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의 중고차 시장 진출이 본격화되면 일반 소규모 사업자의 시장은 많이 줄 것으로 전망됩니다. 대기업과 정면으로 싸워 이기기는 어려우니, 우리가 잘 할 수 있는 영역을 찾다가 핀테크 기술을 통해 시장을 투명화하는 사업을 떠올리게 됐습니다.”
하재준 지엔에이 대표는 국내 최초 자동차 토큰증권발행(STO) 사업을 추진하게 된 계기를 이같이 소개했다.
지엔에이는 렌터카·슈퍼카에 투자할 수 있는 STO 사업을 추진 중이다. 시간에 따라 가치가 감가되는 일반 차량과 달리 렌터카·슈퍼카는 수익을 남기는 투자 상품이 될 수 있다는 점에 주목했다. 블록체인 기술을 통해 차량 매입가, 상품화에 든 비용을 투명하게 입증하는 시스템도 고안 중이다.
하 대표는 핀테크 기술을 통해 중고차 시장의 개인간거래(C2C)를 활성화하는 방안에도 관심을 두고 있다. 현재도 자동차 동호회 등을 통해 C2C 거래가 일어나고 있지만 '애스크로(안전거래)' 시스템 부재가 시장 확대를 막고 있다고 진단했다.
중고차 C2C 거래에서 가장 빈번하게 일어나는 사고는 구매자가 판매 의사를 갑자기 철회하는 경우다. 이는 중고차 거래자금 마련이 주로 캐피탈의 할부금융을 통하기 때문인데, 차량 구매자가 차량 구매를 위해 빌린 돈을 다른 용도로 써버리는 사고가 빈번하다. 캐피털사는 구매할 차량을 담보로 보고 대출을 제공한 것인데 담보가 사라져버린 것이다.
중고차에 과태료나 지방세 미납이 있어 사고가 나는 경우도 있다. 대금을 지급하고 차량을 받아왔는데 판매자가 과태료 납부를 해주지 않아 이전 등록이 되지 않는 문제다. 이 상태로 차량에 저당이 잡힌다면 구매자는 심각한 손실을 볼 수 있다.
하 대표는 “과태료를 관리하는 공공기관과 데이터 연계를 통해 이런 문제를 해소할 수 있다고 본다”며 “제3자의 애스크로 계좌에 대금 예치를 통해 구매 의사를 입증하고, 과태료 역시 제3자가 대납한 후 남는 대금을 판매자에게 지급하는 구조를 고려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중고차 시장에 만연한 허위매물이나 바가지 씌우기 문제도 기술 접목을 통해 개선할 수 있다는 견해다. 지난해 말 지엔에이가 출시한 허위매물 판독기 애플리케이션 '찐카'가 대표적 사례다.
차량 번호판을 스마트폰 카메라로 인식하면 차주의 실명, 사고이력, 거래이력, 정비 내역 등 매매에 필요한 정보를 제공하도록 시스템을 구축했다. 광학문자인식(OCR) 기술과 중고차 연합회가 보유한 자동차 데이터를 연계했다. 딜러들이 이용하는 전산 데이터를 기반으로 작동하기 때문에 방문 전에도 번호판 정보만 있으면 허위매물을 100% 걸러낼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자동차 실물이 위치한 단지와 좌표 정보까지 알 수 있기 때문이다.
하 대표는 “중고차 시장 플레이어도 대기업 진출 이후 시장 격변기에 대비해야 한다”며 “결국에는 차주들만 살아남는 시장이 될텐데 기술적 결합을 통해 회사 가치를 높일 수 있는 방안을 다양하게 찾아보고 있다”고 말했다.
이형두기자 dudu@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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