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금융사들이 가상현실에서 다양한 금융서비스를 경험할 수 있는 메타버스 서비스를 선보였지만 이용자들에게 외면당하고 있다. 일부 플랫폼을 제외하면 서비스 이용자가 거의 없다시피 했다. 유명무실한 계륵으로 전락할 위기다.
6일 전자신문이 은행과 카드사, 저축은행 등이 만든 메타버스 서비스를 이용한 결과 참여자가 거의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우선 하나은행이 메타버스 플랫폼 제페토에 서비스하는 '하나월드'에는 기자를 제외한 참여자가 없었다. 2021년 8월 26일 서비스를 시작한 하나월드의 총 누적방문수는 현재까지 1만5900명이다. 최근 참여자도 5명 이하였다. 하나월드에는 제페토 내 메타버스 환경에 VIP라운지를 비롯해 영스페이스, 게임존 등을 마련했다.
제페토에는 각 메타버스에 방을 만들 수 있다. 하나의 방에는 최대 16명까지 동시 접속이 가능하며, 월드를 직접 돌아다니지 않고 유저들을 구경할 수 있는 모드인 '관전 모드'는 참여 인원 외 최대 60명까지 함께할 수 있다.
IBK기업은행이 만든 'IBK월드'는 2021년 11월 15일 서비스를 시작했지만, 최근 방문자수가 기자를 제외하면 없었고, 총누적방문자도 2000명 수준이다. 최근 접속자는 1명이었다.
2금융권 메타버스 서비스도 다르지 않았다. KB국민카드가 만든 '리브메이트 월드'의 경우 지난해 6월 14일 오픈해 1년도 되지 않아 10만1000명의 누적방문자를 달성했지만, 현재는 참여자가 많지 않고, '리브메이트 스탬프 퀘스트'를 제외하면 체험할 서비스도 많지 않다. KB증권의 'M메타버스'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로블록스에서 메타버스를 구축한 애큐온저축은행의 '애큐온월드'도 이용자가 없다. 애큐온월드는 지난해 12월 14일 서비스를 시작했으며, 현재 누적방문자는 4300명 수준이었다.
금융사 메타버스 서비스가 찬밥신세로 전락한 데에는 단순 보여주기 서비스에서 탈피하지 못했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대부분 자사 홍보 등을 위해 메타버스를 이용했을뿐 MZ세대는 물론 알파세대가 체험하고 경험할 차별화 요소는 찾아보기 힘들다.
반면에 참여가 활발한 플랫폼도 있다. 신한은행이 최근 선보인 메타버스 플랫폼 '시나몬'이다. 해당 플랫폼에 접속해보니 다수 이용자가 금융 퀴즈 등 다양한 퀘스트에 참여하고 있다. 시나몬은 다른 금융사와 달리 신한은행이 자체적으로 만든 메타버스 플랫폼으로, 시즌제로 운영하며 금융존, 건강존, 아트존, 스포츠존, 스토어 등으로 구성된 것이 특징이다.
시나몬 개발에 참여한 신한은행 관계자는 “다양한 제휴처와 함께 앱테크족의 참여를 유도할 수 있는 쿠폰이나 할인 등을 적극 제공하고 있다”고 말했다.
박윤호기자 yuno@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