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수력원자력이 지진에도 안전한 한국형 원전을 구축하기 위해 안전점검 과제를 수행하고 있다고 10일 밝혔다. 후쿠시마 원전 사고가 발생한 이후 12년 동안 정부의 46개 과제와 한수원이 자체 발굴한 10개 등 모두 56개의 후속조치 과제를 발굴했고, 54개 과제를 완료했다. 또 모든 원전을 대상으로 1만년 빈도의 지진, 해일, 강우, 강풍 등 극한 자연재해를 가정한 원전 스트레스 테스트를 수행해 원전 안전성을 확인하고 있다.
◇한국형 원전, 해일 대비 안전성 강화
후쿠시마 원전 사고에 대해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오해가 있다. '지진'에 의해 '핵연료'가 폭발했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하지만 후쿠시마 원전 사고는 지진이 아니라 '해일'에 의한 것이고, 폭발한 것은 핵연료가 아니라 '수소'였다. 후쿠시마 원전은 규모 9.0의 대형지진에 발전소가 설계된 대로 잘 정지했다. 하지만 이후 밀려온 해일로 원전 부지가 침수되며 전원이 차단되고 지하에 있던 비상 발전기마저 침수되며 노심을 식혀주는 냉각수를 공급하지 못해 연료가 손상돼 수소가 폭발했다.
국내 원전 '비상 발전기'는 모두 지상에 위치해 상대적으로 안전하다. 한수원은 이에 더해 비상 발전기 등 안전 설비가 설치된 곳에는 건물 출입문에 '방수문'을 설치했다. 내진, 방수, 방화시험을 연속으로 통과한 세계 최고 수준 방수문이다. 상대적으로 낮은 위치에 자리한 고리원전 해안방벽은 7.5m에서 10m 높이로 증축했다. 거대한 콘크리트 방벽이 발전소를 둘러싸고 해일로부터 보호하는 것이다.
이러한 조치에도 비상 발전기가 제 역할을 하지 못하면 '이동형 비상 발전기'를 높은 지대에 준비하고 있다가 유사시에는 언제라도 전원을 공급할 수 있다. 한수원은 노심 냉각을 위한 '비상냉각 시스템'도 보강했다. 사용후연료저장조 냉각 계통이 작동하지 못할 경우에 대비해서는 이동형펌프차 등을 활용한 냉각수 보충 방안을 마련했다. 모든 냉각기능이 상실돼 원자로 핵연료가 용융하는 최악 상황에 대비했다.
◇지진에도 안전한 원전 구축
한수원은 지진에 대비해서도 원전 안전성을 더욱 높였다. 지금까지 세계적으로 지진에 의한 직접 방사능 누출 등 원전 사고가 발생한 사례는 없다. 하지만 한수원은 만일 사태에 대비해 안전체계를 구축한 셈이다. 한수원은 국내 모든 원전에 '지진자동정지 설비'를 장착, 리히터 규모 6.5 이상의 지진이 감지되면 이와 동시에 원전 자동정지시스템이 가동돼 제어봉이 자유낙하하며 원자로를 정지시키도록 했다.
특히 설계기준을 초과하는 지진에 대비해 0.2g(규모 6.5)로 설계된 가동원전의 내진성능을 0.3g(규모 7.0) 수준으로 대폭 강화했다. 3만8500개에 달하는 기기 내진성능 0.3g 확보 여부를 확인하고 개선하는 조치도 수행했다. 실제로 국제적으로 공인된 평가방법에 따라 안전정지, 냉각유지에 필수적인 핵심계통에 대해서 내진성능평가를 수행한 결과, 거의 모든 기기가 0.3g 이상 내진성능을 이미 확보했다.
한수원은 일본 후쿠시마 원전 사고 사례를 반면교사 삼아 철저히 설비를 보강했다. 후쿠시마 원전은 비등경수로로, 원자로 내 냉각수를 직접 끓여 발생한 증기로 터빈을 돌린다. 국내 원전은 증기발생기를 통해 간접적으로 증기를 발생시키는 가압경수로 혹은 가압중수로이기 때문에 방사능이 외부로 누출될 가능성이 훨씬 낮다. 구조적인 측면에서도 우리나라 원전 격납용기 내부 체적이 일본의 사고 원전에 비해 5배 가량 더 크다. 사고시 상대적으로 격납건물 내부 압력상승을 지연하고 수소농도를 낮게 유지해 수소폭발 방지에 유리한 것도 큰 강점이다.
황주호 한수원 사장은 “한수원은 막중한 사명감으로 아주 작은 가능성이라도 배제하지 않고 원전 안전을 확보하기 위한 노력을 지속하고 있다”면서 “철저한 설비 점검과 분석으로 기술적인 안전을 넘어 국민이 안심하는 수준까지 원전 안전성과 신뢰성을 끌어올리겠다”고 밝혔다.
변상근기자 sgbyun@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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