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기술 분야 정부출연연구기관(출연연)에 가해지는 각종 제약 해소가 절실하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임금 제약이 심한 공공기관 틀에서 출연연을 제외하는 방안, 과거 외환위기 당시 축소된 정년을 회복시키는 것 등이 얘기된다.
악화일로를 걷는 '인적 경쟁력'을 되살릴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 현재 거론되는 출연연 제약 해소의 가장 큰 당위성이다. 개선이 이뤄지지 않으면 인력 이탈을 막지 못해, 출연연 역할 수행에도 큰 장애가 생길 수 있다는 위기감이 만연해 있다.
출연연 인력 이동 현황을 살펴보면 이런 위기감이 실제 현실에서 비롯됨을 알 수 있다. 본보 취재 결과 지난 2020년부터 지난해까지 출연연 연구직 이직자는 541명에 달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같은 기간 채용 규모 1313명의 약 41%에 해당한다.
이 가운데 절반 이상(54.3%)이 학계로 자리를 옮겼다. 2020년 109명, 2021년 90명, 2022년 95명 연구자가 대학으로 이직했다.
적지 않은 연구자가 국가 연구개발(R&D) 핵심 기반인 출연연을 대학에 자리를 잡는데 중간 다리로 활용하는 셈이다. 물론 다른 이유도 있겠지만 낮은 보수가 이직에 적지 않은 영향을 끼친 것으로 해석된다.
출연연 공공기관 제외 논의가 최근 급속하게 힘을 얻은 것도 이 때문이다. 공공기관에 속하면 수권 인건비, 정부 인상률이 제약된다. 우수 연구자를 유인하고 유지하는 데 힘이 달릴 수밖에 없다. 공고 없이 진행하는 특별채용도 불가능하다.
최근 공공기관에서 제외된 한국과학기술원(KAIST)을 비롯한 4대 과기원의 경우 공공기관 제외에 따른 가장 변화가 인력 관련사항인 것으로 평가된다. 인건비 총액 제한 규제가 사라지면서 고연봉·유명 석학초빙에 숨통이 틔일 전망이다.
꾸준하게 개선 필요성이 제기된 출연연 정년회복 문제도 함께 해결해야 할 사항으로 언급된다. 출연연의 경우 과거 국제통화기금(IMF) 당시(1997년) 정년이 65세에서 61세로 4년이나 단축됐다. 출연연 연구자들은 이 상황에서 정년연장 없이 임금피크제까지 적용되는 이중고를 겪고 있다.
물론 이들 제약을 단번에 해소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다만 출연연 정년 문제는 25개 과기 출연연을 관장하는 국가과학기술연구회(NST)가 최근 해결의지를 표명했다. 김복철 NST 이사장이 지난달 가진 기자간담회에서 올해 중점 업무로 정년회복에 힘쓰겠다고 밝혔다.
출연연 공공기관 제외 건은 이뤄진다면 더할 나위 없지만 쉽지 않다는 것이 중론이다. 이 때문에 현재 공공기관 틀 안에서 연구기관 특수성을 반영한 변화를 끌어내는 안도 조심스럽게 거론되고 있다.
출연연은 과거 강원랜드 등 성격이 전혀 다른 기관과 '기타 공공기관'으로 분류됐으나, 신용현 전 의원이 대표 발의한 공공기관 운영에 관한 법률 개정안이 관철되면서 2019년 '연구개발목적기관'으로 지정된 바 있다.
문제는 법 개정에 이어 실제 변화를 이루는 후속 절차가 이뤄지지 않았다는 것이다. 출연연 총액 인건비 등을 다른 공공기관과 달리할 수 있는 근거를 마련하면 개선을 이루는 길이 열릴 수 있다. 이는 공공기관 제외보다는 상대적으로 쉬운 것으로 평가된다.
한 출연연 관계자는 “현재 출연연 안팎에서 제도개선을 부르짖는 목소리가 예전보다 큰 것은 그만큼 현재 인력 경쟁력 확보 문제가 심각하다는 방증으로, 개선 없이는 출연연 역할과 기능 유지에 어려움이 클 것”이라며 “다양한 방안에 대한 폭넓은 관심과 논의가 절실하다”고 말했다.
김영준기자 kyj85@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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