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건강에 대한 관심이 더더욱 고조됨과 동시에 관심 대상이 되고 있는 영역이 있다. 바로 '수면'이다. 특히 우리나라 사람들의 경우 세계적으로 수면시간 부족으로 인해 추가적인 질병발생 등 전반적으로 '삶의 질'이 저하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한국인은 2016년 기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평균 수면시간 8시간 22분 대비 41분이 적은 7시간 41분에 해당한다. 특히 직장인 평균 수면시간은 더 짧은 상황으로 6시간 6분으로 밖에 되지 않는다. 이 때문에 부족한 잠은 주말에 몰아서 자거나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중에 잠시 잠을 청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대한수면의학회(Korea Neuropsychiatric Association) 2011년 보고서에 의하면 수도권 직장인 754명을 대상으로 한 연구결과, 수면장애로 인한 총 시간손실은 연간 773.84 시간으로 추산된다.
이는 다시 수면의 질 저하로 이어진다. 한국 불면증 환자수는 2012년 40만명 수준에서 2016년 54만명 수준으로 급증하고 있는 상황이다. 직접적인 수면장애 관련 건강보험 진료비는 2012년 359억원에서 2015년 463억원으로 약 29%가 급증했고 관련 질환까지 고려할 경우, 2016년기준 1178억원으로 추산된다.
수면과 관련된 상황이 이렇다 보니, 최근 급부상한 산업이 수면 관련 산업이다. 일명 '슬리포노믹스' '수면 경제'라고도 한다. 말 그대로 숙면에 도움이 되는 침구류라던가, 커튼, 안대, 잠이 잘 오게 하는 오일이나 방향제 같은 수면 관련 상품이나 서비스를 제공하는 산업을 말한다. 이들 관련 산업 규모는 2021년에 이미 3조원을 돌파했을 정도로 국내 수면 시장이 급성장하고 있다.
맥킨지 & 컴퍼니는 관련 보고서에서 수면산업을 크게 세 가지로 구분하고 있다. 먼저 수면 환경을 최적화 하는 데 도움을 주는 '수면환경 최적화(Ambience optimization) 산업'과, 일상적인 수면 습관을 개선하여 숙면을 취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일상적 수면습관 개선(Routine modification) 산업' 마지막으로 수면 치료(Therapeutic treatment) 산업 등 크게 세 가지로 구분한다.
최근에는 이들 관련 제품들이 더더욱 고도화되고 있는 추세다. '노키아'는 '노키아 슬립'이라는 센서가 부착된 매트 형태 사물인터넷(IoT) 기기를 출시한 바 있다. 침대 매트리스 아래에 넣어두면 스마트폰 속 '헬스 메이트'애플리케이션(앱)과 연동해 사용자 움직임과 코골이, 심장박동 등을 분석해주는 최첨단 '슬립테크(SleepTech)' 제품이다.
실리콘밸리 스타트업의 경우 개인별 수면 상태를 분석해 숙면을 유도할 수 있는 수면보조 치료제(처방약, 일반의약품, 생약)와 매트리스, 베개 등을 일체형으로 판매하는 회사도 등장했다. 런던 피카딜리에 위치한 매장인 '포트넘앤메이슨'은 2017년 12월에 'Sleep Well milk'라는 이름의 우유를 출시한 바 있다. 또 미국에는 신생아에서 유아기 사이 아이 수면 문제로 어려움을 겪는 가정에 상담과 조언을 해주는 유아 수면 컨설턴트라는 직업이 인기라고 한다.
이상에서 열거한 바와 같이 현재 해외에서는 수면 관련 산업들이 크게 성장하고 있다. 특히 코로나19 이후 불거진 경기 침체로 인해 더더욱 숙면을 하지 못하는 현대인이 늘어나고 있다. 다양한 수면 관련 보조도구 등이 필요한 상황이 예상된다.
현재 국내 수면산업의 경우, 미국 등 수면산업 선진국과 비교할 때 미미한 시장 규모에 그치고 있다. 세부 산업 영역 또한 아직까지 초기 단계에 놓여 있는 상황이다. 현재 미래 먹거리를 찾기 위한 시도가 이루어지고 있는 상황에서 숙면산업이라는 틈새 시장도 주목해 보면 어떨까 싶다.
박정호 명지대 특임교수 aijen@mju.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