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달PC 시장 3강으로 꼽히는 에이텍·삼보컴퓨터·대우루컴즈가 조달청 다수공급자계약(MAS) 규정 개정에 비상이 걸렸다. 이르면 상반기 시행되는 개정안에 따라 '약자지원 대상 기업' 여부가 주요 평가 기준으로 포함되기 때문이다. 이들 3사는 가점 기준에 해당하지 않아 소수점 차이로 입찰이 결정되는 조달시장에서 입지 약화가 불가피하다.
조달청은 물품 MAS 행정규칙(3종) 개정안 행정예고를 지난달 말 고시했다. MAS에 참여하는 기업의 제재·평가 등 부담은 완화하고 가격·품질관리와 경쟁성은 강화한다는 취지다. 현재 네 가지로 분류되는 다수공급자계약 2단계 경쟁 표준평가방식을 두 가지로 통합해 수요자 편의성을 높인다.
PC업계가 주목하는 것은 약자지원 대상 기업 여부 평가 항목이다. 수요기관은 구매목적에 적합한 납품대상업체를 선정하기 위해 표준평가방식 중 한가지를 선택해 입찰을 실시한다. 평가항목은 제안 가격의 적정성, 납기지체여부, 사후관리, 품질관리 등으로 구성되며 방식별로 항목이 다르다.
현행 표준평가방식은 네 가지 중 한 가지 방식에만 '약자지원' 항목이 포함된다. 개정안은 Ⅰ, Ⅱ 두 가지 방식 모두 약자지원을 평가항목으로 포함한다. 배점은 5점으로, 중증장애인생산제품·장애인기업·사회기업·사회적협동조합·장애인표준사업장 중 한 가지에 해당하면 배점 5점에 평점 1을 곱한 5점 가점을 받는다. 해당 사항이 없는 기업은 배점 5점에 평점 0.4를 곱한 2점을 받아 3점 차이가 발생한다. 업계에 따르면 조달시장 참여 PC업계 40여곳 중 절반 가까이가 5점 가점 기준에 해당된다.
오랜 기간 조달PC 시장 3강 체제를 유지해온 에이텍, 삼보컴퓨터, 대우루컴즈는 이 같은 가점을 받을 수 없다. 소수점 단위로 낙찰 여부가 갈리는 조달시장에서 3점 차이는 큰 변수다. 3사 조달시장 점유율이 낮아지며 시장 판도가 바뀔 수도 있다.
2018년 3사의 조달시장 점유율은 63.9%까지 치솟았다. 이후 조달시장 참여 업체 수가 늘어나며 조금씩 낮아졌지만 아직 3사가 시장 절반 이상을 차지한다. 지난해 3사의 점유율은 약 54%다.
3사는 새로운 상황에 대비해 가격 경쟁력 강화를 서두르는 한편 제도 개선 요구를 병행할 방침이다. 3사를 비롯해 약자지원 평가 기준을 채우지 못하는 조달PC 업체가 조달청에 의견서를 제출할 예정이다.
업계 관계자는 “3사와 몇몇 업체가 평가방식 전체에 '약자지원' 평가 항목이 해당하는 부분에 대해 개정을 요구하는 의견서를 제출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이 관계자는 “개정안이 시행되면 공격적인 가격 정책으로 가점 차이 만회를 시도하겠지만 품질관리 등 현실적인 부분을 감안하면 가격 인하에도 한계가 존재한다”고 말했다. 조달청은 개정안에 대한 의견서를 오는 14일까지 접수한다.
정다은기자 dandan@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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