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력구매계약(PPA), 2년간 5건 불과…요금제 도입 공방도 첨예

ⓒ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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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력구매계약(PPA) 제도가 시행된 지 1년 9개월 동안 실제 계약은 5건만 성사된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전력공사가 중개하는 '제3자 PPA'와 함께 기업·발전사가 직접 거래하는 '직접 PPA'도 부진을 면치 못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대한상공회의소가 한전이 내달 1일 적용할 예정인 'PPA 전용요금제'에 대해 문제를 제기하고 나서면서 관련 요금제에 대한 공방도 점화했다.

13일 한전과 전력거래소에 따르면 이달 기준 체결된 PPA는 총 5건이다. '제3자 PPA'는 현대엘리베이터(2건), 네이버(1건), 아모레퍼시픽(1건) 등 4건이며, '직접 PPA'는 GS EPS와 LG전자가 체결한 1건에 불과했다. 제3자 PPA는 2021년 6월에 시행한 지 1년 9개월이 지났지만 계약이 확대되지 못하고 있다. 산업통상자원부는 지난해 9월 직접 PPA 제도를 시행하면서 PPA가 활성화될 것으로 기대했지만 6개월 동안 계약체결은 단 1건에 그쳤다.

PPA(Power Purchase Agreement)는 전기사용자와 발전사업자가 정해진 계약기간 동안 사전에 협의한 가격으로 전력구매계약을 체결하는 제도다. 기존 우리나라에서는 전력시장 내에서 단일 전기공급사업자인 한전이 제공하는 전기만 활용할 수 있었다. 하지만 PPA를 활용하면 전기를 생산하는 발전사업자가 직접 소비자에게 전기를 공급할 수 있다. 우리나라는 재생에너지에 한해서만 PPA 방식 전력공급을 허용하기 때문에 기업은 PPA를 RE100을 이행하기 위한 수단 중 하나로 주목하고 있다. 윤석열 정부는 PPA 확대를 통한 전력시장 구조 개편을 국정과제로 언급했다.

국내 PPA 계약체결이 부진한 이유는 우리나라의 재생에너지 발전단가가 떨어지지 않고 있고 제도도 미비한 것이 원인으로 분석된다. 기업은 RE100을 이행하기 위한 수단 중 하나로 PPA를 주목하지만 국내에서는 요금제 등 제도가 명확하게 확립되지 못했다.

이 가운데 내달 1일 PPA 요금제 도입을 앞두고 기업과 한전의 의견이 대치하고 있다. 포문은 기업 쪽에서 열었다. 대한상공회의소는 한전이 도입할 예정인 PPA 전용 요금제에 대해 최근 개선을 강하게 요구하고 나섰다. PPA를 도입하는 기업이면 기존 '산업용 전기요금' 대신 한전의 'PPA 전용 요금제'를 적용받는데 요금 책정이 과도하다는 주장이다.

구체적으로 대한상의는 한전의 PPA 전용 요금제에 대해 재생에너지를 1%만 사용해도 나머지 전력사용량 99%에도 적용돼 업계 부담이 크다고 지적했다. 또 전력사용량이 적은 시간대에도 최대전력 수요로 기본요금을 부담해 비싸다고도 했다.

그러나 한전은 기업이 PPA를 체결하더라도 한전의 전력공급을 받아야하기 때문에 기본요금으로 고정비를 회수할 수밖에 없다고 분석했다. 재생에너지가 특유의 간헐성으로 공급되지 않는 시간대에도 한전은 전력을 공급해야 하는 보완공급약관이 있기 때문이다. 한전 입장에서는 기업이 PPA로 또 발전사에서 직접 전력공급을 받더라도 나머지 소요 전력에 대해서는 필수적으로 공급해야 하고 이는 '전력량'이 아닌 '기본요금'으로 회수할 수밖에 없다는 설명이다.

또 한전은 현재도 경부하 요금이 낮은데 지금보다도 더 내리게 되면 경부하 시간대 사용량이 많은 고객에게 혜택이 더 집중되는 문제가 발생하게 된다고 설명했다. PPA 사용 고객만이 아닌 전체 고객 관점에서 요금제도를 운영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그러면서도 내달 적용할 PPA 전용요금제에 대해 세부 내용 조정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한전 관계자는 “경부하 요금 수준 등을 포함해 고객의 다양한 의견을 바탕으로 개선사항을 검토하겠다”면서 “이달 안에 PPA 요금제 개선안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변상근기자 sgbyu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