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전 업계 혼수시즌 마케팅이 본격화됐다. 온·오프라인 구분 없이 파격적인 할인 정책과 고가 사은품을 내걸고 고객 유치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연초 아카데미 시즌이 힘을 쓰지 못한 가운데 업계는 1분기 실적 방어를 위해 혼수 시즌에 역량을 총동원한다.
삼성전자, LG전자, 코웨이, SK매직 등 주요 가전업체들은 이달 들어 혼수 고객을 겨냥한 신제품 출시와 마케팅에 들어갔다.
삼성전자는 지난달 13일부터 '혼수·이사 특별 기획전'을 시작, 3000만원 이상 구매 시 110만원 상당 포인트 지급을 내걸었다. 삼성전자 외에 한샘인테리어, 하나투어 등 11개 기업과 공동으로 제공하는 '비스포크 웨딩클럽' 서비스는 올해 포인트 적용 대상을 12개 품목 167개 모델로 확대한다.
LG전자는 이달까지 진행하는 '온라인 웨딩페어'에서 청첩장 등으로 예비부부 인증을 하면 특별 할인과 함께 4% 추가 할인 쿠폰까지 제공한다. LG 베스트샵은 이달 말까지 열리는 'LG오브제 웨딩페어'를 통해 2개 품목 이상 공동 구매 시 최대 340만원 상당 혜택 제공을 내세웠다.
가전 렌털 업계도 렌털료 할인을 무기로 혼수 고객 확보에 열을 올리고 있다. 코웨이는 주력 제품인 아이콘 정수기2, 싱글파워 공기청정기, 매트리스·침대 프레임 등을 대상으로 신규 고객에 한해 렌털료 3개월 면제 혜택을 제공한다. 인덕션 전 모델은 9개월간 렌털료 면제에 3월 한달간은 15만원 상당 부대 비용까지 지원한다. SK매직도 공기청정기, 정수기, 비데 신규 고객에게 20% 렌털료 할인과 무선청소기, 인덕션 등 프리미엄 사은품을 내걸었다.
가전시장에서 1분기는 PC·스마트폰 등을 주력으로 한 '아카데미 시즌'과 생활·주방 가전을 내세운 '혼수·이사 시즌'이 수요를 견인해 왔다. 통계청에 따르면 올해 1월 가전 품목 경상지수는 91.4로 2020년 4월(90.5) 이후 가장 낮았다. 경상지수는 월별 매출액을 기준년도 월평균 매출액으로 나눠 작성한 지수로, 100 이하일 경우 해당 월에 업황이 좋지 않았다는 것을 의미한다. 새해 첫 대목인 아카데미 시즌에서 재미를 보지 못하면서 1분기 매출 압박이 높아졌다. 업계로서는 혼수·이사 시즌에 역량을 집중할 수밖에 없다.
가전 업계는 물가상승이 이어진데다 혼수·이사 수요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부동산 경기가 침체된 만큼 가파른 수요 반등은 어려울 것으로 전망한다. 다만 1월 에어컨에 이어 3월부터는 TV, 냉장고, 세탁기 등 신제품이 쏟아지는 만큼 혼수 마케팅 효과에 기대를 건다. 고물가 시대를 맞아 에너지 효율이 높은 신제품을 대거 내세우고, 패키지 할인을 강화하는 등 이전과는 차별화된 전략도 내세운다.
가전 업계 관계자는 “수요둔화가 이어진데다 부동산 경기마저 침체가 지속돼 수요 반등 요소가 제한적인 상황”이라면서 “3월 혼수시즌과 함께 5월부터는 에어컨 등 주력 제품 판매 시즌이 시작되는 만큼 소비심리를 회복할 마케팅에 총력을 기울일 예정”이라고 말했다.
정용철기자 jungyc@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