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과 LG가 안방에서 열린 글로벌 스마트홈 최대 행사에서 초연결에 기반한 차별화된 서비스와 기업간거래(B2B) 선진 모델을 창출하겠다고 밝혔다. 아시아 최초로 우리나라에서 열린 글로벌 스마트홈 정례 회의에서 두 기업은 기술 논의를 주도하며 우리나라 위상을 높였다는 평가다.
삼성전자와 LG전자는 20일 서울 여의도 콘래드호텔에서 열린 글로벌 스마트홈 표준화단체 '커넥티비티스탠더드얼라이언스(CSA)' 정례 회의에 참석, 기조연설을 통해 청사진을 제시했다.
이번 회의는 지난해 10월 발표한 글로벌 스마트홈 표준 '매터 1.0' 후속 버전을 논의하는 자리로, 134개사 500여명이 참석하는 스마트홈 업계 최대 행사다. 글로벌 표준 개발을 주도했던 삼성전자와 LG전자는 가전, TV 등 제조기술에 기반한 플랫폼 역량을 소개, 스마트홈 시장 리더십을 입증했다.
◇삼성, '허브 에브리웨어' 집중
매터 확산으로 스마트홈 플랫폼 종속성이 사라지면 구글, 아마존, 애플 등 플랫폼 공룡이 시장을 독식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삼성전자는 제조 리더십을 바탕으로 모든 기기를 연결하는 '허브 에브리웨어' 전략과 업계 유일의 가전·TV·스마트폰·노트북 포트폴리오를 보유한 점을 근거로 경쟁 우위를 자신했다.
정재연 삼성전자 부사장은 “모바일과 TV, 노트북 등 고객 모든 접점에 스마트홈 컨트롤 기반을 갖춘 곳은 삼성뿐”이라면서 “삼성 제품은 기기를 연결하는 매개체로서 스마트홈 허브 역할을 수행한다”고 강조했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스마트TV와 모니터, 패밀리허브 냉장고에 '매터 허브' 기능을 탑재했다. 매터 인증을 받은 사물인터넷(IoT) 기기를 사용자와 연결하는 허브로 가전 역할을 재정립했다. 장기적으로 삼성 주요 제품 대부분을 매터 허브로 삼아 초연결 환경 구현을 지원하겠다는 전략을 갖고 있다. 세계에서 압도적인 사용자를 확보한 가전, TV, 스마트폰을 '스마트홈 허브'로 내세울 경우 매터에 기반한 스마트홈 표준 환경 구현은 이른 시간 내 가능하다.
정 부사장은 기기 간 연결성이 해결될 경우 시장 승패는 차별화된 서비스에 달렸다고 내다봤다. 그동안 기기 연결을 위해 특정 플랫폼을 설치해야 했다면, 종속성이 해소된 환경에서는 어떤 서비스를 제공하느냐에 따라 고객 선택이 결정된다는 의미다.
정 부사장은 “많이 쓰는 기기는 표준화가 되고 진입장벽도 낮아졌다”면서 “기기 윗단의 차별화된 에너지 절감, 쿠킹, 홈 시큐리티 등 차별화된 기능은 플랫폼마다 다르게 제시할 것”이라고 말했다.
◇LG, '개방·진화' 초점
LG전자는 스마트홈 청사진으로 연결성을 바탕으로 한 '개방'과 '진화'를 제시했다. 삼성과 비교해 열세인 기기 연동성을 꾸준히 확보하되 생성형 인공지능(AI) 등을 활용한 진화된 서비스로 승부를 보겠다는 전략이다. 실제 AI 챗봇 서비스, AI 기반 음성 ID(Voice ID) 기술 등 적용을 검토하고 있다.
정기현 LG전자 부사장은 “올해는 외부 IoT 기기와 연동에 집중해 다양한 기업과 파트너십을 추진할 예정”이라면서 “궁극적으로 연결성에 바탕은 두고 고객이 기기나 기술을 인식하지 않아도 맞춤형 기능을 제공하는 진화된 서비스가 목표”라고 설명했다.
LG전자는 지난해 조직개편을 통해 흩어져 있던 LG 씽큐 개발·운영 조직을 플랫폼사업센터로 통합했다. 조직 규모가 커지면서 기존 역할을 넘어 사업화까지 본격적으로 검토하기 시작했다. 정 부사장은 매터 시대가 가속화되면 스마트홈은 집 안이 아닌 자동차, 사무실 등 다양한 공간으로 확장 가능한 서비스 영역으로 진화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LG전자는 이 환경에 대비해 다양한 전략을 구상 중이다.
정 부사장은 “고객 자유도를 높여주는 기업과 소비자간 거래(B2C) 시장도 의미가 있지만 장기적으로 B2B와 B2B2C 영역에서 기회가 많을 것”이라면서 “우리가 가진 TV나 가전, 자동차, 스마트팩토리 등 B2B 영역에서 스마트홈을 결합한 다양한 서비스 모델을 발굴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이어 “올해는 신축부터 구축 아파트까지 가전과 스마트홈 서비스를 공급하는 스마트 아파트 사업을 강력하게 밀어붙일 것”이라면서 “월패드 업체와 연계해 한두 번의 앱 클릭으로 스마트홈 환경이 구현될 수 있는 모델을 정립하겠다”고 덧붙였다.
정용철기자 jungyc@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