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0여년 전 정약용의 가르침이 있다. 국방력은 설사 100년간 쓸 일이 없다 해도, 단 하루를 갖추지 않을 수 없다. 전후 70년을 맞이해 안보 자산의 현안을 짚어본다. 필자는 천안함 폭침 이틀 전 30여명이 모인 장소에서 연설을 할 기회가 있었다. 안보에 대한 우려가 주제였다. 대한민국은 북한에 비해 40배의 국력을 보유하고 있다. 그러나 북한을 경계하는 데 주의를 늦추어서는 안 된다. 적다고 무시해서는 안된다. 일본뇌염모기가 작아 사람을 못 죽이느냐? 국력이 적다고 얕봐서는 안된다. 이런 요지였다. 이후 천안함 폭침이 있었다. 잠재적 안보 위기에는 천안함 사고설 또는 자작극설 등이 팽배했다는 점이다. 건져 올린 어뢰 파편의 명백한 증거에도 불구하고 북한의 도발을 부인하는 세력과 여론이 존재했다. 이들은 지금까지도 주장을 굽히지않고 있다. 몽상에 사로잡혀 있다.
무의식이든 의식이든 우리 일상에 흔한 생각의 오류 가운데 '사회적 태만'이라는 오류가 있다. 책임감의 분산이나 모험을 주도하며 리더십을 보이기도 하고 집단의 규모를 힘의 크기라 믿고 때로는 용감해지기도 하며, 반대로 집단의 지혜에 몸을 맡긴 채 태만해지기도 한다.
인간의 지속 발전 가능성을 위한 미래지향적 합목적적 방향성을 찾아야 하는 일에는 태만 또는 방기한 채로 미쳐 가고 있다. 북한이 핵을 다루는 모습이다. 북핵의 완성이라는 새로운 전환기에 한·미 방위 체계 안에서 대북 핵 억제 전략은 새로운 차원으로 전개되어 나가야 할 것이다. 대한민국의 약점과 빈틈을 찾아 파고드는 북한의 전략 개념, 저비용·고효율을 지향하는 북한의 전술에 철저한 대비가 필요하다.
대한민국의 전후 70년 동안 국방 환경은 나날이 경직화되고 있는 분위기다. 가장 큰 문제점으로는 직업군인을 안정적으로 관리하기 위한 군 제도가 전투력 유지 및 향상과는 항상 궤를 함께하지 못했다는 점이다. 국방 관련 대한민국의 잠재적 위험 요소로는 매몰비용의 오류가 있다. 돌아가기에는 너무 멀리 왔다는 것이다. 관계자들이 모두 다 진급과 연관돼 있다. 한물간 무기체계라 하더라도 폐기나 수정을 하지 못하고 수명 기한이 다할 때까지 그대로 버티는 것이다. 다음으로는 확증편향이 있다. 보고 싶은 것만 보고 믿고 싶은 것만 믿는 국방 관련자 문제다. 문제를 일으키지 않는 것이 최대 미덕이다. 문제가 노출되지 않고는 시스템이 개선될 수 없다. 집단사고에 함몰돼 있다. 지적인 사람이 모인 우수한 집단조차도 어리석은 결정을 내릴 때가 있다. 군사기밀이라는 미명 아래 모든 것이 장막 뒤에서 이루어진다. 의사결정 과정에서 모든 논쟁이 적정하게 이루어져야 함에도 그렇지 않다.
서울 상공에 적 무인기가 출현했다. 방공망이 뚫린 것이다. 며칠 후 이를 보강하기 위한 공중전력 통합실사격 훈련이 있었다. 코브라 헬기에서 300발 기총사격에도 가상 적기를 격추하지 못했다. 소형 무인 적기에 대한 방어 개념이 잘못 잡힌 것이다.
민주화 이후 사단급 야전 기동 훈련이 없었다. 기동 훈련을 통해 모든 군대 조직이 활성화되는 생명력을 발견하고 유지할 수 있다. 기동 훈련이 없는 군대는 행정 조직, 즉 페이퍼 군대일 뿐이다. 최근 미군이 한국군과 모의 전투를 한 후 미군 부사관이 강평을 했다. 한국군 장교와 준사관들은 독도법, 지혈 응급처치, 전열 재배치, 진지 구축에 대한 개념, 사주경계 투사력, 통신보안 등에서 수준 미달이라고 했다. 야간에 라이트를 켜는 경우가 있었는데 실전에서는 다 죽는다고 외친다. 돈 많다고 안보가 튼튼한 것은 아니다. 약점을 스스로 알고 그에 대비해야 한다. 약점이 잘 보이지 않는 것이 큰 문제다. 설령 발견했다 하더라도 약점에 대한 평가는 낮게 하는 확증편향의 함정에 빠져 있다.
국가 엘리트를 원한다. 그는 포퓰리즘에 굴복하지 않는다. 군 의무복무기간이 전력 증강 및 유지에 맞지 않다면 과감하게 늘릴 수 있는 용기, 타성에 젖은 전시(펼쳐 보이기)용 행정, 가치 평가 우선주의적인 군대를 이기는 군대로 변화시킬 수 있는 용기 있는 전후 70년 및 새로운 국가 엘리트의 출현을 고대한다. 바로 당신, 귀하가 국가 엘리트로 거듭나야 한다.
여호영 지아이에스 대표이사 yeohy_gis@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