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서 가장 많이 팔리는 볼보자동차는 어떤 모델일까. 정답은 플래그십 세단 'S90'이다. S90은 지난해 국내에서 4361대가 팔려 전년 대비 35.7% 성장했다.
동급 최대 수준의 차체에 완성도 높은 디자인, 친환경 파워트레인, 한국형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을 조합한 S90은 깐깐한 국내 소비자에게 가치를 인정받으며 꾸준한 판매 성장세를 기록 중이다. 럭셔리 세단 시장에서 존재감을 키우고 있는 S90을 시승했다.
S90은 커다란 차체가 압도적 존재감을 전달한다. 전장은 5090㎜, 휠베이스 3060㎜의 커다란 차체를 바탕으로 여유 있는 실내 공간을 제공한다. 외관은 단정한 정장을 입은 신사가 떠오른다. SPA 플랫폼을 바탕으로 볼보 헤리티지와 독창적 디자인 언어를 더해 조화로운 차체 비율을 갖췄다.
전면은 블랙 백그라운드 위에 카메라를 통합한 3D 형태의 아이언마크와 토르의 망치를 형상화한 시그니처 LED 헤드램프가 크롬으로 장식한 라디에이터 그릴와 어우러진다. 후면은 공기 저항을 낮춰주는 트렁크 일체형 스포일러, 히든 테일 파이프, 시퀀셜 턴 시그널이 포함된 풀 LED 테일램프를 적용했다.
늘어난 전장만큼 실내 거주성 역시 동급 최대 수준이다. 3m 이상의 휠베이스 덕분에 뒷좌석 레그룸은 1026㎜에 달한다. 다리를 꼬고 앉아도 앞좌석과 여유가 있을 만큼 넉넉하다. 스칸디나비아 인테리어 디자인에서 영감을 받은 실내 공간 구성도 가치를 높이는 요소다.
시트 색상은 앰버, 블론드, 차콜, 마룬 브라운, 슬레이트 등 다섯 가지를 제공하며 이에 따라 천연 나뭇결이 살아있는 대시보드와 센터콘솔 등 장식을 피치드 오크나 그레이 애쉬우드로 선택할 수 있다. 인체공학적으로 설계된 시트는 전동식 럼버 서포트와 쿠션 익스텐션을 갖춰 장거리 주행에도 편안한 착좌감을 보인다. 시승차인 얼티메이트 브라이트 트림은 운전석에서 마사지 기능까지 사용할 수 있다.
수억원대 럭셔리 세단에나 달릴 법한 고급 장식과 뒷좌석 전용 장비도 눈길을 끈다. 천연 크리스털로 제작한 오레포스의 크리스털 기어노브에 뒷좌석 탑승객을 위한 럭셔리 암레스트, 측면 윈도 선 블라인드, 리어 선 커튼을 모두 갖췄다.
스마트 디바이스에 가까워진 새로운 디지털 서비스 패키지는 운전을 즐겁게 한다. S90은 다른 볼보 모델처럼 한국을 위해 티맵모빌리티와 300억원을 투자해 개발한 TMAP 인포테인먼트 서비스를 탑재했다. 차 안에서 '아리아'를 부르면 실내 온도와 같은 차량 제어, 목적지와 경유지 설정 등 다양한 기능을 수행한다. 여러 수입차가 시도한 한국형 인포테인먼트 시스템과 비교해 가장 앞선 수준이다.
힘과 연비도 만족스럽다. S90은 플러그인 하이브리드(PHEV) T8, 48V 가솔린 마일드 하이브리드(MHEV) B5과 B6 세 가지 파워트레인을 제공한다. 시승차는 B6로 최고출력 300마력, 최대토크 42.8㎏·m의 경쾌한 성능을 발휘한다. B5보다 50마력가량 높은 출력을 지녀 더 강력한 힘을 보여준다.
S90에 탑재한 MHEV는 첨단 운동 에너지 회수 시스템이 2.0ℓ 가솔린 엔진과 8단 자동변속기를 결합한 통합형 전동화 파워트레인이다. 48V 배터리가 출발 가속과 재시동 시 엔진 출력을 보조하는 방식으로 약 14마력의 추가 출력을 지원해 더 민첩한 주행이 가능하다. B6 엔진은 저마찰 기술과 커먼레일 직분사, 전기식 슈퍼차저, 터보 등을 조합해 초반 가속 시 빠른 응답성과 주행 시 충분한 가속감을 느낄 수 있다. 정지 상태에서 100㎞/h 가속 시간은 6.6초에 불과하다.
넘치는 힘에 비해 연비는 준수하다. 공인 복합 연비는 9.9㎞/ℓ인데 시승 당일 복잡한 도심에서도 10㎞/ℓ 이상을 꾸준히 유지했다. 고속도로 정속 주행에서는 13~14㎞/ℓ 수준의 연비를 보여줬다. 2종 저공해 자동차로 분류돼 공영 주차장 등의 혜택도 받을 수 있다.
승차감이나 정숙성 면에서도 럭셔리 세단으로서 합격점을 주고 싶다. 서스펜션은 앞 더블 위시본, 뒤 인테그랄 링크 방식으로 거친 노면에서 차체로 전달되는 충격을 매끄럽게 해결한다. 정차 시나 주행 시 모두 진동과 소음이 거슬리지 않을 만큼 잘 걸러낸다.
S90 가격은 엔진과 트림에 따라 6350만~8740만원이다. 시승차는 B6 AWD 얼티메이트 브라이트로 7350만원이다. 볼보는 모든 트림에 최신 안전 장비인 인텔리세이프를 탑재하는 등 기본 구성도 훌륭해 가성비를 고려하면 6000만원대 트림을 구매해도 충분히 만족스러운 선택일 것이다.
정치연기자 chiyeo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