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 7개월여간의 비상대책위원회 체제를 종식하고 '김기현 사단'으로 새출발하는 국민의힘 앞에는 당내 갈등의 '내홍'과 야권 연대 공세의 '외홍'이라는 과제가 놓여있다. 내년 4월에 실시되는 제22대 국회의원 선거 승리를 위한 공천 준비에도 박차를 가해야 하지만, 당장 직면한 내홍과 외홍 국면을 해소하지 않고서는 윤석열 정부 국정 동력도 크게 떨어질 수밖에 없다.
무엇보다 점점 심해지는 정부·여당을 향한 야권공세 대응책 마련이 시급하다. 당장 3월 임시국회에서 결판을 내야하는 양곡관리법 처리가 그 첫 시험대가 될 전망이다. 김진표 국회의장은 지난달 2월 임시국회에서 해당 안건의 본회의 상정을 미루고 여야 최종합의를 제안한 상태다.
3월 임시국회 첫 본회의가 열리는 23일까지 합의안이 나오지 않을 경우, 민주당 단독안 상정이 진행된다. 새 지도부 입장에서는 윤 대통령이 양곡관리법에 대한 거부권을 행사하는 부담을 지게 하지 않기 위해서라도 합의안을 마련해야 한다. 이외에도 노란봉투법, 간호법 등 야권이 본회의 직회부를 추진하는 법안들도 연이어 대기하고 있다.
대장동 50억 클럽 특검과 김건희 특검까지 이른바 쌍특검 공세도 막아야 하는 상황이다. 민주당에 이어 최근 정의당에서도 '김건희 특검법' 발의를 추진하기로 하면서 쌍특검 공세는 급물살을 타고있다. 여기에 최근에는 정부의 일제 강제동원 피해보상 해법과 주52시간근로제 개편 등으로 야권연대는 더 돈독해지는 반면, 여당의 정치적 고립은 심화된 상태다. 때문에 새 재도부가 야당과의 관계에 있어 합의와 소통의 방법을 택할지, 아니면 투쟁 방식으로 나아갈 지 여부에도 관심이 쏠린다.
경선 과정 중 울산 땅투기, 대통령실 개입 의혹 등으로 불거졌던 당내 갈등 상황은 새 지도부의 포용력에 결정될 전망이다. 진상규명과 함게 고소·고발까지 이어졌지만, 당장 경선이 끝나면 서로를 향했던 비방은 빠르게 식을 것이라는 게 당내 중론이다. 실제로 경선 마지막까지 김기현 후보 사퇴를 촉구했던 안철수 후보는 이날 “황교안 후보와 공동 대응은 김기현 후보의 땅투기 의혹과 대통령실 개입에 대한 문제 제기였다. 그 외 전당대회 결과에 대한 보이콧과 대여투쟁은 논의된 바 없다”고 밝혔다. 비윤계로 김 후보를 견제했던 천하람 후보는 “전당대회 불복이나 과격한 투쟁으로 가서는 안된다. 전당대회는 당원들의 축제로 남아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김 신임 당대표는 전당대회 내내 연포탕(연대, 포용, 탕평)을 외쳤던 인물이다. 원내대표 시절에는 거대의석을 확보한 민주당과 협의를 통해 후반기 원구성에서 법사위원장을 가져온 전력도 있다. 김 대표가 당 운영의 무게 중심을 어디에 두느냐에 따라 내홍과 외홍을 극복하는 해법도 달라질 전망이다.
조정형기자 jenie@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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