홈플러스 역성장 고리 끊자…노조 "임금 11.9% 올려달라"

이제훈 홈플러스 사장이 13일 서울 등촌동 홈플러스 본사에서 진행된 2023년 경영전략 보고에서 올해 전략을 설명하고 있다.
이제훈 홈플러스 사장이 13일 서울 등촌동 홈플러스 본사에서 진행된 2023년 경영전략 보고에서 올해 전략을 설명하고 있다.

홈플러스가 지난해 매출 성장 전환에 성공하자 노동조합이 두 자릿수 임금 인상을 요구하고 나섰다. 사측은 아직 수익 개선은 이루지 못했고 성장을 위한 지속 투자가 필요한 상황에서 큰 폭의 인상은 어렵다는 입장이다. 올해 임금요구안을 놓고 노사 갈등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홈플러스 노사는 2023년 임금 및 단체협약(임단협) 상견례를 갖고 오는 16일 1차 본교섭에 돌입한다. 노조는 사측에 임금 11.9% 인상안을 제시했다. 물가상승에 따른 실질임금 하락을 보전해 달라는 요구다. 홈플러스는 난색이다. 지난해 외형 성장에 성공했지만 10년 넘게 내리막길을 걸은 데다 수익성은 악화됐기 때문이다.

홈플러스는 2022년 회계연도(2022년 3월~2023년 2월) 실적을 가마감한 결과 전년보다 매출이 늘어난 것으로 집계됐다. 매출 성장은 2011년 이후 12년 만이다. 할인점과 기업형슈퍼마켓, 온라인 전 채널에서 고른 성장을 거뒀다.

이제훈 홈플러스 사장은 2023년 경영전략 보고에서 “12년간 이어진 역성장의 고리를 지난해 마침내 끊어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마트·익스프레스·몰·온라인에 이르기까지 전 채널에서 성장을 이뤄낸 결과”라며 “중심에는 메가푸드마켓과 온라인 확장. 리브랜딩 전략이 있었다”고 강조했다.

다만 수익 개선은 이루지 못했다. 지난해 외형 성장에도 고정비 부담 지속으로 적자가 이어졌다. 손실 규모는 전년보다 더 커졌을 것으로 전망된다. 홈플러스는 2021년 회계연도 영업손실 1335억원으로 적자 전환했다. 이를 의식한 듯 이 대표는 “올해 고객 관점의 온·오프라인 쇼핑 환경을 구현하고 이익 측면에서 가시적 성과를 달성하겠다”고 말했다.

홈플러스는 올해 매출뿐 아니라 이익 측면에서도 성과를 거둬 장기적 성장 기반을 확고히 한다는 목표다. 온라인 사업 확장과 미래형 콘셉트 매장 구현 등 장기적 관점의 투자와 혁신도 지속한다.

홈플러스측은 “올해 임단협에 성실히 임하겠다”고 밝혔지만 투자 지출이 불가피한 만큼 노조 요구안을 그대로 받아주기 힘든 상황이다. 지난해 임단협에서도 임금을 4.7% 인상했다. 설·추석 명절 지급 상품권 금액도 기존 5만원에서 10만원까지 늘렸다. 덕분에 2018년 이후 처음으로 무분규 타결을 이뤄냈지만 올해는 상당한 진통이 예상된다. 적자가 이어지는 상황에서 인건비 부담이 실적 악화로 직결될 수 있어서다.

노조는 올해 임단협 주요 요구안으로 임금 11.9% 인상과 더불어 상여금 확대와 휴일 가산수당 지급, 휴가비 신설 등도 제시했다.

박준호기자 junho@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