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력도매가격(SMP) 상한제'로 민간발전사 중 약 35%가 적자를 본 것으로 나타났다. 이 중 2곳은 도산 우려까지 제기된다. 내달 SMP 상한제 재시행을 앞두고 발전업계에서는 제도를 철회하거나 상한 수준을 재설정해달라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14일 발전업계에 따르면 SMP 상한제가 도입된 지난해 12월 민간발전사 40곳 중 14곳은 적자를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12월은 역대급 한파로 인해 전력판매량도 치솟던 시기여서 민간발전사에는 '성수기'로 꼽힌다. 하지만 정부 당국의 SMP 상한제 시행으로 실제 적자를 보는 민간발전사가 35%나 됐다.
발전업계는 지난해 12월에서 지난달까지 SMP 상한제를 시행하면서 민간발전사의 정산금이 약 2조1000억원 감소한 것으로 추정했다. 전력거래소는 지난달 실무규칙개정위원회에서 SMP 상한제가 처음 도입된 12월의 평균 SMP와 SMP 상한의 차이로 민간발전사 정산금이 한 달간 약 6840억원 감소했다고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2조1000억원은 이 같은 전력거래소의 보고를 참고한 수치다.
문제는 SMP 상한제로 인한 정산금 감소로 민간발전사 수익이 줄어드는 것뿐만 아니라 손실을 입는 발전사까지 발생하고 있다는 점이다. 특히 SMP 상한제로 인해 도산 위기에 처한 민간발전사까지 나오고 있어 우려를 키운다.
대구광역시 집단에너지사업자인 A사는 오는 8월 연료비 지불이 불가능할 정도로 자금난에 빠져 있다. 발전업계는 A사가 올 겨울 채무불이행 상태에 놓일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또 경기 양주시 등에서 활동하는 집단에너지 사업자인 B사도 연간 약 700억원에 이르는 원리금 상환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반면 SMP 상한제가 시행된 후 3개월이 지났음에도 한전의 적자는 지속되고 있다. SMP 상한제로 얻은 이익은 적고 한전과 발전사 모두 경영상 어려움만 가중되는 '제로섬 게임'이 반복되는 셈이다. 실제 SMP 상한제를 시행했음에도 한전 적자가 해결될 기미가 보이지 않고 있고, 전기요금 상승 요인은 누적되고 있다.
한전 전력통계월보에 따르면 1월 한전의 전력판매금액은 7조5310억원, 구매금액은 8조5745억원으로 1조435억원 적자를 기록했다. 지난 1월 전력구입단가는 ㎾h당 164.17원으로 지난해 12월 평균인 177.74원보다 13원이나 낮았다. 전력판매단가는 ㎾h당 146.97원으로 여전히 ㎾h당 17.2원을 손실을 보면서 전력을 팔고 있다.
발전업계는 SMP 상한제로 인해 한전 적자를 해결하거나 전기소비자 이익을 보호하겠다는 발상 자체가 '언 발에 오줌 누기'식 땜질 처방이라는 점이 드러났다고 지적했다. 결국 전기요금 정상화가 수반되지 않는다면 한전 적자는 해결하기 어렵다고 강조했다. SMP 상한제가 지속될 경우 전력시장 원칙을 훼손하는 것은 물론 중소 민간발전사 도산, 전력공급 불안정, 에너지 안보 저해 등 부작용도 나타날 것이라고 우려했다.
SMP 상한제로 전력판매수익이 제한되면 민간 직도입사들이 저렴한 연료를 도입할 요인이 사라져 자원개발에 투자하기 힘들 것이라는 지적도 제기된다. 민간 LNG 직도입사들이 값싼 연료를 적극적으로 매수하지 않으면 장기적으로 SMP 상승을 부추기는 악순환이 반복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발전업계 관계자는 “해외 자원개발은 착수부터 도입까지 긴 시간과 많은 금액이 투자되는 장기 프로젝트로 기업이 장기 관점에서 큰 리스크를 감수하고 수행하는 것”이라면서 “SMP 상한제가 지속 유지되면 민간 부문이 자원개발 리스크를 감수할 만한 요인이 사라진다”고 밝혔다.
변상근기자 sgbyun@etnews.com
제도 도입 후 정산금 2.1조 감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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