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초의학을 비롯해 생화학 연구, 항체 개발 등에서 필수조건은 인간에게 이를 적용하기 위한 안전성 확보다. 이를 위해 과학기술계는 오래전부터 인간 유전자와 유사성을 가진 동물을 활용한 동물실험으로 연구개발(R&D) 결과물의 안전성을 확인해왔다.
대표적 실험동물인 생쥐는 인간과 같이 약 3만개 유전자를 보유하고 있는데 이 가운데 약 80%가 인간 유전자와 상동성을, 19%는 높은 유사성을 나타낸다. 인간 유전자와 유사성이 없는 것은 1%에 불과해 오래전부터 생명과학 분야 등에서 연구를 돕는 '위대한 희생' 존재로 자리해 왔다.
최근 동물 복지에 대한 사회적 관심으로 동물실험 대체를 촉구하는 움직임이 거세게 일고 있다. 미국은 최근 식품의약품화장품법 및 공중보건법 개정을 통해 약 80년간 의약품 허가를 위해 의무사항으로 명시했던 동물실험 요건을 폐지하고 이를 대체할 수 있는 시험을 적용할 수 있도록 했다.
미국 외에도 동물실험 대체 수단을 권장하는 움직임이 전 세계적으로 활발한 추세다. 우리나라 또한 윤리적 측면을 고려해 국공립 연구기관, 의료기관, 기업 연구소 등에서 동물실험 전 동물실험윤리위원회 사전승인을 받도록 하는 규제 장치를 의무화하고 있다.
윤리적 측면 외에도 동물실험을 통한 임상 소요 기간이 길고 결정적으로 동물실험을 위한 개체 공급이 부족하다는 점도 동물실험 대체 원동력으로 작용한다. 최신 신약이나 DNA 기반 치료법 등이 점차 인간 고유물질에 기반한 경우가 늘어나면서 동물실험 효용성 자체에 대한 회의적 시각도 늘어나고 있다.
이에 따른 동물실험 대체 인식이 빠르게 확산하면서 첨단 과학기술을 통한 초기 안전성 및 효능 데이터 수집 수요가 늘고 있다. 이를 대표하는 기술로서 전임상 모델인 오가노이드가 주목받고 있다.
오가노이드는 장기유사체를 의미하는 용어로 성체줄기세포나 배아줄기세포 등 장기 기원세포로부터 분리한 세포를 자가 재생 및 자가 조직화를 통해 형성된 3차원(D) 세포 집합체다. 오가노이드는 자가조직화 능력을 보유해 일반적 배양세포 대비 복잡한 생체 장기 모방이 가능하다는 장점이 있다. 장기 발달 및 조직 상호작용, 질병 기원 등 다양한 분야에서 3차원 모델로 활용되고 있다.
이 밖에 세포주처럼 장기간에 걸친 생체 외 배양 및 냉동 상태로 장기 보존이 가능하다는 점, 기존 2D로 배양된 세포주와 달리 3D로 배양된 다분화능 줄기세포를 통해 조직 고유의 세포 계층 및 조직 구조 형성에 필요한 모든 세포를 만들어 내는 특징이 있다.
특히 오가노이드에서 분리된 줄기세포는 유전적 조작을 통해 세포주가 가진 이점을 고스란히 유지하면서도 장기 특성을 일부 모사할 수 있어 인체 조직을 이용해 제작 가능한 인간 장기 모델을 활용한다면 동물실험을 근간으로 한 기존 연구가 가진 최대 단점인 '인간-동물 간 차이점'을 극복할 수 있다. 오가노이드 외에도 플라스틱 위에 세포를 배양, 인체 조직이나 장기를 모방한 '장기칩'도 주목받는 대체 방법이다.
다만 과학기술계는 오가노이드 등 기술을 신약 개발 및 생명과학 분야에서 본격적으로 사용하기에는 검증 요소가 부족하다고 입을 모은다. 아직 기술이 초기 단계인 만큼 더 정밀하게 발전하고 표준화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동물실험 완전 대체 시점이 도래하기 위해선 최소 수십년 시간이 걸릴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생명과학 분야에서 이른바 '게임체인저'가 될 수 있는 오가노이드 신뢰도 확보를 위해 해외는 물론 우리나라에서도 오가노이드 관련 기업 간 경쟁이 더욱 치열해지고 있다.
이인희기자 leeih@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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