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0만원짜리 SUV? 가보면 미끼... 정부 "중고차 허위매물 척결"

중고차 허위매물 실태 및 피해현황 공유, 근절 제도개선 방안 등을 논의하기 위한 중고차 허위매물 근절방안 간담회가 9일 서울 강서구 서서울모터리움에서 열렸다.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이 발언하고 있다. 이동근기자 foto@etnews.com
중고차 허위매물 실태 및 피해현황 공유, 근절 제도개선 방안 등을 논의하기 위한 중고차 허위매물 근절방안 간담회가 9일 서울 강서구 서서울모터리움에서 열렸다.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이 발언하고 있다. 이동근기자 foto@etnews.com

#2020년식, 주행거리 4500㎞인 준대형 승용차가 450만원이라는 광고. 하지만 이 차량은 2019년식 주행거리 4만㎞ 차량이었다.

#2021년식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을 400만원에 판매한다는 광고를 보고 매장을 찾아갔으나 그 차량은 수출돼 말소된 상태였다.

정부가 전세 사기에 이어 중고차 가짜매물 사기 척결에 나섰다. 미끼 가짜매물로 매장을 찾은 소비자가 강매, 사기 피해를 보는 일이 속출하고 있어 관계부처가 특별단속에 들어갔다. 정부의 대대적인 단속과 함께 플랫폼 기업의 서비스 제공, 대기업의 중고차 시장 진출 등으로 중고차 시장 지형이 크게 달라질 것으로 예상된다.

국토교통부는 오는 5월 말까지 수도권 지역의 중고차 허위매물 피해·의심 사례를 집중적으로 제보 받는 특별단속기간을 운영한다고 밝혔다.

이번 특별단속은 중고차 매매업체의 30% 이상이 소재한 서울·경기·인천 지역이 대상이다. 피해 의심 사례는 국민신문고나 지방자치단체 콜센터를 통해 제보할 수 있다.

이보다 앞서 경찰청도 주택과 중고차 미끼용 가짜매물에 대한 특별단속을 실시한다고 발표했다. 지난달 윤석열 대통령이 전세사기 관련 대책회의에서 주택과 함께 중고차 미끼용 가짜매물 광고까지도 엄정하게 단속할 것을 주문한 것이 배경이다.

주택과 자동차는 서민 필수 생활 요소인 데다 비중이 가장 큰 자산이라는 점에서 윤 대통령까지 나서서 대책 마련을 촉구한 것으로 보인다. 중요 자산을 악용한 사기는 금전적 피해를 넘어 생활 근간을 뒤흔들 수 있다는 점에서 문제의 심각성을 크게 평가한 셈이다. 피해자 대다수가 서민과 사회 경험이 적은 청년층이라는 점도 정부의 적극 대처에 힘을 싣고 있다. 정부는 중고차 매매로 말미암은 피해 규모를 줄이기 위해 보증보험 제도까지 도입했지만 강매나 사기 등에 의한 피해는 여전한 상황이다.

정부의 중고차 시장 정화 작업이 속도를 내면서 이와 함께 업계 분위기도 달라지고 있다. 중고차 플랫폼 기업 헤이딜러는 중고차 허위매물 여부 확인 기능으로 주목받았다. 대기업의 중고차 시장 진출도 시장 변화를 가져올 것으로 진단된다. 현대·기아차는 자사 브랜드 차량 대상으로 조만간 인증중고차를 판매할 계획이다. 일정 정도 확인만 하는 중고차와 달리 정밀하게 성능 검사를 하고 수리까지 해서 품질을 인증한 후 판매하는 식이다.

한편 원희룡 국토부 장관은 9일 서울 강서구 중고차매매단지에서 중고차 허위매물 근절방안을 논의하기 위한 간담회를 가졌다.

원 장관은 “중고차는 국민 재산 가운데 부동산 다음으로 고가의 재화인 만큼 허위매물 근절을 위해 지속적으로 노력하고 있다”면서 “허위매물은 다양한 경로로 유통돼 정부 단속만으로는 한계가 있는 만큼 중고차 허위매물 피해의심 사례 신고가 필수”라고 강조했다.

문보경기자 okmu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