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역대급 섬 가뭄…해수담수화 선박·지하수 저류댐 '해갈'

환경부가 세계 최초 300㎥/일 급 해상이동형 해수담수화 플랜트 선박 드림즈호에서 지난 15일 식수 공급을 시연했다.
환경부가 세계 최초 300㎥/일 급 해상이동형 해수담수화 플랜트 선박 드림즈호에서 지난 15일 식수 공급을 시연했다.

#50년만의 최악 가뭄이 광주·전남을 강타했다. 평균강우량이 예년의 67% 수준으로 떨어져 강과 하천이 바짝 말라 물길을 찾기가 어렵다. 저수지 저수율은 절반 수준으로 떨어졌다. 4~5월 농업용수 공급으로 저수지 물이 더 줄면 지방 섬 주민들의 생존까지 위협받을 전망이다. 이 가운데 바닷물과 지하수가 가뭄 극복 대안으로 주목받고 있다. 해수담수화 기술로 무한한 바닷물을 민물로 전환하고, 바다로 버려지는 지하수를 담아 메마른 저수지를 채워 넣는다. 환경부와 한국수자원공사가 추진 중인 '해수담수화 선박' '지하수 저류댐' 현장을 찾아, 기후위기 시대 가뭄을 극복할 미래 물 산업 현장을 둘러봤다.

◇세계 최초 하루 300톤 해상이동형 해수담수화 선박 '드림즈호'

구름 한 점 없는 3월 중순 초봄. 목포역에서 북쪽으로 약 5㎞ 떨어진 삼진부두에 세계 최초 300㎥/일 급 해상이동형 해수담수화 플랜트 선박 '드림즈호'가 정박해있다. 선박 외판에는 '탄력적이고 에너지 효율적이며, 진보적인 이동식 시스템에 의한 담수화'라는 의미를 담은 영문명 'DREAMS'가 선명히 새겨져있다.

지난 15일 전남 목포 삼진부두에 세계 최초 300㎥/일 급 해상이동형 해수담수화 플랜트 선박 드림즈호가 정박해있다.
지난 15일 전남 목포 삼진부두에 세계 최초 300㎥/일 급 해상이동형 해수담수화 플랜트 선박 드림즈호가 정박해있다.

환경부와 한국환경산업기술원은 기후위기 시대를 맞아 섬 지역 가뭄 등 재난상황에 선제적 대응해 세계 최초의 자항식(자체 동력으로 항행) 해수담수화 선박 기술 연구개발(R&D)에 정부출연금 222억원을 투입했다. 그 결과 전장 70m, 폭 24m, 깊이 4.5m의 1800톤급 해수담수화 선박 드림즈호를 작년 2월 진수했다. 물속에 들어가는 깊이 '계획만재흘수'가 4m에 불과해 기존 선박보다 낮은 수심에도 이동 가능해 도서 접근이 용이하다. 60~70㎞ 해상을 이동하면서 하루 300톤(최대 450톤)의 담수를 생산해 섬 주민에 공급할 수 있다.

환경부는 앞서 2021년 10월 하루 총 103톤 물을 시범공급하는데 성공했다. 지난 겨울에는 극심한 가뭄으로 식수난을 겪고 있는 완도군 소안도에 드림즈호를 조기 투입했다. 드림즈호에서 철부선 살수차에 물을 공급하고 살수차가 소안도 저수지에 물을 담아내 섬 주민 해갈에 도움을 줬다.

특히 드림즈호에는 '역삼투 공정 최적화' '가변간헐 운전 지능형 물 생산시스템' 등 저에너지 자동화 담수화 기술이 적용돼 국내 섬 지역에 설치된 기존 해수담수화시설에 비해 에너지 소모비용, 인건비가 줄어 물 생산단가가 15% 이상 절감된다.

환경부는 올해가 해수담수화 선박 기술 R&D사업의 마지막 연차인 만큼 12월까지 여수 대두라도를 대상으로 실증에 주력할 예정이다.

이상호 국민대 교수(R&D 사업단장)는 “세계 최고 성능의 해상 담수화 기술을 실용화해 물 안보, 물 복지, 수자원 산업성장을 실현하겠다”면서 “중대규모 부유식 담수화 시설 설계기술을 국산화하겠다”고 말했다.

환경부는 향후 도서지역 특성과 거주인구 등을 고려해 70톤급, 180톤급, 600톤급, 1100톤급 등 맞춤형 해수담수화 선박을 제작할 방침이다. 국내 실증연구 종료 후에는 아랍에미리트(UAE), 세네갈, 피지, 인도네시아 등 국가 별 현장에 최적화한 선형을 만들어 해외로 시장을 확대할 계획이다.

이 교수는 “드림즈호 장치 개발에 80억원이 소요됐는데 향후 대량생산하고 규격화하면 비용이 절감 될 것”이라면서 사업화에 자신감을 내비쳤다. 또 “해수담수화 플랜트를 대형화(스케일업)하게되면 소형일 때에 없던 문제가 생기는데 이를 극복할 기술을 개발 중”이라며 세계 해수담수화 선박 시장을 선점하겠다는 목표를 전했다.

드림즈호 역삼투 공정 시설
드림즈호 역삼투 공정 시설

◇지하수 저류댐, 하루 500톤 이상 저수지로 공급

전남 해남 땅끝항에서 뱃길로 30분, 노화도에 도착해 보길대교를 건너 보길도를 방문했다. 메마른 하천 위로 드러난 수많은 바위들이 2일 급수·6일 단수조치 중인 섬 주민들의 고충을 고스란히 보여줬다. 현재 식수원 보길저수지(부황제)는 저수율이 16%도 안된다. 이 추세로는 앞으로 한 달이면 물 공급이 끊길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4~5월 농번기를 앞두고 있어, 해갈 대책이 시급하다.

한국수자원공사는 해남군 보길도·노화도에 2017~2018년 극심함 가뭄이 발생해 최장 2일 급수·10일 단수조치가 내려지자 지하수 저류댐 대책을 꺼냈다. 2018년 12월 타당성조사를 완료하고, 2019년부터 약 67억원을 투입해 6월 준공을 앞두고 있다. 지하차수벽, 지하저류조, 집수매거, 하천보, 관측정 등을 구축해 하루 1100톤 지하수를 저류댐에서 보길저수지로 공급하는 것이 목표다.

이영목 수공 사업기획처장은 “지하수가 257m 차수벽에 갇히게 되고 집수매거를 통해 콘크리트 유공관을 거쳐 지하 저류조로 공급된다”면서 “현재 저류조 지하수를 펌핑해서 압송관로를 통해 보길저수지로 하루 평균 500~600톤 지하수를 공급 중”이라고 설명했다.

아직 시운전 중임에도 보길저수지 현장서 지하수 저류댐에서 끌어온 물이 상당량 공급되고 있었다. 과거 10일 단수라는 최악 가뭄 피해가 재발하는 것을 선제적으로 막고 있다.

조창현 수공 완도수도지사장은 “지난해 강우량이 최근 5년 평균의 50%밖에 되지 않았지만 지하수 저류지 덕분에 그나마 15% 정도 저수율을 유지하고 있다”면서 “보길도 2600명, 노화가 한 5500명 등 약 8000명의 섬 주민이 물 공급을 받고 있다”고 강조했다.

한국수자원공사가 전남 완도군 보길도 보길저수지(부황제)로 지하수 저류댐을 통해 하루 평균 500~600톤 지하수를 공급하고 있다. 지난 15일 보길저수지 현장.
한국수자원공사가 전남 완도군 보길도 보길저수지(부황제)로 지하수 저류댐을 통해 하루 평균 500~600톤 지하수를 공급하고 있다. 지난 15일 보길저수지 현장.

이준희기자 jhlee@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