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와 닮은 '쌍둥이 행성' 금성에서 활화산 활동 증거가 처음으로 확인됐다.
미국 페어뱅크스 알래스카대 지구물리학연구소 연구팀이 지난 15일 과거 30여년 전 레이더 이미지 자료를 분석해 금성에서 화산활동이 최근에도 이뤄졌다는 증거를 발표했다.
미 항공우주국(NASA)의 '마젤란'이 얻은 레이더 데이터를 이용했다. 마젤란은 1990년 8월 금성 궤도에 진입해 1994년까지 임무 활동을 했다.
연구진은 금성 적도 인근 고원지대 '아틀라 레지오' 내 '마트 몬스' 화산에서 마그마, 화산분출물이 지표에 흘러나오는 '화도(火道)'가 변화하는 것을 확인했다. 마트 몬스는 그동안 화산활동이 최근까지 이어진 것으로 추정됐지만 직접 증거는 찾을 길이 없었다.
연구팀은 1991년 내 8개월 시간차를 둔 두 개 데이터를 비교했는데, 8개월을 전후해 화도 크기가 두 배로 커지고 용암 호수까지 형성된 것을 확인했다.
이는 굉장히 중요한 발견이다. 금성의 화산활동을 확실히 증거로 잡는 것은 어려운 일이었다. 금성은 표면 온도가 약 500℃에 달할 정도로 매우 높고, 곳곳에 거센 폭풍이 휘몰아친다. 탐사선이 표면에 내려앉아 장기간 버틸 수 없다. 게다가 두꺼운 구름으로 가려져 있어, 궤도선으로 멀리서 관측하는 것 역시 쉽지 않다.
이런 상황에서 이뤄진 이번 발견은 '가깝지만 아리송한' 금성을 이해하는 데 큰 성과로 평가된다. 금성은 태양계 두 번째 행성으로 세 번째인 지구와는 '이웃'에 해당한다. 역시 이웃에 해당하는 화성보다 지구에 가깝고, 태양과 달 외에 가장 밝게 보인다. 워낙 밝아 육안으로도 충분히 밤하늘에서 찾아볼 수 있다.
금성은 우리 지구와 유사성이 큰 곳이다. 지름은 지구의 약 0.95배, 질량은 약 0.85배로 우리 지구와 쌍둥이로 부를만하다. 지각을 이루는 물질도 지구와 비슷하고, 지형적으로는 커다란 산맥과 단층이 자리하고 있다. 지금은 다 증발해 사라졌지만, 한때는 물도 존재했을 것으로 여겨진다.
밝은 데다 우리에게 친근하기까지 한 탓인지 미(美)의 여신 '비너스'라는 이름을 지녔을 정도로 상당히 미화된 행성이기도 하다. 표면 온도가 500℃에 가까울 정도로 높은 '지옥의 별'이라는 것이 확인되기 전까지는 '우리가 살 수 있을 만한 환경을 갖추지 않았을까'하는 생각을 가진 이들도 있었다.
조금만 더 온건한 환경이었다면 지금 화성에 쏠리는 관심이 금성으로 향했을 수도 있다. 실제 금성 테라포밍에 뜻을 품은 학자들도 있었다고 한다.
이주는 어렵지만, 금성을 알아가는 것은 여전히 중요한 일이다. 유사성이 큰 만큼, 지구를 이해하는 데 큰 도움이 되기 때문이다. 금성을 탐구하면 지구 과거는 물론이고 미래까지 예견할 수 있을 것으로 보는 학자들도 많다.
화산활동에 관심을 가지는 것도 이 일환이다. 지구와 쌍둥이처럼 유사한 금성이 왜 지금은 이렇게 서로 다른 모습이 됐는지를 파악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
금성 화산활동 연구는 앞으로도 계속될 전망이다. 향후 새로운 궤도 탐사선이 보다 고성능 레이더를 탑재해 우주로 향할 계획이디.
김영준기자 kyj85@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