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달 중순 삼성·LG 중심으로 구글, 아마존 등 글로벌 스마트홈 기업 100여개사가 서울에 집결한다. 지난해 나온 글로벌 표준 '매터'(Matter) 확산과 후속 버전 개발이 집중 논의될 것으로 전망된다. 매터 발표 이후 첫 정례회의가 한국에서 열리는 만큼 우리 기업이 표준화 작업을 주도하는 자리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
글로벌 스마트홈 표준화 단체인 CSA(Connectivity Standards Alliance)는 오는 20~23일 서울에서 정례회의를 개최할 예정이다.
정례회의는 매터 개발을 주도하는 CSA 회원사가 총출동, 그동안 표준 적용 현황을 점검하고 향후 계획을 논의하는 행사다. 구글·아마존·애플 등 글로벌 스마트홈 플랫폼 기업은 물론 월풀·하이얼·샤오미 등 가전·디바이스 업체까지 100여개 기업 500명 이상의 관계자들이 모인다.
나흘 동안 열리는 회의에서 회원사들은 지난해 10월 발표한 매터 1.0 버전의 확산 현황을 공유한다. 이르면 올 상반기 발표 예정인 1.1 버전 개발 계획도 협의한다. 매터는 기기 간 통신 언어를 통일한 홈 사물인터넷(IoT) 표준으로, 플랫폼 종속성을 없애는 등 완전한 스마트홈 환경을 구현할 열쇠로 주목받고 있다.
현재까지 매터 표준을 적용, 인증한 제품은 700여가지다. 대부분 스마트 플러그, 콘센트, 도어록, 온도조절기, TV, 에어컨 등이다. 업계는 이번 회의에서 1.1 버전 현황을 점검하면서 적용 대상 확대 방안도 심도 있게 검토할 것으로 보인다. 후속 버전에는 가정용 보안 카메라, 실내 공기 질 모니터 기기를 포함해 냉장고·세탁기·공기청정기·로봇청소기 등 가전기기도 다수 포함될 것으로 예상된다.
업계는 인증 대상 품목 확대에 따른 기술·사업적 영향을 논의하는 한편 꾸준히 제기된 보안성 이슈도 집중 점검한다. 연결성이 확대되면서 개인정보 유출과 함께 타사로 고객 정보가 넘어가는 등 정보보안 이슈가 커지면서 대책 마련이 요구된다.
서울에서 열리는 행사인 만큼 삼성전자, LG전자 등 한국 기업이 행사 전반을 주관할 것으로 보인다. 정재연 삼성전자 부사장, 정기현 LG전자 부사장이 행사 기조연설을 맡아 우리 기술의 경쟁력을 과시할 것으로 예상된다. 삼성전자와 LG전자는 CSA 의장사로, 매터 개발 초기부터 참여해 왔다.
이번 행사는 글로벌 스마트홈 업계가 한자리에 모여 본격적인 '매터 시대'를 여는 실질적인 협업 모델을 모색한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플랫폼·디바이스 등 업계 이해관계로 수 십 년간 제자리걸음만 해왔던 스마트홈 시장이 매터를 계기로 성장 동력을 얻고 있다.
매터 발표 이후 처음이자 올해 첫 정례회의를 한국에서 개최한다는 점에서 의미가 남다르다. CSA는 지난해 10월 네덜란드 암스테르담에서 매터 1.0을 발표한 뒤 첫 정례회의 장소로 한국을 택했다. 스마트홈 가전 바람을 삼성전자, LG전자 등이 주도한 데다 정보기술(IT) 수용도가 높아 잠재 고객이 많은 우리나라 상황을 고려한 선택으로 풀이된다.
업계 관계자는 “세계 스마트홈을 대표하는 기업과 전문가가 모두 모인 행사를 우리나라에서 개최한다는 점은 기술은 물론 시장까지 잠재력이 높다는 점을 방증한다”면서 “삼성전자, LG전자 등 우리 기업이 스마트홈 시장에서 위상을 보여주는 사례”라고 말했다.
정용철기자 jungyc@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