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듀플러스][르포]초등학생때부터 '수학' 선행 나서는 대치동 학원가

수학이 입시 당락의 핵심 과목으로 떠오르자 대치동 학원가 등에는 초등학새 대상의 수학 의대관까지 생겼다.
수학이 입시 당락의 핵심 과목으로 떠오르자 대치동 학원가 등에는 초등학새 대상의 수학 의대관까지 생겼다.

대학입시에 이과 쏠림 현상이 가속화 되면서 수학 열풍이 초등학생에게까지 확대된다. 수학을 잘해야 의·치·한·약·수 등 좋은 대학 이공계학과에 진학할 수 있고, 수학은 초등학생때부터 선행을 시작해야 한다는 인식이 학부모 사이에 강하기 때문이다. 에듀플러스는 사교육의 메카인 대치동에서 실제 초등학생 사이에서 급속도로 퍼지는 수학 선행 현장을 취재했다.

“시험 어땠어? 어려웠어?” “응. 어려워서 별표 친 문제가 많았어.”

지난 2월 초 일요일 오전 입학 테스트가 열린 대치동 한 수학 학원 앞. 사고력 수학으로 유명한 이 학원 앞은 시험을 치르려는 3~4학년 초등학생과 학부모로 가득했다.

처음 테스트를 보러 왔다는 학부모 A씨는 “테스트에 통과해 합격하면 좋겠지만 그러지 못하더라도 우리 아이의 수학 실력을 가늠해 볼 수 있는 기회라 생각해 시험을 보러왔다”고 말했다. 이 학원은 응시한 학생들의 점수와 백분위를 공개한다. 학부모들은 이를 토대로 자녀의 현재 수학 실력을 가늠해 볼 수 있다.

입학 테스트가 끝나자 100여명이 넘는 초등학생들이 한꺼번에 쏟아져 나오면서 아이를 찾는 학부모가 뒤엉켜 북새통을 이뤘다. 초등학교 3학년 딸을 둔 B씨는 “마치 수능 고사장 같다. 이렇게 많은 학생이 시험을 보러 나올 거라고는 상상하지 못했다”며 놀라워했다.

수학이 대입 당락의 핵심으로 떠오르면서 학부모의 수학 선행 학습과 관련한 관심이 그 어느 때보다 높다. 수학 학원을 2~3개씩 다닌다는 말은 이제 흔한 이야기가 됐다. 사고력 수학, 도형 등 각 영역에 특화한 학원도 늘고 있다.

'초등 의대관'을 개설한 대치동 한 수학학원 상담실장은 “현재 초등학교 4학년 중에 미·적분 수업을 받는 학생도 있다”며 “무리없이 진도를 따라온다고 가정했을 때, 중학교 2학년쯤이면 고등학교 과정을 마치게 된다”고 귀띔했다. 과거 대치동 수학 학원은 올림피아드와 같은 수학 경시반이 강세였지만 이제는 의대반으로 간판을 바꿔 달고 학생들을 모집하는 상황이다.

이 학원에 상담을 받으러 온 초등학교 4학년 학부모 C씨는 “수학이 뒷받침 안 되면 예체능 학과도 들어가기 어렵다는 이야기를 듣고 초조한 마음에 오게 됐다”며 “시작부터 의대를 목표로 준비를 하지 않으면 대입 경쟁에서 아이가 뒤처질 수 있다는 불안감 때문에 수학 선행을 하게 된다”고 토로했다.

선망의 대상인 의·치·약대 학생을 수학 과외 선생님으로 모시려는 학부모들 경쟁도 치열하다. 이들의 몸값이 천정부지로 오르면서 대치동에서는 이들의 한 달 과외비가 100만원을 넘나든다는 말도 나온다. 초등학교 5학년 딸을 의대생에게 과외를 시키고 있다는 학부모 D씨는 “최근 수능을 본 의대 재학생이 현재 수학 입시 트렌드를 제일 잘 알 것이라 생각해 과외를 받는다”며 “수학 기초만 잘 잡아준다면 비용 부담이 다소 크더라도 계속 시켜 볼 생각”이라고 말했다.

명문대 이공계 대학생들의 인기도 만만치 않다. 또 다른 학부모 D씨는 “의대생이 학기 중에 바빠 수업 연속성이 떨어진다고 보고 최근 이공계 대학생 또는 대학원생을 찾는 학부모도 느는 것 같다”고 전했다.

마송은 에듀플러스 기자 running@etnews.com