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자산에 대한 투자 수요가 급증하면서 증권사들이 토큰증권발행(STO) 시장 선점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STO 규제 정비가 가시화되면서 '투자계약증권' 등 기존 발행이 어려웠던 비정형 증권을 연계한 금융상품을 새로운 먹거리로 본 것이다. 음원 등 무형자산을 기초로 한 자금조달, 특정 사업의 현금흐름에 기반한 증권, 유틸리티 등 투자성이 아닌 속성을 결합한 증권 발행이 대표적이다.
증권사 STO 사업 영역은 크게 △계좌관리기관 업무 △발행지원 업무 △유통 업무의 세 가지다.
계좌관리기관 업무는 STO 법안 개정 이전 공백 시점에 규제 샌드박스 형태로 이뤄지는 전자증권 관련 제반 업무 처리를 의미한다. 발행지원업무는 STO 발행인과 함께 투자기회를 구조화해 ST 발행을 자문하고, 필요할 경우 증권신고대행·인수·주선 업무를 수행하는 영역이다. 유통업무는 신설하는 '장외거래중개업'을 영위해 토큰증권의 2차거래 및 고객의 유동성 니즈를 충족시켜 주는 업무를 포함한다.
증권사들이 이들 업무 영역으로 사업 범위를 확대하기 위해서는 블록체인 기술 기업이나 상품화가 가능한 자산을 보유한 사업자와 협업이 필수적이다. 특히 금융당국은 이해상충방지를 위해 '발행-유통 분리원칙'을 기본 방침으로 하고 있는데, 증권사들이 연쇄적으로 컨소시엄 구축 계획을 발표하는 것과도 이런 상황과 맥이 닿아있다.
신한투자증권은 STO 생태계 조성을 위해 다양한 제휴를 추진하고 있다. 지난해 말부터 블록체인 기술 전문기업 람다256와 함께 ST 기술검증(PoC)에 착수했으며 △블록체인 인프라 구축 △디지털 월렛(지갑) 설계 △토큰 발행, 청약, 유통 △기존 금융시스템과의 연동 등 증권형 토큰 관련 기술을 내재화하고 있다.
이와 더불어 지난달에는 다양한 분야 기업들과 협업을 목적으로 하는 'STO 얼라이언스'를 출범시켰다. 얼라이언스 회원사의 토큰증권 발행 비용을 절감하고 프로세스 개선을 통해 자금을 모집하며, 토큰증권 유통솔루션 및 블록체인 기술 컨설팅을 지원한다는 계획이다.
이를 토대로 신한투자증권은 대출증권을 유동화한 STO 플랫폼 서비스 '에이판다'를 이르면 올해 연말 선보일 예정이다. 대형 상업용 부동산부터, 발전시설, 항만, 공한, 도로 등 다양한 자산을 거래할 수 있다. 기관투자자 위주 시장이었던 대량 우량자산에 대한 투자 기회를 개인투자자에게도 제공하겠다는 방침이다. 기존 조각투자 대비 사업의 안정성이 높다는 특장점이 있다. 이를 위해 합자법인 '에이판다파트너스'를 설립, 서비스가 금융규제 샌드박스 심사를 통과해 지난해 말 혁신금융서비스로 인증받았다.
NH투자증권 역시 지난달 토큰증권 생태계 구축을 위한 기업간 협의체 'STO비전그룹'을 구성했다. △조각투자사업자(투게더아트, 트레져리, 그리너리) △비상장주식중개업자(서울거래비상장) △블록체인 기술기업(블록오디세이, 파라메타) △기초자산 실물평가사(한국기업평가) 등 각 영역별 기업 8개사가 참여했다. 향후 제도 정착 및 시장 확대에 따라 영역별 참여사를 확대할 예정이다.
미래에셋증권은 별도 컨소시엄을 구성하지는 않았지만 STO 사업에 지속 관심을 보여왔다. 현재 계좌관리기관, 발행업, 장외중개업, 장내시장 중개 등 증권업자의 업무영역을 우선순위를 정해서 준비하고 있고, 관련 인프라를 구축 중에 있다. 지난해 STO 관련 태스크포스(TF)를 출범했으며, 올해 한국토지신탁, HJ중공업과 선박금융·부동산 조각투자 협약을 맺었다.
최근 음원 조각투자 플랫폼 운영사 핀고컴퍼니와도 업무협약(MOU)을 체결했다. 핀고컴퍼니의 사업 형태는 '뮤직카우'와 비슷한데, 발매된 곡 저작권 일부를 구매해 지분에 따라 저작권 수익을 나누는 형태다. 과거 '위프렉스'라는 서비스명으로 블랙핑크, 빅뱅, 에이핑크 등 인기 가수들의 음원을 투자상품으로 개발해 왔다.
KB증권은 SK C&C와 디지털자산 사업을 공동 추진 중이다. 회사 내부에 STO 관련 인력 30여명으로 구성된 TF를 운영 중이며, 지난해 채권자산을 기본으로 하는 토큰증권 발행 및 거래 테스트를 마쳤다.
지난해 11월 싱가포르 기반 토큰증권 발행 플랫폼 'ADDX'에 2000만달러(약 266억원) 투자를 단행하기도 했다. ADDX는 블록체인과 스마트계약 기술을 활용해 ST 거래를 지원하는 플랫폼이다. 유럽과 호주 등으로 서비스 확대를 추진하고 있다.
모바일트레이딩시스템(MTS)에 강점을 갖고 있는 키움증권은 자사 플랫폼에서 ST를 중개할 수 있도록 MTS를 고도화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이랜드넥스트·이랜드이노플 등 미술품 조각투자를 자사 플랫폼과 연계하는 방안을 고심하고 있다.
증권사들은 이처럼 다양한 기초자산의 유동화 및 자금조달 방식이 시장에 안착하기 위해서는 별도의 특례 심사 방식 마련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기존 심사 결과를 가능한 상세하게 공유해 준수해야 하는 요건들을 미리 확인 및 준비할 수 있도록 하고, 자산의 특성 등 차이점에 집중해 심사하는 등 간소화 방식도 주문했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향후 발생할 다양한 비정형증권의 발행과 유통은, 처음으로 시도되는 형태로 자산의 가치평가, 안정성, 시장성 등을 검증하는 과정이 필요할 것으로 예상된다”며 “비정형증권의 장내시장 시장심사를 위해서는 장외시장을 활용하는 체계도 검토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형두기자 dudu@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