받는 데 평균 3년이 소요된다. 도입 주체가 다양한 IB 학습 과정을 체험하고 실천하면서 IB 장점을 스스로 깨달아야 한다. 급속한 양적 확대보다 IB 도입 효과를 공유하며 점진적 확산을 목표로 나아가야 한다.
다섯째 정책의 지속성이다.
새로운 정책은 반발이 있기 마련이다.
IB를 단순히 교육감 공약 및 정책 사업으로 추진하면 자칫 임기 내에만 추진될 수 있다. 교육 현장에서 안심하고 신뢰할 수 있는 치밀하고 꼼꼼한 중장기 로드맵을 제시해야 한다.
여섯째 교원 선발·배치·연수다. IB가 정착하려면 가르칠 수 있는 교사 확보가 가장 중요하다. 따라서 IB를 도입하는 학교를 위해 교사 배치 및 전보 규정 제·개정을 마련해야 한다. 교사 선발 과목에 중점을 둘 것인지 학년 단위로 운영할 것인지 등 교사 수급 전략을 수립해야 한다. 실제 운영을 위해서는 다양한 패턴의 연수가 진행돼야 한다.
기초·이해·수업설계·컨설팅 연수를 교원뿐만 아니라 일반직 공무원에게도 IB를 이해할 수 있도록 연수기회를 제공해야 한다.
일곱째 지원체계 정립이다. 교육청에서 모든 지역의 학교를 지원하기는 어렵다. 교육청은 컨트롤타워, 지역교육청은 정책 수행으로 역할을 분담해야 한다. 각 지역은 수석 교사 중심으로 IB 추진 전담 조직을 운영하면 된다.
화분 물주기식 예산 배분으로는 성공할 수 없다.
여덟째 평가의 공정성 확보다. IB가 유용한 이유는 시험제도 때문이다. IB 평가 시스템은 공정성과 객관성을 인정받는 것은 평가자가 누구인지를 알 수가 없기 때문이다. 그러나 IB 한국어판의 경우 전문 인력 부족으로 인적 정보가 노출될 수 있다. 따라서 전문가 선발 및 양성 과정에서 경력이 다양한 외부 전문가를 적극 활용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성공모델 구축이다. IB가 정착되기 위해선 대학입시와 연계돼야 한다. IB 이수를 입학 성적으로 인정하는 대학은 전 세계 90개국 3300여개교에 이른다. 학생과 학부모가 원하는 것은 IB가 대학입시에 반영되는 것이다. IB를 이수한 학생이 특정 대학의 글로벌 인재 전형으로 입학할 수 있도록 일정 비율을 선발해야 한다. 선택과 집중으로 한 곳이라도 성공모델을 만들면 얼마든지 확산할 수 있다.
지금 세계 교육의 트랜드는 창의력을 발휘할 수 있는 '테이크 아웃'(take out) 교육을 하고 있다. 암기 위주의 '풋 인'(put in) 한국식 교육을 바꾸는 해법으로 IB가 주목받고 있다.
박정일 경기도교육연구원장 tigerdream2080@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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