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월 소비자물가가 10개월 만에 4%대를 기록했다. 물가 상승률이 점차 둔화되는 양상이지만 전기·수도·가스는 통계 작성 이래 최고 수준으로 올랐고 중국 경제 리오프닝 등 불안 요인은 여전한 것으로 나타났다.
6일 통계청이 발표한 소비자물가동향에 따르면 2월 소비자물가지수는 110.38(2020=100)로 지난해 2월 대비 4.8% 올랐다.
물가상승률이 4%대를 기록한 것은 작년 4월(4.8%) 이후 10개월 만이다. 물가는 지난해 7월 6.3%를 정점으로 둔화해 작년 11월과 12월에는 5.0%를 기록했으나 올해 1월 전기요금 인상 영향으로 상승 폭을 키운 5.2%를 기록했다.
2월 물가 상승률이 전월보다 상승 폭을 줄인 것은 석유류 가격이 하락하고 할인행사로 인한 축산물 가격이 안정된 영향이 컸다.
석유류 가격은 1.1% 하락했다. 석유류 가격이 전년 동월 대비 하락한 건 2021년 2월 이후 2년 만이다. 경유(4.8%)와 등유(27.2%) 가격은 올랐지만 휘발유(-7.6%)와 LPG(-5.6%) 가격은 내렸다.
농축수산물 중 축산물은 2.0% 하락했다. 축산물 가격이 전년 대비 내린 것은 2019년 9월 이후 3년 5개월 만이다. 국산 소고기(-6.1%)와 수입 소고기(-5.2%) 가격이 모두 내렸다.
반면 공업제품 중 가공식품은 전년 대비 10.4% 올라 전월(10.3%)보다 상승 폭을 키웠다. 가공식품 가격 상승률은 2009년 4월(11.1%) 이후 최고다. 빵(17.7%), 커피(15.6%) 등의 가격이 많이 올랐다.
전반적으로 물가 상승세가 둔화하는 양상이지만 공공요금 인상 여파로 전기·가스·수도는 2월에도 28.4%의 높은 상승률을 보였다. 이는 관련 통계 작성이 시작된 2010년 이후 최고 상승률이다. 전기료가 29.5%, 도시가스료가 36.2%, 지역 난방비가 34.0% 각각 올랐다.
물가의 기조적 흐름을 보여주는 근원물가(농산물 및 석유류 제외 지수) 상승 폭도 전월 대비 0.2%P 하락한 4.8%로 나타났다. 체감물가에 가까운 생활물가지수는 5.5% 올랐다.
정부는 이대로 물가가 하락 흐름세를 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이날 비상경제장관회의에서 “물가 둔화 흐름이 재개되는 모습”이라며 “부문별로 불안 요인이 남아 있지만 특별한 외부 충격이 없다면 향후 물가는 둔화 흐름이 더욱 뚜렷해질 전망”이라고 말했다.
한국은행도 이날 이환석 부총재보 주재로 물가 상황 점검회의를 열고 “2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전월보다 낮아졌는데 금융통화위원회 회의 당시 예상과 부합하는 수준”이라며 “3월 물가 상승률은 지난해 국제 유가 급등에 따른 기저 효과가 크게 작용하면서 상당 폭 낮아질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다만 여전히 불안 요인은 남아 있다. 김보경 통계청 경제동향통계심의관은 “중국 경제활동 재개로 국제 원자재 가격 상승 움직임이 보이는 등 어려 불확실성이 높은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추 부총리는 “공공요금은 상반기 동결 기조하에 최대한 안정적으로 관리하고 있고 주요 먹거리 가격 안정을 위해 정부도 식품 원재료 관세 인하 등 노력을 다하고 있다”며 “업계도 생산성 향상 등 원가 절감을 통해 인상 요인을 최대한 흡수해달라”고 요청했다.
최다현기자 da2109@etnews.com
공공요금 28.4% 상승률 기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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