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초부터 '챗GPT'가 세계를 뒤흔들고 있다. 올해 칠순을 맞는 필자의 어머니조차 챗GPT를 알고 '세상을 완전히 바꿔놓을 거라는데 뭘 준비하고 있니?'라고 묻기까지 하신다.
서점에는 챗GPT를 통한 글쓰기, 업무혁신법까지 활용서가 넘쳐난다.
챗GPT가 삶을 완전히 바꿔놓을 수 있을까. 5년 전 필자는 강연 중 어느 최고경영자(CEO)로부터 고객서비스센터를 챗봇시스템으로 완전히 바꾸는데 꽤 많은 예산을 투자하는 것에 대한 질문을 받았다. 당시 대답은 '제발 돈 낭비하지 마세요'였다. 당시 자연어처리(NLP) 기술이 인간 언어를 완벽히 이해하기엔 역부족이었다. 인공지능(AI) 챗봇이 처리할 수 있는 영역은 '영업시간 안내'와 같은 매우 단편적 작업이었다. 예상치 못한 질문은 콜센터 직원이 메워야 하는 영역이었다.
그런데 지금 NLP는 당시 우려가 무색할 정도로 비약적으로 발전했다. 생성 AI가 인간 언어를 이해하는 능력은 놀라움을 금치 못할 정도다. 최근 기업 컨설팅에서는 챗GPT가 제품과 서비스에 어떻게 활용돼 고객 경험을 극대화할 수 있는지 질문을 받는다. '챗GPT를 적용하면 고객 문제에 즉각 대응하고 예전보다 나은 답변을 제공할 수 있다'고 답변한다. 생성 AI는 전에 없던 새로운 고객 경험을 만들 수도 있다.
예컨대 '비오는 날 냉장고에 남은 재료로 어떤 요리를 할까'라고 물으면 챗GPT는 최적 요리를 추천하고 스마트 제어 서비스와 연결, 해당 요리 TV 채널을 찾아주거나 요리를 위해 필요한 재료를 자동으로 주문한다.
현재 모 기업과는 스마트TV 프로젝트에서 챗GPT를 활용, 매력적인 추천 문구를 자동 생성해 추천 아이템에 대한 고객 관심을 끄는 방법을 연구하고 있다. 스마트TV 대신 넷플릭스 등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에 쏠려있는 고객 관심을 어떻게 돌릴지에 대한 고민이다.
챗GPT는 고객경험뿐만 아니라 기업 내 다양한 업무 프로세스 혁신에도 효과적으로 활용될 수 있다. 현대백화점은 네이버 생성 AI를 활용해 광고 문구를 만들어 마케팅 업무 생산성을 대폭 높였다. 한양대는 챗GPT를 활용해 코드를 쉽게 만들고 몇 번의 수정과정을 거쳐 통계·시각화 분석 등을 진행할 수 있는 기업교육을 마련했다.
그러나 챗GPT가 검색 엔진을 대체할 가능성은 낮다. 검색 엔진은 인간이 다양한 정보를 선택적으로 수용하고 지식을 재생산하며 발전할 수 있는 여지를 제공한다. 그러나 챗GPT는 한 가지 견해만 스토리텔링한다. 때로는 정확하지 않은 내용을 진짜인 것처럼 논리적으로 제시한다. 인간이 검색 엔진과 같이 맹목적으로 믿고 사용하는 것은 어려울 것이라고 본다. 대신 좋은 프롬프트·검색 엔진과 함께 업무 생산성을 향상시키는 방법을 찾아야 한다. 아카이브 학술 데이터베이스(DB)를 연결, 챗GPT가 논문을 효과적으로 요약하게 하고 논문 결론을 논의하는 데 활용할 수 있다. 효율적이면서도 더 깊은 인사이트를 얻을 수 있는 셈이다.
생성 AI 기술이 발전하면서 번역가는 사라질 직업이라고 종종 언급된다. 몇 년 전 이경전 경희대 교수와 진행한 'AI 번역 플랫폼이 국내 번역 업계에 미치는 변화' 연구 결과, 예상과는 달리 AI가 번역 시간을 획기적으로 줄여 더 많은 번역 의뢰를 수행할 수 있게 만들어준 것으로 나타났다. 실제 AI 번역 성능은 고급 번역가 기술자의 60∼70% 수준에 미치지 못해 고급 번역가 수요는 여전히 존재했다.
다만 초·중급 수준 번역가 일자리는 사라지고 있다.
몇몇 대학에서 챗GPT를 사용하는 것을 전면 금지하는 조치를 취하고 있지만 필자는 학생들에게 챗GPT를 적극 활용하도록 권장할 생각이다. 챗GPT가 잘못된 정보를 전달하거나 편협한 관점 또는 표면적 지식만 제시·전달할 것이라는 우려가 있지만 한계를 정확히 보고 비판적 사고로 지식을 발전시키는 역량을 갖게 하기 위해서다. 챗GPT 시대에 필요한 인재는 신기술을 적극 받아들이고 활용하는 방법을 습득, 보다 다양한 관점으로 세상의 문제에 접근하고 창의적으로 혁신하는 인간이 될 것이다.
차경진 한양대 비즈니인포메틱스학과 교수 kjcha7@hanyang.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