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총생산(GDP) 85배, 수출액 153배.'
한국 경제가 지난 50년 동안 이룬 괄목 성장의 결과다.
대한상공회의소는 16일 '상공의 날(3월 15일) 50주년 기념 주간'을 맞아 이 같은 내용이 담긴 '한국경제와 우리기업의 50년 변화와 미래준비' 연구보고서를 발표했다.
대한상의는 한국은행, 통계청,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등 국내외 경제 데이터를 통해 '제1회 상공의 날' 기념식이 개최된 1974년 당시와 현재 한국경제의 달라진 변화상을 도출하고 비교 분석했다. 1970년대는 삼성전자(1969년 설립)·현대차(1967년)·포스코(1968년) 등 대표 기업이 설립 이후 본격 성장한 시기로, 산업화의 원년이다.
한국경제 규모는 50년 전과 비교해 비약 성장을 이뤘다. GDP 규모는 195억4000만달러(1974년)에서 1조6643억달러(2022)로 85.2배 상승했다. 이 기간 1인당 GDP는 563.3달러에서 3만2236달러로 57.2배 상승했다. 세계 GDP 순위도 30위에서 10위로 크게 올랐다.
성장 배경에는 기업이 있었다. OECD 자료 분석 결과 지난 50년 동안 우리나라 기업 투자가 국가경제(GDP 기준)에 기여한 비중은 평균 20.0%로 미국 10.8%, 일본 16.6%, 영국 10.7%, 독일 12.1%, 프랑스 11.6%, 캐나다 10.7%, 이탈리아 10.3% 등 주요국(G7)보다 크게 높았다.
조동철 한국개발연구원장은 “지난 50년 동안 한국경제 성장의 중심에는 국제경쟁력을 강화하려고 부단히 노력한 기업이 있었다”면서 “기업 노력이 촉진될 수 있도록 정부는 낡은 법과 제도를 정비하고, 급변하는 국제정세에 탄력적으로 대처할 수 있는 환경을 제공해야 한다”고 말했다.
우리나라가 수출 강국이 되는 과정은 역동적이었다. 1974년 우리나라의 수출 총액은 44억6000만달러였지만 3년 만인 1977년에 수출 100억달러를 달성했다. 4년 후(1981년)에는 수출 200억달러를 돌파했다. 이후 급성장세를 이어 가 지난해 총수출액은 6835억8000만달러로 50년 전과 비교해 153.3배 상승했다. 우리나라의 글로벌 시장 점유율도 1974년 0.53%(39위)에서 2021년 2.89%(7위)로 올랐다.
송의영 서강대 교수는 “12개월 연속 무역적자가 이어지는 등 최근 수출에 대한 우려가 깊어지는 상황”이라면서 “증가하는 지정학적 리스크에 대응, 원자재 수입처 다변화와 신시장 개척을 시도하는 등 수출 확대를 위해 노력해야 한다”고 말했다.
지난 50년간 한국경제의 산업구조는 농림어업 중심에서 제조업 중심으로, 제조업 중에서는 경공업 중심에서 반도체 및 금융·서비스 중심으로 바뀌었다. 조성훈 연세대 교수는 “노동집약적 저부가가치 산업에서 반도체, 자동차 등 고부가가치 산업으로 안착한 우리나라 산업고도화 과정은 전세계적으로 유래를 찾기 어려운 우수사례”라고 평가했다.
기업은 일자리 창출에도 많은 힘을 보탰다. 1974년 임금 근로자 수는 444만4000명이었지만 지난해 2150만2000명으로 늘었다. 이를 단순 계산하면 기업이 지난 50년 동안 1706만개, 매년 평균 34만개의 새로운 일자리를 창출했다는 의미다.
신관호 고려대 교수는 “기업은 전체 경제활동인구의 74%를 임금근로자로 고용하고 있는 만큼 앞으로도 기업문화 선진화와 양질 일자리 창출에도 많은 힘을 쏟아야 한다”고 당부했다.
함봉균기자 hbkone@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