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실리콘밸리은행(SVB) 파산 사태로 인해 국내 챌린저뱅크 도입에 대한 관심도 뜨겁다. SVB가 챌린저뱅크 성공사례로 국내 벤치마킹 대상이 돼온 만큼 현재 논의 중인 챌린저뱅크·스몰 라이선스 확대 기조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주목된다.
SVB는 벤처금융 전문은행으로 월가 대형 금융사와 비교해 새로운 은행모델로 제시돼 왔다. 1983년 설립 초기 실리콘밸리 내 벤처기업과 관련 임직원이 맡긴 예금을 기초로 초기 혁신 벤처기업에 자금을 공급하며 성장했다. 그 결과 글로벌 벤처 대출 시장 발전을 이끄는 대표주자로 평가받아왔다.
SVB그룹은 벤처기업 생애주기에 따라 맞춤형 자금공급을 해왔다. 초기 기업에는 보육과 시드 투자, 중·후기 기업에는 후속 지분투자와 벤처 대출을 제공했다. 특히 고위험 벤처기업을 주고객으로 하면서도 매출 규모가 작고 업력이 짧은 벤처기업에는 대출 규모를 줄이고 이자율을 높이면서 대출한도를 5000만달러 이내로 설정하는 리스크 관리 정책을 구사해왔다.
SVB는 실리콘밸리에서의 성장을 토대로 인도, 영국, 중국, 이스라엘 등 글로벌 시장에 진출했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 보유자산에 일시적 부실이 발생해 정부로부터 2억3500만달러 구제금융 지원을 받기도 했다. 2009년 말 채무 상환을 마쳤고 2010년 이후 다시 성장가도를 달렸다. 이후 중국, 아일랜드, 독일, 덴마크, 토론토, 벤쿠버 등으로 글로벌 사업을 확대해왔다.
이처럼 탄탄한 성장세를 보였던 SVB가 불과 이틀 만에 파산 선고를 받은 것은 주 고객층인 스타트업 실적 악화에 따른 예금 축소와 기준금리 인상에 따른 채권 가격 급락이 주효했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수준 리스크는 아니었지만 예금자 불안심리가 급격히 확산하면서 불과 하루 만에 420억달러(약 55조6000억원) 규모 뱅크런이 발생해 지급불능에 빠졌다.
SVB 파산은 최근 국내 금융당국이 은행 업무범위를 세분화한 특화은행과 챌린저뱅크 등 설립을 검토하는데 일부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현재 소상공인·중소기업 전문은행, 중·저신용자 전문은행, 지급결제 특화은행 등 다양한 모델이 검토 대상이다.
챌린저뱅크와 신규 스몰 라이선스 확대에 대해 금융권 전문가들은 자산건전성과 수익성 한계 문제를 지적하고 있다. 특정 여신 부문에 집중하는 은행은 해당 부문 자산건전성 충격을 다른 부문 여신으로 흡수하기 어려워 더 높은 수준의 자본적정성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특히 중소기업·소상공인 특화 전문은행은 경기 순응성이 높아 부실화로 이어질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특화 전문은행에 대한 인가기준이 완화되면 소규모 전문은행이 난립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금융규제 준수를 위한 내부통제 체계와 인프라 구축이 미흡할 수 있다는 지적도 있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챌린저뱅크 등 새로운 은행 경쟁자를 도입하거나 은행과 비은행 간 경쟁 촉진을 위한 방안 등 현재 검토하는 모든 대안에서 공통적으로 리스크 관리와 금융소비자 보호 문제가 제기됐다”면서 “은행권 경쟁 촉진도 중요하지만 리스크 관리와 금융소비자 보호도 중요한 가치이므로 균형 있게 검토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배옥진기자 withok@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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