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국내 은행은 사상 최대 영업실적을 달성했다. 주로 고금리 대출에 의한 불로소득에서 기인한 것으로, 정부와 사회로부터 강한 질책성 지적이 이어지고 있다. 정부도 지난 2월 대통령 주재 수석비서관회의에 이어 은행 고금리로 말미암은 서민경제의 어려움을 해소하기 위한 대책을 강구하고 있다.
정부와 금융기관 공히 과감한 금융시장 개선 방안을 숙고하고 있다.
예를 들면 은행권에서 달성한 영업이익의 일정 부분을 마이크로금융 기금으로 출연, 저소득층을 위한 서민 금융으로 환원하는 것이다.
마이크로금융이란 기존 제도권 금융기관에서 금융서비스를 받을 수 없는 저소득층 대상으로 담보 없이 소액을 대출, 스스로 자립할 수 있는 기반 마련을 목표로 하는 금융서비스다. 현재 국내에서도 미소금융이라는 이름으로 마이크로금융 사업이 진행되고 있다.
정부기관 및 기업의 출자를 받아 제도권 금융서비스 이용이 어려운 소상공인·저소득층에게 창업 운영자금을 담보와 보증 없이 대출하는 소액대출사업이다. 그러나 저소득층 대상 사업인 만큼 대출 상환에 대한 위험, 개인의 도덕적 해이, 높은 신용등급에 따른 대출 거부 등 문제점이 있다.
이로 인해 전체 금융서비스에 비해 규모가 극히 빈약해 생색내기용으로 치부하는 의견도 많다.
사회 초년생이나 금융 크레딧이 낮은 금융 취약자를 위한 마이크로금융에 블록체인 기술을 적용, 재무 활동이나 신용 정보를 신뢰도 높게 관리할 수 있다. 개인의 은행, 통신, 의료, 쇼핑 등 다양한 디지털 거래 기록을 신속하고 안전하고 투명하게 기록·관리할 수 있다.
이 기술은 중앙 집중식 데이터베이스와 달리 분산형 데이터베이스로 운영되며, 거래 데이터를 모든 노드에 저장하고 인증하는 방식으로 작동한다.
이와 같은 블록체인 기술의 특성은 거래의 신뢰성과 안전성을 높여 마이크로금융 서비스 제공에 큰 도움이 될 수 있다.
또, 블록체인을 이용해 지급 결제 시스템을 구축하면, 빠르고 안전한 거래가 가능해져 마이크로금융 확장성과 접근성을 높일 수 있다.
블록체인 DID 기술을 이용해 금융기관은 저신용자 대상 대출 관리를 혁신할 수 있다. DID는 탈중앙화한 개인들의 식별자를 의미하며, 블록체인 네트워크를 이용해 개인 신원을 비대면으로 인증하는 기술이다. 개인은 DID를 통해 자신의 금융데이터와 더불어 의료, 통신, 쇼핑, 결제, 교육 등 비금융데이터를 전자지갑을 이용해 통합 관리할 수 있다. 금융기관은 비금융데이터를 활용해 금융데이터에서 확인하기 어려운 요소들을 평가, 대출을 확대 실행할 수 있다.
블록체인을 이용한 마이크로금융 전용 플랫폼 구축이 가능하다. 고객 데이터를 안전하게 보호하고, 대출 신청자와 대출 기관을 직접 연결한다.
중개 기관을 배제하고 대출 기관과 저신용자 간 직접 거래를 할 수 있도록 해 거래 비용을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다.
대출자가 부담해야 할 대출 수수료나 이자 등의 비용도 줄일 수 있다. 대출 신청자의 신용 평가 정보를 수집하고 분석하는 것도 가능하다. 금융기관이 저신용자의 신용정보를 보유하고 평가함에 따라 실제 자립 의지가 있는 저소득층을 구분해서 대출을 실행할 수 있다. 블록체인 기술은 마이크로금융의 공익적 성격을 강화하고 동시에 안전하고 투명한 거래를 실현할 수 있는 대안이다.
최근 금융기관의 사회적 책임에 대한 촉구가 이어지고 있다. 정부가 시행하고 있는 마이크로금융에 추가해 금융권 주도의 자생적이고 보완적인 금융 생태계 조성이 필요하다. 제도적 금융권에서 소외되거나 참여가 불가능한 저소득층의 재활 의지를 고취해서 그들의 자립을 통한 미래 고객을 확보해 볼 것을 권고한다. 지금껏 대부분의 금융개혁이 공급자 위주로 진행되어 진정으로 금융소비자에 대한 고려는 부족했다.
시장 개방이나 진입장벽 철폐 등 주로 금융기관이나 스타트업 중심 시장 확대 위주로 금융혁신이 진행됐지만 이번 사태를 통해 저소득자, 재무 취약자에 대한 본격적인 시혜성 금융이 강구되어야 한다. 이는 금융기관의 환경·사회·지배구조(ESG) 경영과 더불어 상승적 효익을 창출할 것으로 기대된다.
김선미 동국대 경영전문대학원 핀테크블록체인 책임교수 smi9900@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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