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 10월, 대한민국에 전례 없는 이상고온이 발생했다. 10월 상반기(10월 1일~15일) 평균 기온은 19.9°C로 예년 평균보다 3.9°C나 높았다. 이는 수천 년에 한번 발생할 수 있는 매우 이례적인 사례였다. 한여름 폭염을 일으키는 기압계 패턴이 뒤늦게 나타나면서 남부지역은 일 최고 기온이 30°C 이상을 기록했다. 2022년 11월에도 비슷한 강도의 극단적인 이상고온 현상이 관측되면서 가을철 폭염에 대한 경각심이 높아지고 있다.
포스텍(POSTECH·총장 김무환) 민승기 환경공학부 교수와 김연희 연구교수팀이 울산과학기술원, 국립기상과학원, 영국기상청과 공동연구를 통해 지구온난화가 없었다면 2021년 10월과 같은 기록적인 이상고온의 출현은 거의 불가능함을 확인했다.
연구팀은 이례적인 이상고온에 미치는 인간활동의 영향을 파악하기 위해 CMIP6 전지구기후모델과 영국기상청의 대규모 앙상블 시뮬레이션 자료를 이용해 2021년 10월과 같은 이상고온 현상이 지구온난화에 의해 얼마나 더 잦아지는지 확률적으로 비교했다. 또 미래 온실가스 배출 시나리오에 따라 이러한 가을철 폭염을 얼마나 자주 겪게 될지를 처음으로 정량적으로 확인했다.
연구팀은 2021년 10월과 같은 이상고온은 인간에 의한 온실가스 증가가 없었다면 그 발생 가능성이 매우 희박하며, 온실가스만 증가시킨 실험에서도 수백 년에 한번 정도로 드물게 나타남을 확인했다. 앞으로 온실가스 배출을 획기적으로 줄이지 않으면 그 빈도가 급격히 늘어나 2060년대에는 2021년과 같은 이상고온을 격년마다 겪게 될 것으로 전망했다. 하지만 파리협정 목표온도를 달성해 지구온난화를 산업혁명 이전 대비 2도로 유지한다면 극단적 가을 폭염은 30~40년에 한번 발생할 것으로 나타났다.
민승기 교수는 “최근들어 전례 없는 규모의 가을철 이상고온 현상이 잦아짐에 따라, 그 발생가능성에 대한 상세한 전망과 함께 분야별 피해를 줄이기 위한 대응책 마련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한국연구재단 중견연구자지원사업, 선도연구센터지원 사업(비가역적 기후변화 연구센터)의 지원으로 수행된 이번 연구결과는 최근 '미국기상학회보' 특별호에 소개됐다.
포항=정재훈기자 jhoo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