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글이 글로벌 TV 운용체계(OS) 시장에서 4년 만에 40% 점유율을 되찾았다. 경기침체 속 안드로이드 기반 중저가 TV 판매가 늘면서 삼성·LG와의 점유율을 두 배 이상 벌렸다. 삼성·LG는 TV OS 대외 사업을 강화하며 구글을 추격한다.
9일 시장조사업체 옴디아에 따르면 지난해 글로벌 TV OS 시장에서 구글 안드로이드는 전년 대비 3.7%포인트(P) 늘어난 42.4% 점유율로 선두를 유지했다. 구글이 시장 점유율 40%를 넘어선 것은 2018년(40.7%) 이후 4년 만이다.
2위인 삼성전자 타이젠은 지난해 전년 대비 소폭 하락한 21% 점유율을 기록했다. LG전자 웹OS 점유율은 지난해 12.2%를 기록, 전년 대비 1.6%P가량 감소했다.
구글의 약진은 굳건했던 3강 체제까지 흔들고 있다. 구글 안드로이드는 2위 삼성 타이젠과 한때 10% 내외 점유율 격차로 경쟁했지만 지난해 두 배 이상 차이가 벌어졌다. 지난해에는 삼성·LG 합산 점유율(33.2%)마저 넘어서며 '1강' 지위를 확보했다.
안드로이드 강세 효과는 글로벌 경기침체와 TV 출하량 감소에 기인한다. 지난해 세계적으로 물가상승과 고금리 기조가 이어지면서 삼성·LG가 주력하는 프리미엄 TV 수요가 줄었다. 대신 상대적으로 저렴한 안드로이드 기반 중저가 TV 공급량이 늘면서 자연스럽게 점유율 격차가 벌어진 것이다.
올해도 안드로이드 강세는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옴디아는 올해 안드로이드 OS 점유율이 지난해 대비 2.4%P 증가해 44.8%를 기록할 것으로 내다봤다. 반면 삼성 타이젠과 LG 웹OS는 각각 20%, 12.5%를 차지, 작년 대비 소폭 하락하거나 비슷한 수준을 유지할 것으로 전망했다.
TV OS가 고객경험을 좌우하는 데다 무료 스트리밍 서비스(FSAT) 등 신규 수익까지 창출함에 따라 공급 경쟁은 더욱 치열해지고 있다. 이 같은 이유로 LG전자는 2021년, 삼성전자는 지난해 TV OS 사업화를 선언했다.
올해도 삼성·LG 모두 대대적인 OS 마케팅을 예고, 글로벌 TV 시장 새 격전지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LG전자는 지난해 말 기준 300개 TV 브랜드에 웹OS를 공급, 빠른 성장세를 보였다. 제휴 애플리케이션(앱)과 무료 채널 수를 각각 2500개, 2900개까지 늘려 콘텐츠 경쟁력을 높인 게 무기다. 삼성전자 역시 지난해 사업화 선언 이후 7개 브랜드에 공급했다. 올해 전담 사업화 조직을 중심으로 영업·마케팅을 확대하고, 대형 TV 제조사 공급 실적까지 기대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TV OS는 과거 시스템을 작동하는 기본 소프트웨어에서 이제는 고객경험을 결정하는 핵심 경쟁력으로 부상했다”면서 “하드웨어 성능이 상향평준화하면서 OS 차별화가 중요해진데다 광고 등 부가 수익까지 거둘 수 있어 글로벌 TV 시장에서 새로운 캐시카우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정용철기자 jungyc@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