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연구진이 대형 우주선 등에 활용할 수 있는 고전력 전기추력기를 개발하면서 기술 자립 발판을 마련했다.
한국원자력연구원(원장 주한규)은 원자력 전기추진, 대형 위성 및 심우주 탐사 등에 활용할 수 있는 고전력 전기추력기를 개발하고 주요 성능을 검증하는 데 성공했다고 15일 밝혔다.
전기추력기는 전기에너지를 이용해 연료를 가열, 가속한 뒤 노즐로 분사해 추진력을 얻는 장치다. 기존 화학식 추력기에 비해 추진력은 낮지만, 연비가 월등히 높아 연료 무게를 줄이고 탑재체 무게를 늘릴 수 있다.
원자력연구원 핵물리응용연구부 채길병 박사 연구팀은 4년간에 걸친 연구개발(R&D) 끝에 국내 최초로 10㎾급 고전력 전기추력기를 개발했다. 고전력 전기추력기는 화학식 추력기 대비 연비가 4배 이상 높아 향후 유·무인 우주선, 대형 정지궤도 위성 등에 활용할 수 있을 전망이다.
연구팀은 영구자석 안에 양극, 음극 그리고 양극과 음극을 분리하는 절연체로 고전력 전기추력기를 구성했다. 양극에서 음극으로 흐르는 전기는 알곤 가스를 플라즈마로 만든다. 직경 30㎝ 원통형 영구자석이 만든 강력한 자기장은 플라즈마화한 알곤 가스를 가속, 가열하게 되고 이것을 노즐로 분사하면 추진력이 발생한다. 이때 전기추력기 양극은 내열성을 갖춰야 하고, 음극은 전류를 안정적으로 공급해야 한다.
연구팀은 열부하를 가장 많이 받는 부품인 양극을 구리로 제작해 내열성을 확보했고, 음극은 토륨-텅스텐 재질로 설계해 전류를 2시간 이상 지속 공급하는 데 성공했다. 절연체는 알루미나(산화 알루미늄)로 만들어 플라즈마 안정성을 높였다.
우주기술 선진국의 10㎾급 전기추력기 추진력은 300~600mN(밀리뉴턴)으로 알려져 있다. 한국원자력연구원은 2.6㎥ 진공 챔버로 극저온, 진공 우주환경과 유사한 조건을 갖춘 성능평가 시스템을 구축하고 200mN 추진력이 발생하는 것을 확인했다. 향후 10㎾ 이상 고전력 전기추력기를 개발해 60㎥ 이상 대형 진공 챔버를 통해 성능을 검증할 계획이다.
연구팀의 이번 연구성과는 자체 기술 개발을 통한 관련 기술 국산화에 이바지할 수 있을 것으로 평가된다.
주한규 원장은 “이번 기술 개발은 자체적으로 고전력 전기추력기를 개발할 수 있는 역량을 갖췄다는 데 의의가 있다”며 “향후 우주기술 선진국과 격차를 줄이고 우주에 한 걸음 더 나아갈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인희기자 leeih@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