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슨 생각을 해. 그냥 하는 거지.” 스트레칭을 할 때 무슨 생각을 하느냐는 질문에 대한 피겨여왕 김연아가 내놓은 답변이다. 2009년 김 선수의 연습 장면을 찍은 이 영상은 2023년 현재까지도 네티즌 사이에서 회자되고 있다.
최상위권 성적을 얻고 자신의 진로·적성에 맞는 대학에 입학한 선배도 김 선수처럼 후배에게 한목소리로 말한다. “지금 해야 하는 공부를 묵묵히 그냥 해라”
에듀플러스는 새학기를 맞아 중·고등학교 신입생을 위한 학습법을 최상위권 대학에서 공부하고 있는 선배에게 들어봤다. 김동현(경희대 치의예과 2학년), 김태형(서울대 치의학과 1학년), 이재형(서울대 전기정보공학부 2학년), 윤은주(성균관대 경제학과 2학년) 학생이 전해준 구체적인 학습 조언을 가상 좌담회 형식으로 재구성했다.
◇사회=중·고등학교 신입생이 입학 후 우선시해야 할 학습 습관이 있나요?
◇김동현 경희대 치의예과 2학년(이하 동현)=중학생은 나만의 규칙적인 생활패턴을 만드는 것이 중요해요. 기상·취침 시간을 일정하게 유지하는 것을 추천해요. 무리해서 잠을 줄이면 학교 수업 시간에 집중하기 어려워요. 물론, 기상·취침 시간은 개인마다 다를 수 있지만 핵심은 자신만의 시간표를 만들고 각자 새로운 학습 환경에 익숙해지는 거예요.
◇김태형 서울대 치의학과 1학년(이하 태형)=중학생은 입학하면 자유학기제이기 때문에 시험 압박이 상대적으로 덜 하죠. 이 시기에는 수행평가를 위한 진로 활동, 체험학습 등을 적극 참여하는 것이 좋아요. 중학교 때부터 성실하게 다양한 활동을 하게 되면 고등학교 생활기록부에 필요한 세부능력, 특기사항 등을 미리 준비할 수 있거든요. 고등학생은 입학하자마자 모의고사를 보는데 부담감을 갖기보다 자신의 실력을 점검해 본다는 마음으로 임하는 것이 좋아요.
◇이재형 서울대 전기정보공학부 2학년(이하 재형)=새로운 학교에 입학해 적응하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니죠. 학기 초에는 예상치 못한 일들이 생겨 복습을 못하거나 수업 시간에 집중하지 못할 수도 있어요. 새학기에는 특별한 습관을 만들기보다는 새로운 환경에 빨리 적응하는 것이 필요해요.
◇윤은주 성균관대 경제학과 2학년(이하 은주)=수업 시간에 집중하면서 꼼꼼하게 필기하는 습관을 갖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해요. 수업 시간에 선생님 농담 한 구절까지 놓치지 않고 교과서에 빼곡하게 필기를 해야 놓치는 것이 없이 시험 대비를 할 수 있어요.
◇사회=중학교 학습법과 고등학교 학습법의 차이가 있을까요?
◇동현=중학교는 교과 중심으로 공부하는 것이 좋아요. 내신은 교과서 내용과 선생님의 추가 필기 자료만 꼼꼼하게 준비한다면 고득점이 가능하다고 봐요. 고등학교에 비해 시간이 있기 때문에 어려운 문제가 있다면 포기하지 말고 끝까지 풀어보는 경험도 해보면 좋아요. 고등학교 때는 사고력 중심 공부를 해야 해요. 모의고사 기출 문제를 많이 풀어보면서 어려운 문제를 경험해 봐야 해요. 스스로 생각해보는 훈련을 하는 것이 관건이에요.
◇태형=중·고등학교 학습법에 큰 차이가 있다고 생각하지는 않아요. 차이가 있다면 학습 시간과 학습량이죠. 학교 내신을 위해 수업을 잘 듣는 것이 효과적이에요. 결국 학교 시험은 선생님이 수업 시간에 이야기하신 부분에서 나올 수밖에 없기 때문이죠. 특히 사회, 문학 등 과목은 학교 수업에 집중해야 고득점을 받을 수 있어요.
◇재형=저도 태형이 말처럼 큰 차이는 없다고 봐요. 다만 중학교 때는 교과서 전반 개념에 대한 확실한 이해가 중요해요. 고등학교는 중학교 때 다져놓은 개념을 바탕으로 문제를 푸는 연습을 해야 해요. 각 문제 유형에 따라 문제 푸는 방법과 전략을 세워야 하죠.
◇은주=중·고등학교 학습법이 다르지 않죠. 대신 중학교 때는 자기만의 학습방법을 만드는 시기가 돼야 해요. 여러 학습법을 시도해 보고 자기와 맞는 것을 찾아야 해요. 저는 저만의 학습법을 찾기 위해 교과서 한 챕터를 암기하는데 소요되는 시간까지 확인했어요. 고등학교는 중학교 때 찾은 자신만의 학습법을 통해 공부에 전념하는 시기가 돼야 해요. 중학교 학습법이 도전이라면, 고등학교 학습법은 안정이라고 말하고 싶어요.
◇사회=새학기를 위한 학습 전략은?
◇동현=새학기라고 플래너를 쓰는 친구들도 있을 텐데요. 원래 쓰던 학생이 아니라면 추천하지 않아요. 제 경험상 오래 쓰지도 못하고 오히려 시간만 뺏길 확률이 높아요. 현재 중학생이라면 학교 일정이나 시험 날짜를 미리 확인해 놓고 이를 토대로 학습 계획을 세워야 해요. 수업 시간에 집중하면서 각 교과 선생님 시험 출제 경향을 파악하는 것도 좋아요. 저는 교무실에 갈 일이 생기면 선생님들 책상에 놓여있는 자습서나 문제집을 확인해 보기도 했어요. 고등학생은 모의고사를 미리 풀어보라고 조언해 주고 싶어요.
◇태형=새학기에는 세운 계획을 꼭 지키고 시험은 잘 봐야겠다는 압박감을 조금 덜 필요가 있어요. 마음을 최대한 편안하게 가지면서 학교 활동을 열심히 참여하는 것이 좋죠. 중학생은 관심있는 분야 책을 많이 읽어보는 것을 추천해요. 저는 소설을 많이 읽었는데 국어 실력을 쌓는데 도움이 됐어요. 고등학생은 새학기에 보는 첫 시험이 중요하죠. 그런데 못 봤다고 좌절할 필요는 없어요. 대학 입학 사정관이 학생을 평가할 때 꾸준히 성적이 좋았던 것도 긍정적으로 보지만, 성적이 점차 향상된 점도 높게 평가하거든요. 첫 시험을 못 봤다고 해도 다시 성적을 끌어올릴 수 있는 끈기와 자신감을 가져야 해요.
◇재형=중·고등학교 학기 초에 가장 집중한 것은 수업 시간에 필기를 완벽하게 하는 것이었어요. 교과서 내용은 물론이고 선생님이 수업 시간에 말씀하셨던 교과서에 나오지 않는 부분까지 모두 적었어요. 필기한 부분을 여러 번 보면서 공부했어요.
◇은주=교재를 일원화하는 것을 추천해요. 모든 필기를 하나의 자습서에 해 놓는 거죠. 한 과목당 하나의 자습서만 볼 수 있도록 나만의 필기 책을 만드는 것을 추천해요. 오답 문제를 챙기라고 말해주고 싶어요. 오답 하나하나가 귀중한 자산이에요. 틀린 문제를 반복해서 보다 보면 실력이 늘 수밖에 없어요.
◇사회=자신만의 학습 계획을 세우는 방법이 있나요?
◇동현=내가 어떤 부분을 잘하고 어떤 부분이 취약한지를 파악하는 것이 중요해요. 새학기가 되면 작년 학력평가 문제를 풀어보면서 내 실력을 점검해 봤어요. 내 실력이 어느 정도인지 파악해서 약점을 보완해 가는 방향으로 학습 계획을 세웠어요. 요즘 인터넷 강의(인강)로 공부하는 친구들도 많은데 인강에 의존하는 습관은 위험하다고 생각해요. 그것보다 스스로 문제를 풀어서 자신만의 문제 풀이 능력을 키울 수 있는 방법을 찾아야 해요.
◇태형=최대한 공부 스트레스를 줄일 수 있는 방법으로 학습 계획을 세웠어요. 각 과목에 대해 공부할 시간이나 순서는 정해놓지만, 공부 분량을 미리 정해놓지는 않았어요. 정해놓은 분량까지 마치지 못했을 때 스트레스를 받았기 때문이에요. 대신 공부 분량을 계속 확인해 가면서 각 과목의 공부 시간을 조절하는 방법으로 학습 계획을 세웠어요.
◇재형=모든 과목을 여러 번 공부하는 습관을 가지고 있는데요. 특별한 학습 계획보다는 수업 시간에 확실하게 집중해서 1회독 한다는 마음가짐으로 개념 위주로 공부한 다음 부족한 부분을 채워나가는 방식으로 학습 계획을 세워 나갔어요. 이후 시험 전까지 모든 과목을 4회독했어요.
◇은주=학습 계획을 치밀하게 세우는 것이 어려운 성격이에요. 처음부터 매일 구체적인 계획을 세우기보다 일주일 기준으로 공부해야 할 과목을 정하는 식으로 계획을 세웠어요. 자신에게 맞는 학습 계획을 찾는 것이 제일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사회=새학기 학교생활 매뉴얼이 있다면요?
◇동현=수업 시간에 집중하는 것이요. 학교 시험은 선생님의 필기 몇 줄에서도 힌트가 나올 수 있기 때문에 집중하는 것이 좋아요. 그리고 쉬는 시간을 활용하는 거요. 중·고등학교 때 점심시간까지 포함해서 쉬는 시간을 계산해 보면 넉넉하게 1시간 30분 정도 확보할 수 있죠. 이 시간을 생각 없이 흘려보내지 말길 바라요. 쉬는 시간이 일년간 쌓인다고 생각해 보세요. 공부 시간을 압도적으로 확보할 수 있어요.
◇태형=체육 수업 시간을 활용해서 체력 관리를 해나가라고 말해주고 싶어요. 많은 친구들이 체육 시간을 제대로 활용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은데요. 따로 시간을 내서 체력 관리를 하는 것보다 수업 시간에 달리기, 구기 운동 등을 하면서 땀을 흘리는 것이 좋아요.
◇재형=학교생활 자체를 즐기라고 말해주고 싶어요. 중학생은 고등학교에 비해 시간적 여유가 있기 때문에 공부 이외 활동을 하는 것이 좋아요. 과학탐구대회, 발표대회, 토론대회 등 다양한 활동을 하는거죠. 그리고 학교 생활도 결국 사회 생활이죠. 혼자 밥 먹고, 혼자 도서관에서 공부만 하지 말고 친구들과 함께 어울리는 시간도 가져야 해요.
◇은주=후회없는 학창 시절을 보내자고 말하고 싶어요. 미래를 위해 무조건적으로 현재를 포기하거나 현재를 위해 미래를 포기하지 말았으면 해요. 공부와 학창시절의 즐거움, 이 두 가지 균형을 잘 잡았으면 해요. 물론 둘 다 챙기기 어렵다는 건 잘 알아요. 하지만 효율적인 자신만의 공부법을 찾는다면 불가능한 일도 아니에요.
◇사회=공부에서 가장 중요한 것이 있다면요?
◇동현='꾸준함'이 가장 중요하다고 봐요. 한정된 시간 안에 최대한 효율적으로 자신이 정한 일정량의 공부를 매일 꾸준히 해나가야 해요. 하루에 한 문제를 풀더라도 매일 한다면 결과는 다를 거라고 봐요. 중학생은 수업 시간에 배운 내용을 위주로 전 과목을 꾸준히 해야 하고요. 고등학생은 내신 준비 외 모의고사를 꾸준히 풀어보는 식으로요.
◇태형=동현의 말에 동의해요. 공부에서 꾸준함이 정말 중요해요. 내신은 성적을 계속 유지해야 의미가 있잖아요. 공부를 꾸준하게 하지 않으면 불가능하죠. 요즘 유행하는 말인 '중꺾마(중요한 것은 꺾이지 않는 마음)'가 공부에도 필요하다고 봐요.
◇재형='기본 개념'을 확실히 아는 것이요. 성적을 올려야 하는 학생은 마음이 급한 경우가 많은데요. 격차가 있으니 빨리 뭔가 다음 것을 하고 싶은 거죠. 그런데 기본 개념을 확실히 잡지 못한 상황에서 문제를 풀면 효율이 떨어져요. 속도가 다소 느려도 기본 개념을 충실히 채워나가면서 나만의 공부 지도를 만들어 가야 해요.
◇은주=자기에게 맞는 공부법을 찾는 거요. 공부법에는 정답이 없어요. 다양한 공부법을 시도해 보면서 내가 가장 효율적으로 공부할 수 있는 방법을 빨리 찾는 것이 중요해요.
마송은 에듀플러스 기자 running@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